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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평등해야 낳는다 _ 차혜령 변호사

 

 

‘초저출산-고령사회’의 도래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출생 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2016년 출생아 수는 40만 6300명이다. 2015년보다 7.3% 감소한 수치이고, 이는 1970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후 역대 최저치라고 한다. 또 다른 출산지표인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데, 2016년 합계출산율 잠정결과는 1. 17명으로 전년보다 5.6%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래로 16년째 합계출산율 1.3 이하인 ‘초저출산사회’이다. 통계청이 ‘4월 인구동향’을 발표한 이후에는 2017년 출생아 수는 38만 명을 넘지 않으리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2017년 14%대 진입이 예상되어 이제 ‘고령화사회(전체 인구 중 노인 7% 이상)’가 아니라 ‘고령사회(노인 14% 이상)’가 된다. 15세와 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도 올해부터 감소한다고 한다. 우리는 ‘저출산․고령화사회’를 넘어 이제는 ‘초저출산-고령사회’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커플매칭 사업과 100조

 

  그동안 아무 대책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2005년「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들고, 2015년 3차까지 5개년의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을 세웠고,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정책을 심의하고, 100조의 예산을 들였다. 그런데 12년간 100조 예산의 대책이 효과가 없다면 그 대책은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있거나 방향 설정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누리집에 올라온 6월 27일 보도자료 ‘사례로 알아보는 우리 동네 출산장려정책’ 첫 장의 주요 사례 두 번째는 ‘용인시의 2040 커플매칭’ 사업이다. 용인시가 ‘관내 거주 20~40대 미혼(초혼) 남녀 대상으로 이성과의 건전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여 건강하고 안정적인 결혼문화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했다고 소개한다. 출산장려정책을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분류하고 우수 사례를 소개한 이 자료집에는 ‘결혼’ 항목에서 ‘혼인 전 건강검진’, ‘예비부부 교실’과 나란히 ‘맞선’, ‘선남선녀 페스티발’, ‘미혼 커플 매칭’을 세부사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저출산 극복을 국정 3대 과제 중 하나로 정했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진표 위원장은 ‘여러 진단이 있지만 저출산의 근본원인이 우리 경제․사회 구조가 고용 없는 성장으로 고착화한 것이고, 결혼을 빨리 해야 출산 가능성이 늘어나는데 결혼이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가 먼저라는 젊은이가 늘어나니까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주목할 것은 출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결혼’을 빨리 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다. 고용 문제를 저출산대책으로 풀겠다는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통계상으로는 비혼과 만혼이 저출산의 원인이고, 혼인은 출산의 선행 지표이므로 혼인율 감소가 저출산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그러니 출산장려정책 중 하나가 ‘결혼’을 ‘빨리’ ‘하게’ 하는 방향이 되는 것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일까.

 

 

 

왜 낳지 않는가? – 당신이 여성이라면

 

  임신과 출산은 여성이 한다. 일차적으로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내 옆에 있는 여성에게 ‘왜 낳지 않는가’라고 물어본다면 가장 간단한 답은 이렇게 되지 않을까. ‘아이 낳기 힘들어서, 기르기 힘들어서.’

 

  한국 사회의 여성은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지자체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통계를 제시하는 지도는 합계 출산율, 출생아수, 조혼인율, 가임기 여성인구수를 동네별로 제시한다. 가임기 연령인 여성은 OO시 OO구의 00000번째 자궁으로 환원된다. (정부 캠페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 결과를 소개한다. ‘혼인율 제고정책은 미혼자가 교육에 투자하는 기간(t1)을 줄여주는 정책과, 미혼남녀가 매칭되는 기간(t2)을 줄일 수 있는 정책, 결혼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계층(결혼시장이탈계층)을 줄일 수 있는 정책으로 구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음’, ‘여성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승하니 하향선택결혼을 할 수 있도록 대중에게 무해한 음모 수준으로 은밀히 관습을 바꾸어야 함’과 같은 대책이 국책연구원의 이름을 달고 버젓이 발표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성 재판연구원은 법원에 임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임신기간은 40주이지만 업무 조정을 위해서 미리 파악해야 하니까. (사법부) 임신을 하려고 하면, 임신할 순서에 따라야 한다. (종합병원 간호사) 임신한 계약직 직원은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재발 방지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자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다. (계약직 노동자) 전철의 임산부 좌석은 ‘미래의 아이를 위한 자리’이다. 임신한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 태아를 몸에 지닌 사람이다. (공공서비스) 최근 추가된 것이라면, 임신한 교사는 자신에 대한 성적 대상화 발언을 견뎌야 한다. (혐오발언)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 홈페이지 이미지 (현재 사이트 수정중)

