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변의 변] 그녀는 어떻게 남의 아기를 데려다 키울 수 있었나? _ 소라미 변호사
# 이십 대 초반의 미혼 여성이 자신이 낳지도 않은 아이를 셋이나 키우다 적발되었다. 이 여성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아기를 낳았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는 미혼모들의 글을 보고 메일이나 쪽지로 연락해서 아이들을 데려왔다고 한다. 아이 엄마들에게는 20만 원에서 150만 원을 병원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렇게 아이 6명을 데려와 그중 셋은 자신이 직접 키웠다. 그중 둘은 자신의 친자녀로 출생신고까지 마쳤다. 나머지 아이들의 소재는 확인이 안 되고 있다. 생모에게 돌려보냈거나 지인에게 맡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은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키우고 싶어서 그랬단다. 여성은 현재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경찰에서 조사받고 있다. (관련 기사보기)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아동매매’가 일어나는 나라, 중국? 아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다. OECD 가입국인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버젓이 발생할 수 있을까? 위 사례에서 현재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문제는 아이가 출생하였으나 신고되지 않을 수 있는 제도 현실에서 출발한다. 현행법상 아이의 출생신고는 부모에게 일임되어 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아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이는 공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아이는 어른들의 이해와 욕구에 일임되어 불법적인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출생신고는 아동 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 장치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한다고 선포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출생신고를 우려하는 곳은 먹고 살기 어렵고, 공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나라들이다. 출생신고 문제에 있어 한국은 이러한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예 의료기관에 일차적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해외 사례가 존재한다. 국내 연구조사 (여성가족 관련 법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연구(Ⅱ): 출생등록의무자 및 스토킹 규제 관련 입법례와 시사점, 박선영‧송효진‧구미영‧김정혜‧유혜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4) 는 보완적인 출생통보제도를 제안한다. 일차적으로 부모가 출생신고 의무를 지되, 누락할 경우를 대비해 병원에 출생 사실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은 아이의 출생 사실을 인지하고, 부모가 출생신고를 제때 하지 않을 경우 직접 출생을 등록한다.
2016년 새로이 구성될 20대 국회에서는 아동 인권의 최소한의 보루인 출생신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열정이 넘치는 국회의원을 단 한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글 _ 소라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