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포커스] 이주민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자의적 구금 – 유엔자유권위원회가 인권침해 중단을 촉구하다 _ 황필규변호사
■ 이주민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자의적 구금은 중단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주 구금의 기간을 제한해야 하며, 구금이 최단 기간 동안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한 뒤에, 최단 기간 동안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동의 자유가 박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주구금시설의 생활 조건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하며, 정기적이며 독립적인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을 최단 기간만 구금하고, 피구금자들에게 구금 기간 전반에 걸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심문 중에는 변호인의 조력이 허락될 뿐만 아니라, 수사 기간 및 방법 역시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도록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또한 개인이 제3국으로 추방되기 전에 충분히 독립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일시적 집행 정지 효과를 가지는 심의를 허용하는 명백하고 투명한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유엔자유권위원회는 2015년 11월 5일 한국의 자유권 상황에 관한 최종견해를 통해 한국 내 인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련 권고를 제시했다. 11월과 12월에 국제인권네트워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법학회 등이 유엔자유권위원회 권고를 주제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여러 권고 중에 특히 눈이 띄는 것 중 하나는 이주민 구금시설인 외국인보호시설과 탈북자 구금시설인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중앙합동심문센터’)의 문제점에 관한 것이었다.
공감은 법률 개정 운동, 소송,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실태조사,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러한 구금의 여러 문제점을 지속해서 제시하여 왔고, 일부 법제와 관행의 개선을 이루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절차 보장이 부정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이번 유엔자유권위원회의 권고는 비록 부분적이지만 이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 유엔기구의 권고, 그 의미에 대한 적극적 이해가 절실하다
유엔자유권위원회 등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실체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인권법, 예컨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유엔자유권규약’)에 근거한다(헌법 제6조 제1항). 4년 반 주기로 모든 유엔회원국의 전반적인 인권상황을 점검하는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엄선된 유엔전문가가 주제별 보고서, 국가방문 보고서 제출, 개인진정에 대한 입장 표명 등을 하는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헌장 명문의 규정(제1조 제3항, 제13조 제1항 등)과 법적 기구인 유엔총회의 결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인권조약과 관련된 권고의 경우, 권고의 주체인 조약기구의 구성과 임무가 조약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에 대하여도 명문의 규정(유엔자유권규약 제40조 등)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유엔인권권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법률에 근거한 법적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절차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의 명문 규정에 근거한다는 점에 비추어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비엔나협약) 제31조 제3 항상 조약의 해석기준인 “조약의 해석 또는 그 조약규정의 적용에 관한 당사국 간의 추후의 합의”이나 “조약의 해석에 관한 당사국의 합의를 확정하는 그 조약적용에 있어서의 추후의 관행”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권고는 “국제적 협력의 정신을 존중하여 되도록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으므로(89헌가106)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충분히 존중되고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유엔인권권고의 수용, 권고의 이행 혹은 이행 노력의 약속은 국제법적으로는 조약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시일 수 있다.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비엔나협약 제26조).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안 된다(비엔나협약 제26조). 한편 이러한 약속은 국내법적으로는 법적 기관의 권고에 대한 의무부담의 의사표시로서 행정작용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비록 유엔인권권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행정상 의사표시에는 신뢰보호의 원칙의 적용가능성 등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유엔인권권고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영되는 경우 이는 행정계획의 일부로서의 법적 성질을 가지게 된다.
