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또 하나의 삶의 방식 – 황필규 변호사
공변의 변辯
공감, 또 하나의 삶의 방식
– 공감에 대한 두 가지 오해에 대한 변명 –
황필규 변호사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오해 하나: 재단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요? 요즘 어떤 단체에 나가 계시나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아름다운재단 소속이다. 따라서 적지 않은 분들은 <공감> 변호사들이 마치 기업 소속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재단의 제반 법적인 문제를 주된 업무로 삼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공감>은 그 소속이 재단일 뿐 재단 자체의 일을 하는 것은 아니며 독립적으로 그 지향을 가지고 활동한다.
<공감>은 출발부터 단체파견을 통한 법률지원을 그 주된 활동으로 대외적으로 표방하였다. 이는 <공감>의 인적, 물적 한계로 인하여 모든 사회적 약자 문제를 다룰 수 없는 상황에서 단체들을 통하여, 그리고 단체들과 함께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것이고, 법률지원이 절실하고 열악한 상황에 놓인 단체와 영역을 발굴하여 이에 집중해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단체파견이라고 하여 그 단체에 상주하는 형식도 아닐뿐더러 단체파견의 형식은 <공감>의 여러 활동 형식 중 하나일 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공감>의 주된 활동영역 중의 하나인 ‘이주와 난민’영역을 예로 들어보자.
이주노동자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규모의 정책모임, 단체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변호사, 학자 등이 결합한 토론모임 등을 통해 관련 문제에 대한 정책적 접근을 도모함했다. 이와 더불어,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단속, 보호 및 강제퇴거에 대하여 국제이주기구(IOM), 학계, 단체 등과 함께 전국 17개 외국인보호시설을 돌아다니며 광범위한 연구조사를 진행하였다. 단속과 보호과정, 산업연수생의 관리,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국제결혼 등에서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소송을 직, 간접적으로 관여하여 왔고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법률교육을 위하여 작년 말부터 꾸준히 준비하고 있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사회보장 등과 관련하여 국제기준과 비교법 연구 등을 국제노동기구(ILO)와 유네스코(UNESCO)의 지원을 통해 진행하기도 하였다. 또한 인권단체들과 함께 출입국관리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위한 준비를 해오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출입국관리법령의 일부 개정, ‘외국인보호시설내의 징벌적 독거수용은 법령에 근거가 없어 위헌, 위법함’, ‘저항 없는 피단속외국인의 이송 중 수갑착용은 계구사용의 한계를 벗어난 것임’ 등의 법원의 판결, ‘물리력을 사용한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의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 체포행위는 그 법적 근거가 불분명함’, ‘무단 주거침입을 통한 미등록외국인 단속은 영장주의에 위배됨’ 등의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이끌어냈다.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법무부는 다시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난민’과 관련하여서는 난민법제 개선과 관련된 연구결과를 가지고 국회 공청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였다. 법무부 내부 법 개정안이 작년 9월쯤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다시 재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공감> 차원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약을 맺고 거기에서 요청하는 법률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였고 자체적으로 들어오는 면담이나 긴급지원 요청에 대하여 인적, 물적 조건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능동적으로 대처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9명의 버마 난민인정신청자들의 불허처분취소소송을 대리하여 그 중 8명에 대하여 1심에서 취소결정을 받기도 하였다.
이주노동자 관련 법제와 난민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작년 2005년이 오기 전까지는 관련 출입국관리법령이 개정되거나 실질적인 개정논의가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소송에서 피해자인 이주노동자나 난민이 승소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공감>의 존재가 이 모든 변화를 가능하게 하였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 많았다고는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오해 둘: 재단의 변호사집단으로서 재정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지요?
<아름다운재단>은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많은 기금을 모금, 관리, 배분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공익재단이다. 그러나 재단이 운영, 관리하는 많은 기금은 사실상 재단의 소유라기보다는 특정한 목적이 정해져있고 그 목적에 한해서만 쓰일 수 있는 기금이다. 따라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도 전적으로 개별기부자들이 기부하는 재단 내의 ‘공익변호사기금’으로만 운영된다. 재단이 운영하는 기금이 얼마이건 간에 <공감> 구성원들이 쓰는 종이 한 장, 펜 한 자루도 이 ‘공익변호사기금’을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그동안 적지 않은 분들이 이 ‘기금’에 기부를 해주셨다. 기부자가 일반 기업인 경우도 있었고, 로펌인 경우도 있었고, 개인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변호사집단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으면서 남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다. 수익사업에 시간을 뺏기기에는 <공감>은 지금 하고 있는 일만하더라도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개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선 제도의 문제와 인식의 문제를 항상 고민하고 다룬다는 점에서 <공감>은 공익적인 측면에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활동을 지향한다.
인턴들과 함께하면서 기금과 관련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작년 5월까지 <공감>은 재단 사무실의 칸막이 친 베란다에서 활동하였다. 책상 7개와 탁자 1개, 책장 2개가 들어있는 그 방은 의자와 의자사이에 공간이 없어 지나다니기 힘들고 국제기준에도 엄청 미달하는 그런 공간이었다. 6개월에 걸친 지난한 이전논의 끝에 밀려드는 인턴에 외근 갔다 온 변호사가 앉을 자리가 없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다. 결국 이사를 결정하여 현재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느린 구형 컴퓨터 사용에 답답함을 느낀 펠로우가 컴퓨터 기부자를 모셔왔고, 냉방기를 살 건지, 산다면 얼마짜리를 살 건지를 두 달간 논의하는 사이에 여름은 오고 이를 답답하게 지켜보던 인턴이 역시 냉방기 기부자를 모셔왔다. 인턴들에게 유일하게 지급되는 점심 식대를 기부하는 인턴들도 있었고 <공감> 구성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진행하는 인턴엠티에서 다음 인턴엠티 때 써달라며 인턴들이 즉석 모금하여 기부하기도 하였다. 얼마 전에는 작년에 <공감>에서 인턴을 했던 분이 취직을 했다며 정기기부를 신청해오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은 돈을 벌 줄도 쓸 줄도 잘 모르는 <공감>의 현주소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본다. <공감>의 재정 상태를 과장할 생각은 없지만 그 불안정함은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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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법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공감>의 실험이 단순한 실험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공익활동과 공익변호사 배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