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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로 전하는 내 마음 속의 평화_ 가람

쉼표하나

꽃 한 송이로 전하는 내 마음 속의 평화

가람_전쟁없는 세상

 
  손바닥만한 하늘. 빽빽한 빌딩. 시큰한 매연 섞인 공기. 사람들의 종종거리는 발걸음. 두 발 딛고 서 있기힘든 출퇴근 지하철과 버스. 그 중 한 버스에 올라 스-읍 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자, 일상으로의 회귀다.”

 출근 시간대의 대중교통은 혼잡하다. 갈아타는 곳에서 25분을 기다려서야 겨우 도착한 버스는 미어질 듯 빵빵하게 배를 채우고 힘겹게 달리다 정류장에서 멈추기가 바쁘게 출발을 서두른다. 슬슬 밀려나가는 버스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노선을 물었다. “** 방향 맞나요?” “아~ 안가요!!” 되돌아오는 건 잔뜩 찌푸린 아저씨의 얼굴과 짧은 고함. 아니, 안가면 말지, 소리는 왜 지른담. 노선표를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좀 물어볼 수도 있지. 게다가 사람이 물어보는데 차는 위험하게 멈추지도 않고. 최소한 건너편으로 가라던가, 길도 잘 아실 텐데 뭐 짧게라도 알려주면 안 되나. 차도 25분이나 늦게 와 놓고선. 승객이 많아서 힘들긴 하겠지만 서비스 진짜 꽝이다. 아~ 아침부터 진짜..

 점심시간이다. 친구와 밥을 먹으러 구내식당으로 갔는데,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한참을 기다려서 식권을 사고 또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밥을 받아들었다. “저, 아주머니, 밥이 너무 많은데요- 조금만 덜어주시면 안될까요?” “아, 그냥 먹지 뭘 또~!!” 거의 밥그릇을 빼앗다시피 가져가서 주걱으로 밥을 푹 덜어내고는 다시 던지듯 식판에 내려놓는다. “아.. 남길 것 같아서요, 저- 그리고 죄송하지만 혹시 이거 고기인가요?” “뭐, 이거? 이게 뭐냐~? 몰라! 자 다음!” “아-네.. 감사합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오죽 힘드시겠나 싶어서 그래도 웃으며 감사인사를 하고 쫓기듯 밀려 돌아섰는데 그 자리를 벗어나 자리에 앉고 생각해보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 아니,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음식물 쓰레기 만들기 싫어서 먹을 만큼만 달라는 거였는데. 그리고 고기를 안 먹으니까 혹시 고기반찬이면 버리게 될 거 안받아오려고 한 건데. 진짜 사람들 팍팍하게 왜 이러니.

 밥을 먹으며 오늘 식당 아주머니의 서비스가 영 꽝이라는데 합의를 봤다. 아침에 만났던 버스 기사 아저씨 이야기까지 합세해서 ‘다들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서비스업인데 그렇게까지 불친절하실 필요는 없는 거 아니냐’고 중얼중얼. 그러다 문득 떠오른 파아란 기억 한 조각.

 지난 7월, 독일의 한 도시, 그 안의 작은 마을에서 5일 동안 국제회의가 열렸다. WRI(War Resisters International;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라는 국제 평화단체에서 매년 개최하는 이 국제회의에 한국에서 평화인권 활동가 친구들 5명과 함께 참여를 했다. 세계 이곳저곳에서 날아온 평화인권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활동과 경험을 공유하고, 비폭력 action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둘째 날이었나, 오전 세션이 끝나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께서 그날따라 유난히 퉁명스럽게 대하시는 거다. 뭐 그렇다고 밥 먹는데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그냥 기분이 안 좋으신가보다’ 하고 넘겼다. 식사가 끝나고 다들 식당 앞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고 나도 그 중 여성 활동가들만의 공간, ‘Women’s Group‘ 사이에 끼어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때 어떤 분이 마침 식당 아주머니 이야기를 꺼내신다. “오늘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께서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시더라고요.” 다들 그 분위기를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힘든 일이 많으신가 봐요. 그래서 말인데, 기운 내시라고 우리가 꽃을 좀 가져다 드리면 어떨까요?” 그 순간, 머리 위에 있던 구름 한송이가 뚝 떨어져 ’퐁‘ 내 머리를 시원하게 씻어 내리는 것 같았다.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꽃 한 송이를 전해주는 마음.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사람들. 대가를 지불하고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해타산 관계에서 벗어나서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을 먼저 보는 사람들. 그 순간 그녀들의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사고의 흐름이  아름답고, 또 부러웠다.

호흡을 가다듬고 나의 마음을 차근히 되돌아본다. 나는 무엇에 짜증을 냈던 것일까. 그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난 것이 아니라, 이미 내 마음속에 존재했던 것이다. 그걸 좋은 기회를 이용해 재빨리 그 사람 탓으로 돌려버리면 그만. 하지만 내 마음 안에 짜증이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그 사람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진정으로 가슴 깊은 곳까지 평화로웠기에 상대방의 아픔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그 아픔을 공감해 줄 수 있었던 그녀들처럼.

이 답답한 빌딩들이 나를 압도하게 두지 않으리라. 이 텁텁한 공기들이 나를 숨 막히게 하도록 두지 않으리라. 내 깊은 곳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평화로운 물결이 자연스럽게 흘러넘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리라. 내가 한 뼘 여유로워지면 세상도 한 뼘 여유롭고 아름다워지니까. Peace to every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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