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어떻게 볼 것인가 – 소라미 변호사
공감포커스
국제결혼 어떻게 볼 것인가
소라미 변호사 –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한국사회에서 국제결혼은 1990년 초 한국정부가 ‘연변처녀와 농촌 총각 짝짓기’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 시작되었지만, 국제결혼이 수익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이윤을 얻고자 하는 결혼 중개업자와 특정 종교단체가 개입하면서 급증하였다. 특히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과거에 비해 합법적인 입국경로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체류가 보장되는 국제결혼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다.1)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 국제결혼 건수는 3만 5,447건으로 1991년 5,012건에 비해서는 7배 이상, 2003년의 2만 5,658건에 비해서는 72.8% 증가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총 혼인건수의 11. 4%에 달하는 수치이다.2)
여성이 국제결혼을 통해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현상은 그의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 배후에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계, 송출국과 유입국 사회와 정부, 국제결혼중개업체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 국제결혼 이주가 증가한 원인으로 ① 자본주의 세계체계에서 나라들 간의 불균등 발전과 여성의 상품화, ② 가난과 실업이 만연한 송출국 사회와 자국인의 여성 송출을 장려 또는 방관하는 정부정책, ③ 신부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에서 여성을 충원하려는 유입국 사회와 그것을 묵인하는 정부정책, ④ 국제결혼을 성사시킴으로서 영리를 추구하는 국제결혼중개업체 등을 들 수 있다.3)
특히 한국 사회에서 국제결혼이 증가되는 이유에 대하여는 ① 왜곡된 성 비례로 인해 결혼하지 못하는 남성 수요 급증, ②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의 증가, ③ 경제적 수준이나 문화적 여건으로 한국 여성과 결혼하지 못할 입장에 처한 남성의 증가, ④ 결혼을 빙자한 외국인과의 인신매매성 위장결혼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⑤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정책으로 인해 아시아에서 한국으로의 이주가 관심의 대상이 됨에 따라 이주의 여성화 현상에 따라 결혼을 통한 이주를 생존과 꿈의 대안으로 선택되는 현상으로 설명되고 있다.4)
국제결혼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여성주의 연구자와 활동가 사이에서 그들이 취하는 여성주의 입장에 따라 국제결혼을 바라보는 입장은 다양하다. 젠더 관점을 요청하면서 이주 노동의 성별적 특징을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몸(섹슈얼리티)을 매개로 국경을 넘으며, 이주 후 가족 내에서 가사나 육아와 같은 재생산 노동을 수행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제결혼을 성매매여성이나 가사 노동자, 보모와 동일 선상에 위치한 ‘이주의 여성화’ 혹은 ‘여성화된 노동’의 한 영역으로 간주한다.(김현미, 김은미) 그러나 지배적인 관점은 국제결혼이 표피적으로는 결혼의 형식을 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결혼시장에서 여성의 몸이 교환 가능한 ‘상품’으로 거래되는 ‘매매혼’에 다름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가부장제적인 가족의 필요에 의해 한국사회로 유입된 아시아 여성들은 가부장제적 가족 질서를 재생산하기 위한 통제와 억압의 대상이 된다. (홍기혜, 윤형숙)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제결혼에는 구조적으로 폭력과 인권유린이 발생할 권력의 불평등이 내재되어져 있으며, 이러한 문제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의제이다. 그러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국제결혼 당사자들을 가해자 ? 피해자로 정형화하는 페미니즘 담론은 결과적으로 이들의 결혼을 낭만적 사랑이나 신성한 결혼이라는 우리의 환상을 유지하기 위한 배제적 영역으로 구성할 위험을 갖는다는 지적5)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 네팔의 한 여성주의 활동가는 모든 이주여성이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 되며 이주와 인신매매를 구분하여 국경을 횡단하는 여성 이주자의 다중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는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신매매는 이주과정에서 일어날 가능성을 갖는 하나의 해악에 불과한 것이므로 여성의 이주를 인신매매라는 단일한 틀로 보는 것은 이주라는 더 큰 맥락을 간과하여 여성의 이동성을 제한하고 이주여성을 낙인찍고, 인신매매당한 여성이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6)
결국 국내적인, 국제적인 차원에서 여성의 권리를 촉구하는 이주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인신매매와 이주의 미묘한 차이를 고려하여 구체적이고 다중적인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또한 인신매매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이주와 결혼에 대한 도덕주의적 관심으로부터 분리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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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정선, “글로벌 시대 조정리 마을의 국제결혼 이야기, 그 언어화 할 수 없는 경험들”
2) 김민정, “국제결혼 중개업자들을 통해 나타나는 모습들”
3) 보건복지부,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 및 보건과 복지 지원 정책 방안”, 2005
4) 한국염, “이주의 여성화와 국제결혼”
5) 김정선, 앞의 글
6) Renu Rajabandaru, “Trafficking in Process of Migration: reality & challenges”, 2005
7) Renu Rajabandaru, 앞의 글
이 글은 김정선(이화여자대학 여성학 박사 과정), 김민정(이주여성쉼터 위홈), Renu Rajbandaru (네팔 이주노동자 운동 활동가)님들의 글을 참고·발췌하여 정리한 글입니다.
이후에는 베트남으로 국제결혼 현지 조사 다녀온 글을 연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