[공감칼럼] 검찰의 최후의 말바꾸기도 반소비자적 발상 – 박경신 교수
[공감칼럼]
검찰의 최후의 말바꾸기도 반소비자적 발상
– 잠재적 구매자는 주문전화번호에 전화를 걸 수 없다?
검찰은 조중동불매운동 카페 운영자들을 사법처리하면서 ‘2차불매운동’ 주장은 이미 날조된 외국법리에 근거한 것임이 판명되자 말을 바꾸어서 조중동에 대한 2차불매라서 위법이 아니고 항의전화가 너무 많아서 광고주 자체의 업무가 불가능하게 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매우 반소비자적인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
검찰은 전화를 건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고 카페운영자만 처벌한 것이 숫자가 너무 많아서 라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광고주에 전화를 건 개별행위는 업무방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화를 걸자마자 무조건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하는‘무조건적 구매자’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모든 잠재적 구매자는 자신의 구매의 조건을 회사 측에 통지하기 위해 업체의 소비자전화번호에 전화를 걸 권리가 있다. 여러 ‘조건부 구매자들’이 우연하게 동시에 전화를 하여 전화가 통화상태가 되어‘무조건적인 구매자’들의 전화가 성사되지 못했다고 해서 업무방해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자면 특정 관광지역의 위험성을 정직하게 알리는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여행사에 환불 요청이나 행선지 변경을 해야 구매의 의사가 있음을 통보하는 전화통화가 한꺼번에 몰려 무조건적 구매자들의 주문이 무산되었다고 해서 환불이나 행선지 변경을 요청한 개별 전화가 업무방해가 되지 않는다.
업무방해가 성립되려면 수천통의 전화통화를 건 사람들이 서로 통정하고 결의하여 ‘무조건적 구매자’들이 전화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목표로 하고 그렇게 될 것을 알면서 전화공세를 했었어야 한다. 이것은 예를 들어 탈세행위와 다르다. 백 명이 탈세를 했든 만 명이 탈세를 했든 한명이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그 개별행위 자체로 불법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수천명 사이의 통정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즉 몇월 며칠 어떤 시간대에는 누가 어떤 순서대로 전화를 걸어서 전화를 불통시키기로 합의하고 그와 같은 불통상태를 유지하기위해 각각의 시간대에 대해 이와 같은 통정과 합의가 있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더욱 분개스러운 것은 처벌대상자들이 검찰이 위법행위라고 주장하는 전화를 건 것에 대해 처벌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전화를 독려하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처벌되었다는 점이다. 말은 듣는 사람이 반응하여주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음란물, 기밀누설, 저작권침해, 명예훼손, 사기 등과 같이 표현행위 자체가 공익을 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듣고 반응하는 사람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효과를 내는 행동에 비해 말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원리가 바로 표현의 자유의 몸통이다. 그리고 이 원리는 견해의 주장은 처벌되지 않고 즉각적이고 중대한 행위의 ‘교사’만이 처벌된다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리로 정리된다.
즉 여기서는 수천명의 통정과 결의를 교사했어야 하는데, 오늘은 어디에 전화하자’라는 독려하였을 뿐 실제 그 독려글을 본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전화를 할지 몇 명이나 할지 그리고 무조건적인 구매자들의 전화통화를 봉쇄하기에 충분한 숫자가 할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였다. 일방적으로 위와 같은 전화통화의 사회적 타당성, 절박성, 중요성을 주장하였을 뿐이다. 8월21일 영장내용을 보면 ‘집중공략 광고주 리스트’. ‘최소 5군데 이상 공략해주세요’ ‘모두 빠짐없이 압박을 가해주세요’ 등 압박 적극 조장..’오늘은 명인제약입니다’라고 특정업체를 게시하는 정도의 글이 있을 뿐이다.
결국 검찰의 기소결정이나 법원의 영장발부결정은 ‘광고주들의 소비자전화번호가 제품의 질, 기업의 환경행위, 노동행위 등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무조건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번호라는 구시대적이고 반소비자적인 믿음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경시되면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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