 

  아이를 낳으면, 다시 신세계가 열린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경력단절로의 위험. 비정규직, 불안정 직종의 수입, 독박육아, 끝없는 어린이집 대기와 온가족이 총출동하거나 휴가를 내서 다녀야 하는 유치원 추첨. 출산과 육아를 하는 여성에 대한 공공연한 혐오표현(‘맘충’). 직장을 다니면 다니는 대로, 다니지 않으면 않는 대로 고충은 끝이 없다. 양육은 누가 하는가. 사실상 남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오랫동안 여성의 일처럼 여겨져 왔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아이 양육이 여성의 몫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아이에게 ‘모유를 직접 먹이는 일’ 외에는 양육에 관한 모든 일들-먹이기, 입히기, 씻기기, 재우기, 놀아주기, 돌보기는 남성도 할 수 있다. 단지 지금까지 제대로 하지 않았고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

 

  임신을 자신의 몸에서 생명을 키우는 일로서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낳아라, 낳아라’ 하는 구호와 달리 우리 사회가 아이를 가진 여성과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그 현실을 안다면 출산은 쉽사리 결정할 수 없고 개인의 희생을 각오해야만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된지 오래이다. 끝없는 예화 속에 펼쳐지는 ‘임신할’ 여성에 대한 도구화와 대상화, ‘임신한’ 여성에 대한 차별(특히 고용상 차별), ‘양육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 양육책임의 여성 전담 구조를 푸는 첫 번째 열쇠는 성평등이다.

 

 

 

평등해야, 낳고 기른다

 

  저출산에서 벗어난 유럽 국가들을 연구하면서 저출산 진입과 반등의 조건을 성평등주의로 접근하는 연구가 다수 있다. 미르스클랴 등의 연구는 20세기 초중반까지는 여성의 인적 개발이 진행될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20세기 후반 이후로는 여성의 인적 개발과 사회진출이 활발한 사회일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은 인간개발지수(HDI)와 출산율 관계의 역전을 보이지지 않는 예외적인 국가들로서 그 원인은 일-가족 양립, 그리고 젠더 평등의 제도를 통해서 인적 개발에 대응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함께 한다.

 

  김영미 교수는 ‘출산과 성평등주의 다층분석’이라는 2016년 연구에서 미시 수준에서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교육, 경제활동, 성역할 태도(선호)를, 거시 요인으로 노동시장 변화(여성의 경제활동, 임금), 제도 변화(출산지원 정책, 일-가족 양립정책), 자녀 및 부모 역할에 대한 태도와 규범의 변화를 꼽은 다음, 국제 사회조사 프로그램 2012 자료의 21개국을 기준으로 미시요인과 거시요인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결과 다음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자녀 수가 적다-그러나 이 관계는 노동시장의 남녀 임금 격차가 낮은 사회에서 완화된다. 여성의 취업은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다-그러나 이 관계는 가족에 대한 공적 서비스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완화된다. 성평등주의적 성역할 태도를 가진 여성일수록 자녀 수가 적다-그러나 이 관계는 성역할에 대한 남녀의 인식 격차가 적은 사회에서는 완화된다.’

 

  이 연구결과를 보고, 앞의 명제에서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여성의 교육수준, 여성의 취업, 성평등주의적 성역할 태도를 뽑은 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여성의 교육 수준을 낮추자, 여성 취업률을 낮추자, 성평등주의를 완화(?)하자’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 유행하는 말처럼 ‘지금은 2017년’이고, 우리는 이미 과거의 사회로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뒤의 명제에서 방책을 찾는 것일 테다.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임금 격차를 낮추고, 가족에 대한 공적 서비스를 확충하고, 성역할에 대한 남녀의 인식 격차를 좁히는 방향 말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보다 긴 안목으로 풀어야 할 장기 과제도 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탈피하는 것, 가족과 혈연으로 이어진 “‘건강’가정기본법”을 넘어서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인정하는 것, 남성노동자 생계부양자 1인을 기준으로 짜인 현재의 노동법 모델을 폐기하는 수준으로 재검토할 것 등등. 초저출산-고령사회는 노동(노동시간,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차별, 돌봄노동 차별), 가족제도(정상가족, 가족구성권, 비혼자의 모성권, 부성권), 주거, 보육과 교육 등 우리 사회의 근본 구조를 되돌아보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패로 판정해도 좋을 지난 10년의 저출산정책의 수정을 위해서 제일 시급한 것은 출산정책에의 평등 관점 장착이 아닐까. 평등해야 낳고, 평등해야 기를 수 있다.

 

 

글_차혜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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