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단체활동담]

– 장애여성공감과 춤추는 허리배우 박주희

 장애여성공감과 춤추는 허리

이 땅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살아가는 장애여성들의 인권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장애여성들의 경험과 차이를 존중하며 장애여성 인권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장애여성공감.
그 안에 장애여성의 경험을 연극으로 알리기 위해, 오늘도 연습공간을 찾아 헤매며 공연을 만들어가는 장애여성 연극팀 춤추는 허리(이하 춤허리)가 있습니다. 춤허리는 장애여성인권운동정신을 바탕으로 장애여성의 현실과 나아갈 바를 연극을 통해 드러내고, 예술에 대한 끼와 열정을 가진 장애여성들의 능력을 사장 시키지 않고 개발해 냄으로써 이 시대의 문화예술의 주역이 되고자 2003년 결성되었습니다. 장애여성인권운동에 관심이 있고 연극에 대한 열의를 갖고 있는 여성이라면 장애, 비장애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 활동 할 수 있는 춤추는 허리는 현재 10명의 배우와 스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춤추는 허리’라는 이름은 다양한 여성들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기준과 틀을 정해놓고 그 틀에 부합하는 사람들만을 정상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 틀을 깨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누구를 막론하고 나는 나로서 가장 존귀한 존재인데 세상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주어진 환경이 어떠하건 나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누릴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회적 미의 기준에 부합 되지 않는 장애여성의 몸은 그 자체로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다운 몸인 것입니다. 어느 예술가가 그 다양한 장애여성 몸을 흉내 낼 수 있을까요ς 흉내를 낸다면 그것은 흉내에서 그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애여성으로서의 삶 자체가 바로 우리의 자산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 자산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예술세계의 혼을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장애여성의 권리 찾기는 그래서 더욱 처절할 수밖에 없는 건지 모릅니다. 그 처절함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우리는 알아야 하며 그래서 더욱 뜨거운 예술세계를 표현해 낸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6년 전,, 장애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장애여성의 이야기를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예술의 영역에는 연극만이 아니라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부담이 있었습니다. 글쓰기 역시 정규교육에서 배제당한 장애여성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손에 장애가 있는 여성에겐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극이란 무대 위에선 우리의 몸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녀들의 감정은 서로 다른 몸을 통해서 아름답게 뿜어져 나왔습니다. 연극은 현장에서 사실적인 연기를 직접 표현함으로서 대중들에게 더욱 실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과 매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당시 2002년 장애여성난장을 통해 대중적인 끼와 재능을 발견한 많은 장애여성들이 연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 풀어내기를 갈망했기에 우리의 연극팀 결성은 무척 자연스런 것이었습니다.(그러나 배우 분들 중에는 글 쓰는 실력이 훌륭한 분들도 많아서 이처럼 글 청탁을 받기도 한답니다.^^)

장애여성의 허리가 춤을 춥니다.

춤허리는 2003년부터 매년마다 정기공연을 해오고 있으며 활동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공연 요청을 받아 영화제나 대회 등에서 개, 폐막식 초청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기 공연은 장애여성 당사자들의 삶을 표현해내는 <워크샵>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주제도 대사도 다 배우들의 경험과 표현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대사와 동작을 찾습니다. 중중장애여성도 언어장애가 있는 장애여성도 춤허리에서는 멋진 배우로 무대에 섭니다. 현재는 지체장애여성 중심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장애를 가진 여성들과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우리의 몸짓은 비장애인 배우들의 잘 다듬어진 그것처럼 화려하진 않습니다. 우리의 언어 역시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야 알아들을 수 있고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장애극복신화적인 차원의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께서 꼭 잊지말아주시기를 바라는 것은 장애는 극복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가끔 매스컴에서 운운하는 장애극복 어쩌구 하는 말들은 장애를 부정하는 표현이며 그것은 곧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부정하는 것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것도 부정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대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비장애인들로서는 표현해내기 어려운 진정한 예술의 세계를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창조 해 내는 것입니다. 장애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 가가 중요한 것임을 우리 모두 잊지 맙시다.    
이런 우리들의 춤사위는 분명 정해진 것은 없었습니다. 큰 테두리만을 정하고 그 안에서 우리들 가슴 속 깊이 침몰 되어 있던 엄청난 끼와 자아를 춤의 형태를 빌어 과감히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지요. 춤허리는 다양한 여성들이 어우러져 저마다의 몸과 몸짓으로 우리들의 목소리를 무대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그 진정성을 표현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춤추는 허리에게 딴스홀을 허하라!!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장애인들은 대중예술에 접근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아직도 접근권과 향유권에 대한 어려움은 여전합니다. 연극 한 편을 보려 해도 휠체어 장애인이 대부분인 우리들로서는 높은 턱과 많은 계단을 감수해야만 가능한 현실입니다. 공연을 많이 보는 것이 최고의 공부라는데 늘 속상합니다.
연습장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냥 싼 지하 연습실 구해서 연습하면 얼마나 좋을까요ς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다양한 장애를 가진 여성이 불편하지 않도록 계단도 턱도 화장실도 신경써야 합니다.
6년을 공연하며 굴렀는데 장애여성극단. 임을 인정해 주는 곳도 드뭅니다. 장애인문화예술정책이 종합적으로 수립되고 지원책이 강화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렇듯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문화예술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우리의 인권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춤허리는 우리가 가진 어려움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장애여성이 연습하고 춤추고 공연을 볼 수 있는 딴스홀을 허하라! 계속 요구할 것입니다.