■ 어떠한 요건, 절차, 처우, 구제를 전제로 사람이 사람을 가두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 변호인 조력권의 배제, 무기한 구금, 적법절차의 부재
헌법재판소는 신체의 자유, 법률에 의한 구금 등,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한 처벌 등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용 범위가 형사절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작용을 포함해 모든 국가작용에 **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2008헌마430), 헌법 제12조 제6항의 체포·구속적부심사제도 역시 최소한 모든 형태의 공권력행사기관이 ‘체포’ 또는 ‘구속’의 방법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안에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다(2002헌바104).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2조 제4항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형사상, 행정상 피구금자 중 형사절차에서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 대해서만 그 방어권 보장을 위한 것으로 국한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총회 결의인 모든 형태의 억류·구금 하에 있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 11(1)에서 “구금된 사람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가지며, 법에 정해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하여 피구금자에게 있어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권리임을 확인하고 있고, 2014년 채택된 유엔자유권위원회의 규약의 유권해석인 제9조에 관한 일반논평 No. 35에서도 자의적 구금의 금지, 인신보호구제청구의 중요한 내용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언급하고 있다. 헌법 제12조의 경우, 제3항 단서 현행범인 관련 규정, 제4항 단서 형사피고인 관련 규정 등 문언상 형사절차상 구금을 전제로 한 것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구금에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제6항뿐만 아니라 다른 조항도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적법절차 등에 관한 입법형성의무가 발생한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의 경우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수용할 수 있고, 그 기간이 3개월을 넘는 경우에는 3개월마다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있어야 한다(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제2항). 그러나 수용기간의 연장을 배제하기 위한 요건이 법령에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강제퇴거명령 당시 그 명령이 집행되지 않고 수용이 이루어졌던 사유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정기적 심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사실상 같은 당국인 법무부 장관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보호를 해제할 근거는 없다.
합동신문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 및 그 시행령에 그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법은 북한이탈주민이 재외공관장 등에게 보호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정원장이 “임시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7조).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는 “임시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의 내용을 “보호신청 이후 보호신청자에 대한 일시적인 신변안전조치와 보호 여부 결정 등을 위한 필요한 조사”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그 기간을 보호신청자가 국내에 입국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로 정하고, 그 “내용·방법”과 관련 “시설의 설치·운영 등”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행령 제15조 제2항은 국정원장의 보호 여부 결정은 ‘임시 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마친 날부터 30일 이내’에 하도록 규정하면서도 단서로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명백히 반하는 무기한 구금을 규정한 것이라고 봐야 하고 반드시 즉각적으로 시정되어야 한다.
인신보호법이 구금 후 “일회성” 구제신청절차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신보호에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구금 성립과정 및 구금 중의 “법률과 적법절차”는 부재한 경우가 많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난민신청자의 송환대기실 장기구금뿐만 아니라, 감**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절차 조항이 아예 없거나 간단한 서면 통지만을 규정한 기간 제한 규정 없는 격리(quarantine)(제41조~제49조) 등 “법률과 적법절차”가 부재한 행정구금은 예외적이지 않다.
이러한 구금의 경우, 구금 자체에 대한 이의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인신보호법상 보호는 송환대기실의 경우 가능성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었고, 합동신문의 경우 외부의 접촉이 불가능하므로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메르스 사태의 경우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또한 구금 성립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구금 중 과정에 이르러서도 적법절차를 보장하는 법규가 거의 없거나 불분명하다. 위에서 예로 들은 구금 외의 다른 행정구금도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법원 등 독립된 기관에 의한 구금의 결정,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 구금의 목적, 요건과 절차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률의 규정, 행정절차법 등이 보장하고 있는 절차의 예외 없는 적용 등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 유엔인권을 모르는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국 한국에게 묻는다
한국이 유엔인권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외교적 수사로 뒤덮인 정부의 논평이 있었고 대다수 언론의 환영 일색의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유엔인권이사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대다수 국민은 전혀 모른다는 점, 인권옹호자의 보호, 성적 소수자의 인권 존중 등에 관한 여러 중요한 유엔인권이사회 결의 내용을 번역하고 국민에게 알리려는 정부의 노력은 사실상 전무하였고 정부조차도 그 내용을 거의 모르고 있고 이를 이행하고자 하는 계획이나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부나 언론 모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인권이 진지하게 접근되고 존중되는 최소한도로 정상적인 국가, 그러한 국가에 살고 싶은 것이 결코 이룰 수 없는 이상일까? 인권을 지켜내려고 노력하는 모든 이들의 ‘몸 튼튼! 마음 튼튼!’을 외쳐본다.
글_황필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