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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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2. 노숙인사건 이후
지난 1. 22. 서울역에서 한 노숙인의 사망을 이유로 노숙인들이 집단으로 ‘난동’을 부린 사건이
대부분의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경찰측의 발표내용과 언론에 보도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2005. 1. 22. 18:00경 서울역사 동쪽 출입구 화장실 입구근처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철도공사의 서울역무팀장과 공익요원들은 즉시 119구조대에 신고를 하고, 119구조대가 도착을 하는 서쪽 출입구 쪽으로 손수레를 이용하여 쓰러진 사람을 옮겼으나,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이미 사망하였다. 같은 날 18:10경 변사자가 발생하였다는 서울역 공익요원의 112신고로 변사사건 처리를 위한 감식반원들이 출동을 하였으나, “서울역 공안원이 노숙인을 때려 죽였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노숙인단체의 대표자와 경찰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약 200여명의 노숙인들이 공안원에 대한 타살을 인정하고 공개사과를 하라는 요구와 함께 공공장소에서 집기 등을 부수는 ‘난동’을 부렸다. 사망의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결과 폐결핵으로 인한 사망으로 확인되었다.
사건 직후 대다수의 언론에는 하루 2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노숙인들의 집단‘난동’을 부린 사실을 들어 노숙인문제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대다수의 언론이 한 사람이 거리에서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과 그 배경에 대한 내용보다는 오히려 노숙인들의 난동과 이로 인한 서울역 이용객들의 불편함과 두려움이 다소 과장되게 보도함으로서 노숙인에 대한 인식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경찰은 구속수사 방침을 정해 사진채증된 ‘난동’가담자들을 검문하고 연행하기 시작했으며, 한 중앙일간지는 사설에서 “노숙자 밀집구역에 대한 경찰의 순찰을 강화해 이들의 비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서울시는 기다린 듯 노숙인대책으로 강제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내놓았다.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사실상 ‘감금’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노숙인문제와 관련해 이러한 접근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작년 7월경에 철도공안의 단속과정에서 노숙인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도 경찰은 합리적인 혐의없이 노숙인을 용의자를 체포하여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공권력, 공공장소를 관리하는 역무원, 공안들의 편의와 승객의 쾌적함만이 있고, 같은 시민으로서 이웃으로서의 노숙인은 없다. 노숙인은 우리사회의 ‘2등시민’으로만 존재할 뿐이고, 시혜적인 보호의 대상이 될 뿐 최소한의 주장도 권리의 권리의 남용으로 비춰진다.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들 – 이제는 하루한명 죽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한명 노동하기 위하여
최근 서울역 당국과 경찰의 발표와는 다른 새로운 목격자들의 진술이 나오고 있다.
최초 발견시점과 장소가 애초의 발표와는 차이가 있으며, 노숙인이 사망하기 한두시간 전 이미 철도공안과 공익요원들에게 인지되었고, 이들이 그의 신병을 인수하였다는 점, 발견초기에 응급조치 없이 일단 역사 밖으로 격리시킨 사실, 최초 발견시 한 시민이 119신고를 했음에도 119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은 점 등 의혹이 제기되고 이와 관련한 진실조차 아직 명확하지 않게 된 셈이다. 서울역당국은 노숙자들이 역사내로 모이면서 열차승객과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피해를 주는 사례들이 빈발하다는 판단하에 단속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노숙자들과의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역사를 이용하는 노숙자들과 이들을 단속하는 철도공안들과 공익요원들 사이에 긴장관계는 있어 왔다. 새로운 목격자들의 진술로 볼 때, 이러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서울역당국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하여 노숙인대책과 관련하여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며칠 전인 12일에는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노숙인의 49재가 동료노숙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고 한다.
이 추모제에서 ‘1.22. 사망노숙인실태조사 및 근본대책마련 연대모임’은 그동안의 사망진상조사와 노숙인환경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노숙인노숙인 사망의혹사건의 전면 재조사, 응급의료 체계마련, 응급상황대처 및 노숙인 인권 옹호를 위한 ‘SOS센터’의 설치, 노동권과 주거권 보장을 중심으로 하는 근본적인 노숙인대책 마련 등을 주장하고 관계기관에 대책마련을 요구하였다.
거리에서 한 사람이 죽었다.
우리사회의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잠시 낙오하여, 병든 몸으로 힘겹게 거리생활을 하던 사람이 가장 사람이 많이 모여 있던 장소에서 몇 시간의 방치 속에 죽음을 맞이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보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시선에서, 나는 아직 체온을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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