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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고] 공감에서의 소중한 인연, 그 아름다움

 





공감에서 변호사 시보생활을 해 보고 싶었으나 일단은 나보다 나이 어린 연수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마감이 다 되어 가는데 2명밖에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이것 또한 인연이 틀림없다 싶어 마지막에 지원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신문이나 잡지에서 공감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공감 소속 변호사님들을 한 번 뵙고 싶었는데 변호사 시보로서 같이 생활하게 되어 큰 기쁨이었습니다.


 


공감에서 이런저런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의견서 등을 쓰면서 아직도 법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법이란 것이 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일진대,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권력 내지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뻔하고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약자에게는 법이 무기가 아니라 자신을 옥죄는 사슬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군대에 보낸 자식이 사망하여 애를 태우는 아버님이나, 무허가 비닐하우스 촌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는 분 등 직접 의뢰인들도 면담해 보고, 공익 제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한 분의 사건 기록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정의롭게, 아니 그렇게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양심에 반하지 않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해 봅니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시는 분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인지, 법이란 것을 가지고 과연 이 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으며 사회가 나아지는데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인지 회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장에 큰 변화는 일으킬 수 없더라도 맡은 바 자리에서 꾸준히 자신의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공감에서 일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왜 법을 공부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내가 스러질 때까지 그 동안 배운 법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게 됩니다


 


목민심서 형전(刑典)에 보면 “옥사를 처단하는 요령은 밝고 삼가는데 있을 따름이다.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이 나 한 사람의 살핌에 달려 있으니 어찌 밝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또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이 나 한 사람의 생각에 달려 있으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큰 옥사가 만연하게 되면 원통한 자가 열이면 아홉은 된다. 내 힘이 미치는 대로 남 몰래 구해 준다면 덕을 심어서 복을 구하는 일이 이보다 큰 것이 없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형사사건에서의 사형, 무기형은 물론이고 단순 유죄 판결도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인 것이 될 수 있고 민사사건의 경우에도 사소한 오판 하나가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상기할 때 법조인은 항상 자신이 하는 일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책을 읽고 학문을 연마하는 것이 아닌, 실제 사건에서 법을 다루는 것은 지독히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사건 기록을 보면서 또 준비서면을 작성하면서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공감에서의 변호사 시보생활도 이제 10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 제가 해야 할 일도 다 마무리 짓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되고 이제 이렇게 자유롭고 편한 사무실을 떠나 검찰 시보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걱정되기도 합니다.


 


먼저 지도변호사님으로서 항상 세세한 것까지 친절히 가르쳐 주시고 많은 깨달음을 주시는 김영수 변호사님께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항상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신 소라미 변호사님, 책과 술을 사랑하시고 의뢰인과의 상담에 늘 열심이신 정정훈 변호사님, 큰 보폭으로 사무실을 활보하시며 언제나 기록에 파묻혀 계시는 차혜령 변호사님, 첫 출근 때 함박눈 속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던 유창한 영어실력의 황필규 변호사님, 다큐멘터리 영화제 때 사회를 보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 주신 장서연 변호사님, 미국에 계셔 뵙지 못해 아쉬운 염형국 변호사님, 마지막으로 전은미, 안주영 실장님과 함께 지낸 인턴 여러분까지 모두들 너무 고맙고 소중한 만남이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이런 소중한 인연들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밖을 보니 눈이 아주 소담스럽게 내리고 있습니다. 1월 4일, 공감 첫 출근 때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창덕궁 길을 따라 공감 사무실을 찾던 때가 떠오릅니다. 공감의 3층 사무실에서 바라본 눈부시게 하얀 세상, 그 명징한 아름다움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
 


                                                    글_ 정상희 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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