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변의 변] 억울한 죽음들 – 화성외국인보호소가 방치한 어느 이주노동자의 죽음
2012년 8월 27일, 몽골 이주노동자(A씨)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사망했다. A씨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단속된 지 사흘만이다. A씨의 죽음은 보름이 지나서야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신문기사와 부검결과를 종합하면, A씨의 사인은 알코올 금단 증후군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직후부터 이상증세를 보였다. A씨가 소리를 지르고 철창을 두드리는 등 계속해서 이상 증세를 보였지만, 보호소 측은 식사시간에 진정제를 주었을 뿐, 다른 의료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보호소 측은 A씨를 1인 독거실로 이감시켰고, A씨는 결국 그날 새벽 독거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알코올 금단 증후군은 여러 가지 증상들이 포함되는데, 금단 증상을 가진 사람 20명 중 1명 정도는 진전 섬망이라 부르는 매우 위험한 형태로 발병한다. 심장 발작, 뇌졸중 혹은 사망을 초래하기도 한다. 알코올 금단 증후군으로 심한 구토, 경련 혹은 진전 섬망을 겪고 있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조치라고 알려졌다. 특히 응급 생명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심장 박동, 혈압 등을 세밀하게 모니터링 해야 해서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20%가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이다.
보호소 측은 A씨가 들어오자마자 보호소 진료과에서 검사를 했고 알코올 중독 판정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가 심각한 이상증세를 보이는데도, 응급조치를 취하거나 외부병원에 이송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여 보호소 내에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망사건에서 법원은 수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들이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외국인 강제퇴거(강제추방) 집행을 위한 보호시설이다. 그러나 ‘보호소’라는 법적 명칭과 달리 철창이 있는 구금시설이다. 외국인보호소장은 질병에 걸린 수용자가 있다면, 신체의 자유를 구속당한 수용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조처를 하여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이다. 국가는 구금시설 내 수용자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하여 시설 내 전문의료인력 및 의료장비 배치하여 수용자들에 대한 진료, 검사, 치료 등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처를 해야 한다.
외국인보호소 내 의료실태는 그동안 계속해서 문제 제기가 되어왔다. 환자와 의사 간의 불충분한 통역 문제, 외부병원 진료거부 문제, 응급조치 미흡 등 특히 난민신청자들과 같은 장기구금 수용자의 의료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2011년 외국인보호시설의 방문조사 결과에 따라 법무부 장관에게 외국인보호소 내 기본적 의료인력 배치와 장기보호외국인 등에 대한 정기검진 등 의료서비스 접근권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사건에서 실망스럽게도 매우 소극적인 조사결과를 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20일 만에 진정 각하 결정을 한 것이다. 보호소 측에서 진정제를 처방하였으니 그것이 적절하였는지 여부는 전문가 판단 영역이고 국가인권위가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각하 결정을 하였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가 보호소의 의료실태와 관련하여 스스로 기권코 했던 사항들을 무색하게 하는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접근권 등 외국인보호소 내 수용자 처우 실태가 매우 열악한데도, 최근에는 임신한 이주여성,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미성년자를 구금하는 등 이주민에 대한 단속과 구금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로 10명이 숨지고,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지 5년이 지났지만, 외국인보호소 내 수용자 처우 문제, 단속과 보호소 구금에 대한 법 제도는 별로 개선된 것이 없다. 이주민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단속과 보호소 구금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그리고 A씨의 죽음과 같은 억울한 죽음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호소 내 의료 실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글 _ 장서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