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포커스] 해외 입양인의 친가족 찾기, 무엇이 문제인가 – 소라미 변호사
1. 입양인의 가족 찾기의 법적 근거
“The child shall …… have the right to know and be cared for by his or her parents.”(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
위 조문에 근거하여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회원국을 상대로 “위원회는 당사국 내에서 입양 아동 본인의 출신을 알 권리가 보호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위원회는 당사국이 입양 아동 본인의 출신을 알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1)
우리나라 헌법 또한 국민의 알 권리를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알 권리가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의 한 내용이며, 알 권리의 보장은 국민주권주의 (헌법 제1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제1항)와 연결되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2) 따라서 입양인과 그 가족이 입양기록에 접근할 권리, 나아가 가족을 알 권리는 바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와 헌법 제21조에 근거하는 기본권이다.
2. 입양인의 친가족 찾기 실태
2015년 국정 감사 시 보건복지부가 최동익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2015. 8. 5.부터 2015. 8.까지 중앙입양원 또는 입양기관으로 접수된 입양정보공개청구 건 중 친생부모의 소재지 파악이 되어서 친생부모의 동의에 따라 입양 정보가 공개된 경우는 14.7%에 불과하다. 소재지가 파악되었음에도 대상자의 거부, 사망, 무응답으로 인해 정보 공개가 거부된 경우는 33.3%, 애초에 소재지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가 50.9%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4.7%라는 낮은 친가족 찾기 비율은 해외 입양인들의 정체성 찾기, 알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 2015 국정감사 최동익 의원 요구 복지부 제출 자료 중
3. 현행 입양특례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1) 입양인만 입양기록을 볼 수 있나?
현행 입양특례법은 단 한 개의 조문(제36조)을 통해 입양인이 자신의 입양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그마저 현 조문에는 입양인 이외 친생부모나 조부모 또는 형제자매에 대한 정보공개 접근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아 입양인과 그 가족의 결합권에 대한 보호는 공백인 상태이다. 입양인의 가족 찾기를 권리로서 인식하지 못한 결과 입양특례법상 정보접근권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입양기관과 관련 시설은 입양인과 관련된 문서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듯 오인하고 있어 입양인의 정보접근권은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법에서 입양인과 그 가족의 가족결합권을 권리로서 분명히 선언하고 이에 근거하여 정책과 현장 실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현행법 제36조의 정보공개 청구권자를 친생부모, 입양인의 자녀(입양인 사망 시), 입양아동의 형제자매(입양된 자매, 입양 이후 출생한 형제자매 포괄), 친생조부모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주에서 입양아의 건강이나 사회적 경력에 대한 비식별정보를 친생부모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37개 주에서는 친생부모뿐만 아니라 친형제도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입양인은 입양기록 ‘일체’를 볼 수 있을까?
현행 입양특례법은 법 제36조 제1항에 따른 정보공개의 내용을 항목으로 나열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입양인들은 정보공개에 대한 친생부모의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입양기록 일체를 열람하거나 제공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친생부모가 동의한 경우에도 시행령 제13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항목별 정보만을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정보인 친생 부모 이외의 가족(형제자매 등), 위탁부모, 그 밖에 입양인이 입양 전 관계된 사람들에 대한 기록 등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
또한, 입양기관은 입양인들에게 보유하고 있는 입양기록 원본의 사본을 제공하지 않고 영어로 번역된 서류만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친생부모의 동의 여부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되는 정보만을 시행령에서 구체화하고, 그 외 입양기록 일체에 대해 원칙적으로 입양인이 열람하거나 사본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3) 입양인은 ‘고아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을까?
입양인의 알 권리는 입양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에 국한되지 않는다. 입양기관에 입양 의뢰되기 전에 입양인들이 거쳐 간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 또한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입양인이 입양되기 전에 고아원과 같은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했을 경우에는 고아원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 가정 위탁된 적이 있다면 해당 가정위탁기관 또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대상 기관이 되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입양인과 관련된 기록은 입양인에 대한 것이므로 입양인은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알 권리에 따라 당연히 정보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현실에서 입양인들은 번번이 정보공개 요구를 거절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입양특례법 제36조를 구체화하고 있는 입양특례법 시행령 제14조를 개선하여 입양인에 대한 기록을 보유하는 시설과 공공기관을 망라할 필요가 있다.
