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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사회권 보장을 위한 사법부의 역할’

 



 


최근에 의미 있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2011년 1월 28일 중증장애인요양시설에서 살고 있던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관할 행정청에 사회복지서비스를 변경해달라는 신청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이 충분한 복지요구조사도 없이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하였다.


 


그러면서 당해 법원은 “사회보장급부의 실체적 내용에 대한 사법심사는 통상의 침익적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보다는 다소 완화된 강도에 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할지라도, 사회보장행정의 절차에 관하여는 엄격한 사법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로는 “1)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보호에 초점에 맞추어져 있는 기본권이고, 사법부의 중요한 기능 역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보호에 있는 점, 2) 국가나 지방자차단체는 헌법 제34조 제2항 및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의무가 있고, 3)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의3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보호신청이 있는 경우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복지요구에 관한 조사를 하도록 할 절차적 의무가 있음이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4) 행정청이 사회보장 급부행정에 관하여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사법부가 그에 대한 실체적인 사법심사를 완화하는 이상, 행정청이 그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관계법령에 따라 실질적으로 충실한 심사를 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절차적 통제가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가지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는 청주지방법원이 지난 해 9월, 비슷한 사안에서 “결과적으로 법에서 허용될 수 없는 부적법한 신청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면 그 신청에 대하여 그 단계에서 곧바로 거부처분을 하면 족한 것이지 거기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 것인가를 위한 기타의 모든 사항까지 조사할 의무는 없다”는 취지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한 판결과 대조된다.


 


서울행정법원은 나아가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의3 제1항 제1호 소정의 복지요구조사의 범위와 관련하여, “복지요구조사는 보호신청을 받은 시장·군수·구청장이 관할하는 행정구역 내에서 제공될 수 있는 복지서비스뿐 아니라 적어도 그 직근상급단체가 관할하는 행정구역 내에서 제공될 수 있는 복지서비스까지 조사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만약 신청인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에는 전국단위의 조사의무가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사회복지사업법의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창구(이른바 ‘원스톱 서비스’)의 지위를 확인한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서비스신청제도를 도입할 당시 “지역생활권단위에서 주민들의 복지욕구가 발생할 때, 언제 어디서나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역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서비스 전달체계 간에 효과적인 연계 및 조정방안을 강구함으로써 지역복지서비스 공급의 효율성ㆍ효과성을 극대화하고자” 취지에도 부합하는 해석으로서, 그동안 지역-지역간, 기초자치단체-광역자치단체간 서비스 연계 및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복지서비스가 효과적ㆍ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상당히 변화시킬 수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된다. 


 


인권의 패러다임이 국가의 소극적 역할을 전제로 한 자유권 중심에서, 점차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확장된 개념의 자유권 및 사회권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번 판결이 절차적 위법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고, 사회보장급부의 실체적 내용에 대한 사법심사는 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습한 점은 한계지만, 그 결론의 통제장치로서 사회보장행정의 절차에 관하여는 엄격한 사법심사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사실상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전제로,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사회권 보장을 위한 사법부의 적극적 역할을 밝힌 것이어서, 이번 판결이 앞으로 사회적 기본권과 관련한 사법심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_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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