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공감입니다- 제6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탐방
[똑똑 공감입니다]
‘다시 봄’ 그리고 ‘함께하기’
– 제6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찾아가다 –
공감대를 형성 한다는 것.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사고를 주변인 혹은 사회와 공감하고 그것이 파급력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상대를 직접 만나거나, 대화를 통해, 포럼을 통해, 각종 홍보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와중에 여기 영화를 통해 소통하고 하는 한 단체가 있다. 우리도 인권을 보장 받을 권리가 있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염원을 모아 직접 영화를 제작하여 소개하고자 하니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영화제가 있다. 바로 제6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그러하다. 몇몇은 벌써 6회나 진행되었냐는 의문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묵묵히 오늘까지 자리를 지키며 일반인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해 왔다.
한눈에 시선이 가는 산뜻한 녹색포스터에는 ‘다시 봄’이라는 기분 좋은 멘트까지 적혀있어 여느 영화제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자세히 포스터를 들여다보니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장애인 생존권 10대 요구안’이 빼곡히 적혀 있고 우리에게 ‘차별에 저항하라!’라고 말하고 있었다. 6회를 맞이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영화를 통해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자기소개 부탁해! –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4월20일 장애인의 날이 동정으로 바라보는 날이 아닌 인권으로서의 접근을 위해 만들어졌다. 2003년부터 시작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였다. 2008.4월4일~6일까지 중앙시네마 3관에서 총 29편이 상영되었으며 개막하는 날에는 역대 상영작을 다시 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오늘날은 장애인의 입장과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미디어가 주류언론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소외의 기존시각을 바로잡아야 할 언론 미디어가 도리어 장애인을 ‘동정과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 비극적인 존재’ 또는 ‘장애를 극복한 용기 있는 존재’등의 이미지로 제시하여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자 당당한 주체로 나서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고 장애인 역시 문화적 활동에 참여하는 현실은 관객이상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문화적 활동의 접근권에서부터 배제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 시대에 맞서 장애인의 삶이 누구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모습이 아닌,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장애인이 자기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써 미디어를 활용하고 사회적인 구조들을 만들어가는 일환으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번 6회 영화제는 기존 영화제들에 비해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우선 5회 때 까지는 100명이 채 못 들어가는 강의실에서 진행해 왔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극장에서 상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작년까지 슬로건이 없었지만 올해는 ‘다시 봄’이라는 슬로건도 만들었다. ‘다시 봄’은 지난 영화제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자는 뜻이 있다고 한다. ‘봄’이라는 단어가 희망을 주듯, 희망과 용기를 갖자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제에 소개되는 영상물들은 2003년도 지체장애성인 영상미디어교육으로 시작한 장애인미디어교육을 통해 제작되었다.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되어 있는 지금, 장애인이 자기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구조들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인은 미디어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영상 교육을 통해 사회와의 의사소통 혹은 자신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자기표현과 자존감 및 자신감을 형성하는 과정으로서 커뮤니케이션 확보와 권리를 찾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 다른 시선 , 같은 생각 –
좀 더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ς 눈높이가 다르면 바라보는 세상도 다른 걸까ς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바라보는 눈높이에 따라 차별을 하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일반인과 같은데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있다고 해서 당해야 하는 부당한 차별들. 영화제는 이러한 우리의 편견에 일격을 가한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도 당신과 다르지 않다고. 장애인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은 우리가 보기에 조금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촬영기법, 각도 등 모든 면에서 우리가 봐왔던 영상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각도만 다를 뿐, 그들이 보여주는 일상의 삶과 행복에 대한 정의는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제 개막식은 조금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개회 선언을 시작으로 제6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막이 올랐다. 영화제 집행위원 박흥구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인 복지시설, 인권에 대해 잘 완성되어가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장애인들이 얼마나 차별을 심하게 받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어렵게 제작된 영상들을 통해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권사랑방의 김일숙님 역시 영화제 개막 축하메시지를 통해 빈 좌석이 많은 것이 안타까워하며 영화제가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들, 인권을 어렵게 생각하고 빠져 나가기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소통의 통로로써의 역할을 잘 감당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심사를 맡은 박영희님은 심사평을 통해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누구나 같겠거니, 장애인이라면 다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장애인도 각자의 정체성이 있으며 이것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밝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축하공연으로 장애인 노래 모임인 ‘시선’에서 두 곡의 노래를 선보였다. “앞만 보면 안보이잖아. 우리 가던 길 잠시 서서 옆을 쳐다봐. 희망을 바라보기 힘든 세상, 희망을 저버릴 수 없기에…” 가사가 구슬프게 들려왔다.
