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변의 변] 죽든가 죽이든가 – 소라미 변호사
지난 달 30일 한국인 남편을 흉기로 찔러 상처를 입힌 혐의로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19세)이 구속 수감되었으며 닷새 뒤 결국 한국인 남성은 사망하였다. 90년생인 캄보디아 여성은 2008년 4월에 만 17세의 나이로 36세의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여 이주하였다. 사건발생 당시 임신 석달째였던 캄보디아 여성은 술을 마신 남편의 언어적 육체적 폭력을 제지하기 위해 시어머니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은 남편은 더 격분하여 손과 발로 여성을 구타하였고 그 과정에서 캄보디아 여성은 자신과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흉기를 든 것으로 전해진다.
2007년 7월에는 19세의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갈비뼈 18개가 부러진 채 사채로 발견되어 우리 사회와 베트남 사회를 들끓게 만든 바 있다. 결혼중개업체의 소개로 한국인 남성과 국제결혼을 하고 한국으로 입국한 이주여성을 기다린 것은 지하 월세방에서의 감금과 다름없는 생활이었다. 한 달 후 견디다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베트남 여성에게 되돌아온 것은 남편의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범인으로 검거된 남편은 수사과정에서 “돈 들여 아내를 데려왔는데 자꾸 돌아간다고 해 홧김에 때렸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위 두 가지 사례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결혼이주의 부정적 측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죽든가 죽이든가”
첫 번째 사례의 캄보디아 여성의 구명을 위해 대구지역 시민사회인권단체와 전국의 이주여성인권단체를 중심으로 긴급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수십년간 극심한 육체적 가정폭력 피해를 입어온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경우에도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 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유형적 폭력 피해에 대한 변변한 증거자료조차 없는 이 사건이 정당방위로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두번째 사례의 한국인 남성 역시 10년의 징역형이라는 중형이 선고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간 결혼이주와 관련된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면서 절실히 느끼는 점은 결혼이주 양 당사자인 한국인 남성과 이주여성 모두 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지위에 서 있으며, 그러한 취약한 지위는 때때로 극단적인 구조적 희생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은 사인간의 자유로운 계약의 한 유형으로서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근래 국제결혼 중개 구조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결혼중개업체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시작되었지만 이 역시 사적자치를 침해하지 않는 ‘관리’의 범주에 머무르고 있다. 나아가 국제결혼이 정확한 이해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이루어짐으로써 조기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에 따라 잠재적 국제결혼 당사자들에 대한 교육이 시도되고 있으나, 이 역시 대상에 대한 접근의 어려움,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해당국가와의 협력 체계 부재 등으로 말미암아 쉽게 정책화되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한편 자국 출신의 결혼이주 피해를 우려하여 캄보디아의 경우에는 국제결혼 중단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베트남의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영리가 개입된 국제결혼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현재 영리 목적의 국제결혼 알선을 합법화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며, 국제결혼을 중단하였던 캄보디아의 경우에는 다시 국제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해마다 국제결혼 가정 내에서의 극단적인 폭력 피해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의 논의와 대응은 사적자치의 원칙, 이주여성의 결혼이주의 니즈, 한국인 남성의 가족구성 할 권리 존중이라는 개인주의적 접근에 묻혀 지금 이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제결혼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