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변의 변] 홈리스를 범죄자로 몰지 말라
극빈과 인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2011년 8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서 하나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빈곤의 현실을 낙인, 차별, 형벌, 배제로 제시하고, 빈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이른바 ‘빈곤의 형벌화 조치’를 네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국가가 과도하고 자의적인 구금과 투옥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흔히 빈곤, 홈리스, 취약함을 범죄성의 지표로 흔히 사용하기 때문에 빈민은 ‘불공정하게’ 높은 빈도로 형사법체계와 맞닥뜨리게 되며, 그 결과 ‘불공정하게’ 많은 수의 빈민이 체포, 구금, 투옥된다”고 특별보고관은 보고한다 (보고서에 대한 발췌 소개는 류은숙, ‘세계의 인권보고서’ 빈곤의 형벌화-극빈과 인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보고서 참조 http://hr-oreum.net/article.php?id=1916).
2013년 가을, 서울에서는, 보고서의 내용을 증명이라도 하듯, ‘홈리스’라는 존재의 징표를 ‘범죄’의 지표로 삼는 경찰의 표적 불심검문이 횡행하고 있다.
9월 4일 용산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러하다. 한 교회가 매주 하루를 정하여 홈리스들 백여 명에게 1인당 구제금 500원을 나누어 주는데, 교회는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고서 구제금을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게 하였고, 옆에 있던 사복 경찰은 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경찰용 휴대용 단말기에 바로 입력해서 신원조회를 했다. 경찰의 신원조회는 홈리스들이 범죄 혐의로 수배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구제금을 받으려는 홈리스들을 대상으로 집단검문을 실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홈리스 당사자가 개인정보를 적게 하는 것에 항의하는 표시로 주민등록번호를 연속된 같은 숫자로 적자, 사복경찰은 정복을 입은 경찰에게 당사자를 인계하고 다시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청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당사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혐의는 공무집행방해. 그런데 이 과정이 얼마나 강압적이었는지 당사자는 힘줄이 끊어지고 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거쳐 1개월간의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 사건뿐만 아니다. 홈리스들이 모이는 급식소, 서울역 광장, 지하철역사 출구, 그밖의 공공장소에서 경찰은 홈리스들을 특정하여 수시로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 표적 불심검문 경험이 있는 홈리스들 중 경찰 신분이나 검문 이유를 들은 분들은 거의 없다. 어떤 분은 하루에 세 차례, 자신이 가는 곳마다 불심검문을 받았다고 말한다. ‘도둑질도 못해서 노숙자로 남았는데 어이없고, 너무하다’고 호소하는 분은 심지어 자고 있는데 경찰이 깨워서 불심검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홈리스라고 무조건 범죄자라로 몰고 보는 불심검문,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한 사람에게 해야 한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의 요건과 절차도 갖추지 않는 불심검문을, 경찰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글_차혜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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