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포커스] 박근혜 정부 노동 정책! 개혁인가, 재앙인가 – 윤지영 변호사
1.
박근혜 정부 노동 정책의 진행 과정
최경환이
경제부총리에 취임하면서 정부는 본격적으로 노동 분야에 대한 칼을 빼 들었다. 양극화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작년 12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노사정 협상에 들어갔다. 제목만 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정규직 노동자를 끌어내림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간의 차별을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노동자 측 대표로 유일하게 들어가 있던
한국노총이 2015년 4월 합의 결렬을 선언했다. 합의가 결렬되었음에도 정부는 12월에 내놓았던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했다. 다만 강조 대상이
비정규직에서 청년으로 넘어갔고, 형식이 가이드라인과 행정지침으로 바뀌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청년 고용 절벽 대책’,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 등으로 외양만 바뀐 것이다.
그러던 지난
8. 6.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효했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 사과일 것이란 예측은 무참히 깨졌다. 대신 담화의 80%를
노동 ‘개혁’이 차지했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한국노총이 다시 노사정 협상에 들어갔고 같은 내용의 협상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결국
9. 13.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졌고 새누리당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6개의 노동 관련 법률(근로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2. 박근혜 정부 노동 정책! 개혁인가, 재앙인가
박근혜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노동 정책을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양이 많다. 많은 양의 정책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보니 중점 사항과 비중점 사항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방향과 해법이 모순된다.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하겠다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을 쏟아낸다. 무엇보다 그간의 진행 경과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정책에 담긴 함의를 찾아내기 어렵다. 예컨대 노사정 합의문에는
‘근로계약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라고만 표시되어 있지만, 그간의 논의 과정을 보면 사용자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핵심적인 몇 개의 사항을 선별하여 설명하겠다.
가.
기업에 의한 저성과자 낙인 해고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법원은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라고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만으로는 해고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실적이 부진한 경우에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단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공정해고’라 부른다.
실적이 부진한 사람은 해고되는 것이 정의요, 공평한 결과라는 취지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실적
부진자는 객관적인 개념인가. 그렇지 않다. 실적 부진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기업 입장에서 기업이 평가한 결과다. 기업은 마음대로 기준을 정해서
노동자를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평가 결과가 불공정해도 노동자는 항의할 수는 없다. 대신 사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매일매일 실적의
압박을 받으며 피 말리는 전쟁을 해야 한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평가의 속성상 하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상대 평가에는 기준이 없다. 굳이 기준이라면 경쟁자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는 만큼 경쟁자 역시 나를 꺾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는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 저성과자라는 낙인도 간과하기
어렵다. 상사의 눈 밖에 나면 저성과자가 된다. 입바른 소리를 하면 저성과자가 된다. 그러다 해고되면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내가 게을러서
해고되었다고 스스로 탓하게 하는 것이 저성과자 해고제도다. 일상적인 구조조정, 회사에 잘 보이는 사람만 살아남는 무한 경쟁, 그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공정해고’다.
나.
동의 없는 임금 삭감 제도 도입
박근혜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임금피크제는 일부에 불과하다. 노사정 합의문에도 들어가 있듯이,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은 임금피크제, 직무성과급제를 아우르는 임금체계의 개편이다. 그동안 우리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되 직급과 연차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소위 연공급제 임금체계를 활용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
실적이나 능력이 떨어지므로 임금을 줄이겠다는 것을 임금피크제로, 실적에 따라 임금을 달리 적용하겠다는 것을 직무성과급제로 표현하는 것이다.
저성과자 낙인
해고제도 도입처럼 성과에 따른 임금 결정도 언뜻 공정해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성과자 낙인 해고제도와 똑같이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도 같은
폐해를 낳는다. 임금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동료들과 피 말리는 무한 경쟁을 해야 하고 임금이 떨어지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탓하게
된다. 사용자는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수단으로 같은 비용을 들이고서도 더 높은 노동 강도로 노동자를 쓸 수 있다. 일을 열심히 하면 임금이
오르리라 기대하지만,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상황에서는 반대로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객관적인 임금 지급 기준(예컨대 연차,
기본급, 근무시간, 직급)이 없기 때문에 임금이 떨어졌다고 항의하기도 어렵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이 합세해서 임금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저마다
임금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노동자는 파편화되고 개별적인 존재로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임금체계를 법 개정 없이 회사에 바로 도입하겠다고 한다.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혹은 노동자들의 동의가 없어도 임금체계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동자들 과반수의 동의가 없이는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취업규칙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나, 박근혜 정부는 법해석상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는 단체협약으로 이를 막아낼 수 있다. 문제는 노동조합이
없는 90%의 비정규직,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과 고착화
노사정 합의를
통해 새누리당은 35세 이상의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지금까지는 2년까지만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4년까지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에게 사용 기간 연장은 그만큼 불안정
노동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노사정
합의를 통해 새누리당은 ‘5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파견 전면 허용’,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소득자 관련 업무 파견 허용’,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파견 허용 범위의 확대는 경영계의 오랜 요청 사항이었는데 이를 들어준 것이다. 특히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용접 등 6개 업종을 의미한다. 이것은 결국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박근혜 정부는
“대·중소 및 원·하청 상생”이라는 그럴듯한 말을 통해 대기업, 원청업체, 위탁업체가 져야 할 사용자 책임을 외면한다. 일련의 판결을 통해
제조업 사내하도급은 불법이며,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사용자라는 점이 확인되었지만, 정부는 사내하도급을 합법화하면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 대해 원청업체는 사용자가 아니다. 다만 이들과 상생해야 한다’고 에둘러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정부는 대기업과 사용자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만을 부여한다. 말인즉 사용자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노력을 다했는지 확인하지도, 노력을 안
했을 때 이를 강제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마치 노사가 모두 양보해야 하는 것처럼 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의 일방적인 양보가 존재할
뿐이다.
글 _
윤지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