▲ 입양특례법 개정을 위해 진행 중인 정책토론회
(4) 입양인들, 왜 현행 친가족 찾기 서비스를 불신하는 걸까?
귀환한 입양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입양기관과 중앙입양원이 제공하는 친가족 찾기 지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중앙입양원과 입양기관이 진행하는 친가족 찾기 시스템 아래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친부모 찾기가 이루어졌는지, 연락은 어떤 내용으로 몇 차례나 했는지, 친부모에게 입양인의 소식이 도달했는지, 그에 대한 친부모의 의사는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현행 입양특례법상 친가족 찾기 지원의 절차와 내용, 통지하는 방식에 대한 불완전한 입법은 입양인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은 친가족 찾기 과정상 절차와 내용을 입양인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입양으로 분리된 가족이 결합할 수 있도록 수색하는 작업을 모든 공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하여 진행할 필요가 있다. 경찰,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관련 부서는 입양인과 그 가족이 찾을 수 있도록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거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친부모에게 입양인의 의사가 도달했으나 정보공개를 거절한 경우에는 그 의사가 정확하게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입양인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일례로 입양인들은 친부모의 자필 서신 또는 육성 녹음 파일 같은 형식으로 친부모의 거부 의사가 입양인에게 전달된다면 지난 수십 년간 열망해온 자신의 정체성 찾기를 포기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는 담당 직원이 입양인에게 구두로 결론만을(정보공개에 대해 거부한 사실) 전달하는 실정이다.
나아가 정보공개에 동의하여 입양인과 그 가족이 친가족 찾기에 성공한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를 지원하여 실재 가족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2014년 중앙입양원의 사업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입양인과 친모의 DNA 검사에 대해 총 5건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분명히 마련하고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예산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4. 친생부모가 공개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거부’일까?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신청인의 84.2%가 입양 정보 공개 청구를 거부당하는 현실은 적극적인 동의의 의사표시가 없는 이상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것으로 친부모의 의사를 간주하기 때문이다.3) 입양인의 알 권리보다는 친부모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익을 우선시한 결과이다. 과연 이러한 정보공개의 실태가 정당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친부모의 의사가 명확한 경우에는 그에 따라 정보 공개 범위를 결정하면 된다. 문제는 입양인이 친부모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도 명확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입양기록의 오류 또는 소재불명으로 친부모와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는 입양인의 정보공개 청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친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답변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만연히 입양인에게 친부모의 인적사항을 알릴 수 없다고 답변할 것이 아니라, 친부모의 사생활을 보호할 이익과 입양인의 알 권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주민등록 말소로 소재파악이 불가능하거나 입양기록에 기재된 친부모가 실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친부모의 사생활을 보호할 실익이 적어지므로 공시절차나 공적인 심사 과정을 통해 친부모의 인적 사항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친부모에게 연락은 되었으나 명확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2차, 3차 통지를 통해 기간 내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입양인에게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안내하고 절차에 따라 입양인에게 정보를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Social Action and Family Code에서 입양인의 정보공개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정보공개 신청 대상자가 신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비밀로 유지하겠다는 명시적 의사표시를 하지 않거나, 본인의 신원 정보가 사후에 공개되는 것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CNAPOP4)에서 정보공개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5)
[2015. 10. 26. 친가족 찾기를 중심으로 한 입양특례법 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 자료집 바로가기]
글_ 소라미 변호사
1)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2009), 아동권리협약 이행 핸드북, 207~208쪽
2) 91. 5. 13. 90헌마133
3)소재지가 파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자의 거부, 사망, 무응답으로 인해 정보 공개가 거부된 경우는 33.3%, 애초에 소재지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가 50.9%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4) The National Council for Access to Personal Origins (CNAOP) was established by the Law of January 22, 2002, passed unanimously by MPs. The CNAOP was formally established in September 2002.
5) 입양인의 가족찾기와 관련한 미국, 프랑스 입법례는 공감 제21기 자원활동가 양재원, 박재홍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