곧 개막작이 상영되었다. “장애인센터에서의 소중한 생활‘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장애인센터에서 생활하는 조규준, 김춘식, 권의선, 최순호님이 직접 연출하고 촬영한 작품이다. 17분이라는 짧은 영상 이였지만 직장 안에서 일을 하면서 꾸는 꿈, 희망들을 본인들이 직접 촬영, 인터뷰 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연출가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그들이 말하는 행복은 너무나 단순한 것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느끼기에 아직도 편견이 많다며 편견이 사라질 때까지 영화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굳은 의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 함께해서 행복합니다 –
극장은 장애인들이 영화를 보기에 결코 편한 곳이 아니었다. 좁은 통로를 따라 어렵게 휠체어로 맨 앞자리로 나오는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들이 눈에 띄었다. 힘들 법도 한데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일하는 박지영님(21세. 대학생)은 평소 인권과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기꺼이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며 밝게 웃었다. 공감에서 왔다고 하자 황변호사님을 안다며 더욱 밝게 웃어주셨다. 알고 보니 지난 3월 달에 열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 위원회 인권세미나에 참석했었던 것이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장애인 이동권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되었다는 그녀는 이번기회를 통해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 더욱 공감하게 되었다며 힘들지만 너무 뿌듯하다고 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최재호님과도 짧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장애인이 연출한 작품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일반인들이 몰랐던 부분들을 관객들이 알고 갈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고 뿌듯함을 느낀다는 그는 영화제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특별히 어려운 문제는 없고 가장 큰 문제가 재정문제라고 했다. 후원이 일정하지 못하다보니 애로사항이 많다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모임인 420장애인차별철폐 공동 투쟁단에 소속되어 있는 그는 장애인이 동정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같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주체라는 인식을 만들어가기 위해 영상매체를 통해 일반인이 쉽게 문제에 접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한 그는 인권은 보편적인 권리인데 그것마저도 장애인은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부터 시작해서 주거 권리 등이 제대로 지원 되고 있지 않다며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우며 이러한 현실을 모두가 알고 고쳐나가는 세상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했다. 무엇보다 차가운 시선이 아닌 같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동반자가 되었으며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해바라기님과의 만남 이였다. 지적장애여성인 해바라기님은 공장 동료들로부터 약 2년간 수차례의 성폭력과 왕따를 경험했고 해바라기님은 불면증 등의 후유증을 겪었다. 성폭력 사건은 재판에 회부되었으나 재판부는 지적장애여성의 진술에 대해 충분한 신빙성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은 무죄가 선고 되었다. 이러한 해바라기님이 상담과정에서 그린 그림과 나레이션으로 구성된 영화는 해바라기님이 겪었을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가 여실히 들어난다. 실제로 영화제에 방문해주신 해바라기님을 위해 우리는 같이 가면을 쓰고 해바라기님께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며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함께하고 있었고 그래서 참 행복했다. 내가 한 일은 고작 얼굴을 보여서는 안 될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해바라기님을 위해 가면을 썼던 것, 그리고 짧은 메시지를 남긴 것이 전부다. 이 작은 배려로도 그들을 위로할 수 있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우리는 그들에게 엄청 큰 도움을 줘야만 한다는 부담감에 휩싸여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한시적인 큰 도움과 더불어 그들과 지속적으로 함께하며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것 자체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여러분들도 이 행복에 동참하지 않으시겠어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장애인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씌어주고 사랑과 봉사의 허울로 장애인 차별의 사회구조를 강화시키는 장애인의 날 행사를 거부하며 이 날은 진정한 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날로 만들기 위해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구성했다. 공동투쟁단은 4월20일이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임을 선포하고, 매년 3월 26일부터 5월1일까지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구조를 철폐하는 다양한 투쟁을 진행한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역시 이 활동의 일환이다. 또한 거리에서 국민들에게 장애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사회구조를 알려내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장투쟁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나가고 있다.
취재: 노민아, 이민하, 이우람 공감7기 인턴
사진: 이우람 인턴
정리: 이민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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