새로운 무대를 찾아 떠나는 춤추는 허리

지금까지 춤허리는 6년의 세월 동안 장애여성 삶의 현실을 다룬 장애여성의 폭력, 독립, 성, 생애 등을 통해 장애여성의 현실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만의 독창적인 예술로 표현하는 작업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장애여성들의 끼의 세계를 더욱 다양하게 펼쳐 보일 수 있는 진정한 문화예술의 세계로 나가고자 합니다.
결성 후 몇 년 동안 기획은 춤허리에서, 연출은 외부담당으로 진행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애여성이 연극 무대에서 배우의 역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연출과 스탭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6년 하반기 부터는 직접 연출까지 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장애여성 연극아카데미를 진행하며 더욱 더 연극의 이론과 실기를 익혀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는 10월에는 연극 페스티발을 통하여 그 모든 것을 승화시키고자 합니다. 우리의 연극은 동정과 시혜의 연극이 아닙니다. 장애 극복 신화적인 연극은 더더욱 아닙니다. 춤허리 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예술세계를 표현해 내고자 하며 또한 그 예술세계가 통하는 사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잊고 살아왔던 장애여성 ‘예술의 혼’은 춤추는 허리로부터 시작되어 더 넓게, 더 크게 뻗어나갈 것이며 불타오를 것입니다. 자아에 도취 된 듯한 그녀, 온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하던 그녀, 무대에서 몸으로 표현 하는  자체가 마냥 즐거운 그녀, 언제나 스스로의 흥에 겨운 그녀, 힘들어도 춤이 좋은 그녀 그녀들……그녀들은 바로 장애여성 우리 자신들인 것입니다.

* 춤추는 허리, 멋진 그녀들의 기록

– 장애여성공감 난장2002 <나는 장애를 가진 여성이다.>
– 2003년 장애여성공감 연극팀  <춤추는 허리> 결성
– 2003년 1회 정기공연 <갑자기>
– 서울여성영화제 폐막식 초청공연 <안녕, 발톱>
– 2004년 2회 정기공연 <여기에 있긴 있는데 여기 있는게 안보여ς>
– 2005년 3회 정기공연  <너 지금어디야, 무슨 춤을 추고 싶니ς>
– 세계여성학대회 전야제 초청공연 <그녀가 온다>
– 2006년 4회 정기공연 <나 여행 간다>
– 2006년 11월 청주 성폭력상담소 초청공연<여기에 거기에>
– 2007년 초청공연_시흥자립생활센터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
– 2007년 1회 거리공연 <소풍>
– 2007년 초청공연_시청앞 밤마실 <새벽 2시, 장애여성 둘>
– 2007년 초청공연_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반성폭력 문화제 <아무도 없다.>
– 2008년 2회 거리공연 <우리들만의 명절>
– 2008년 1회 장애여성 연극아카데미
– 2008년 10회 안티페스티벌 <그녀가 온다>
– 2008년 1회 장애여성 연극축제 (10월 예정)

* 장애여성의 경험을 무대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여성분들에게 언제나 그 문이 열려있습니다. (02-441-2384 박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