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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만나고싶었습니다_ 노인학대예방센터 정문영 단장

[만나고싶었습니다]

노인학대, 30년 후의 당신의 모습

 – 강원도 노인학대예방센터 시니어 상담원

정문영단장을 만나다

 老人, 한 시대의 주역이었을 그들이다. 든든한 부모였고, 성실한 근로자였을 것이다. 이제는 세월을 입어 노인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사람들, 그들 중 누군가는 감금과 폭행으로 얼룩진 슬픈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노인 인권을 위해 그들 스스로 무대에 섰다.
10월 4일 강원도노인학대예방센터에서 주최한 노인인권연극제. 노인들이 직접 연극 배우가 되어 노인학대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렸다. 10월 17일 강원도 춘천에서 연극제 단장을 맡았던 강원도 노인학대예방센터 시니어 상담원 정문영단장을 만났다.

  

   (사진1. 정문영 단장)

직접 무대에 서게 된 동기
“우리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니어 회원이 40명 정도 되는데, 어딜 가나 그 중에 끼가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3개월간 1주일에 두 세 번씩 모여서 연습을 했죠. 물론 각본 쓰고 연출하고 그러는 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지요. 마침 춘천에 소극장이 생겨서 여러모로 여건이 좋았어요. 처음에 아이디어를 낸 건 이은하소장이었어요. 그 친구가 아주 적극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아.”

왜 연극인가
“여기서 3년 동안 활동을 해왔는데, 노인학대 관련해서 홍보활동을 여러가지 해왔어요. 경로당을 방문해서 ‘보호단체가 있으니까 억울함을 참고 견디지 마시고 단체의 도움을 받으세요’라며 방문교육을 하기도 했고, 거리에서 어깨띠 두르고 캠페인도 했었고, 지역 행사장에서도 홍보를 하고, 톨게이트에서 효사랑 팜플렛도 나눠줬고…. 근데 그걸로는 부족한 걸 느꼈어요. 좀더 알리는 방법이 없나 싶었죠. 노인은 피해자 아닙니까.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연극은 관객이 다양하잖아요. 그러니까 젊은 친구들도 많이 볼테고…… ‘30년 후의 당신의 미래가 아니겠느냐’ 가해 중년층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사진2. 노인인권연극제 2007.10.4)

완성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려움이라……단원들이 너무 적극적이어서 문제였지. 과해요. 너무(웃음) 좀 잘해보자는 생각에서 남이 하는 것 보고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했던 거죠. 나쁜 의미는 아니었지만 서로 고집도 있고 하니까. 그게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지.”
 

 

 (사진3. 노인인권연극 장면)

관객의 평가는
“언제 그렇게 연습을 했냐면서 칭찬을 해요. 상상외로 잘했다지. 사실 총연출 맡은 분도 처음엔 회의적이었어요. 근데 공연 땐 잘 해냈단 말예요. 공연장 밖에서 퍼포먼스도 했는데, 뭐 이를 테면 자식들한테 거는 전화가 다 불통이고, 창살에 갇혀 방임 당하고 있는 상태 같은 거요. 현대판 고려장의 모습 아닙니까. 관객들이 그런 걸 보고 ‘아이구, 불쌍해라’ 하면서 어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더군요.“ 

연극을 비롯해서 노인학대관련활동의 성과가 어떤지
“2005년엔 240건의 신고가 있었는데 그 중에 노인학대로 볼 수 있었던 건 104건이었어요. 근데 2006년엔 총 883건의 신고 중에 781건이 노인학대였단 말이죠. 1년 사이에 실제 학대가 그렇게 늘었을 리는 없고, 노인학대 관련해서 이런 저런 활동이 있다 보니까 신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았나 싶어요.
예전엔 내 집안 문제인데 왜 남한테 얘기하나 싶어서 자식한테 맞아서 생긴 상처도 ‘계단에서 넘어졌어’라면서 어물쩍 넘기고 쉬쉬하고 했었는데 우리가 ‘그래선 안된다. 당하고 힘에 겨운 경우라면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라고 계속해서 설득해와 그런지, 이렇게 신고건수가 늘어나는 열매도 있고, 보람을 많이 느껴요.”

 (사진4. 노인인권 관련 퍼포먼스)

어떤 사례가 있나
“지금 노인 세대들이 여유있게 자식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허덕이면서 키워놓은 거라서 노후대책이 없어요. 근데 그런 자식들은 바쁘고, 손주들 키우는데 돈을 다 쓰니까 부모들 용돈을 잘 주지도 않고, 그래서 한 할머니는 폐지, 빈 박스를 모아 팔아서 용돈을 마련해왔어요. 그런데 자기 몸관리를 제대로 못한거죠. 손발도 깨끗이 못하고 집에 들어오면 며느리나 손자가 불결하다고 구박을 한 거예요. 그래서 집에서 나와 경로당 빈방에서 생활을 해왔죠. 자식들을 만나서 말했어요. ‘지금 당신들은 팔팔해서 이렇게 잘 살지만, 완벽한 노후대책이란 없을 텐데 당신 자식들이 보고 배운대로 그대로 나중에 한다면 어떻겠냐’고 말이죠.

더 심한 경우도 많죠. 강원도 순박한 사람들이 어쩜 이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심한 학대도 있어요.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있다고 보살펴달라면서 신고가 왔길래 거기로 가봤죠. 산다는 곳에 가보니까 방이라는 게 농기구를 놔두는 창고예요. 곰팡이 냄새가 가득하고, 전기장판은 있는데 코드는 고장 나있고, 이불도 시꺼먼 누더기에, 술병이 널부러져 있어요. 알고 보니까 가족도 없고 오갈데 없는 노인이 한 집에 찾아가서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했대요. 그래서 그 창고에서 자게 했는데, 그 다음날 이 노인이 갈 곳이 없다면서 ‘내가 아직 수족이 성하니 이 집 일을 해 주겠소’라며 재워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근데 주인이 보니까 이 노인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겠다 싶어서 면사무소에 그 노인을 수급자 등록 시켜놓고, 생활보조금을 떼어먹고 일은 일대로 시켰다는 겁니다. 근데 노인은 이 집 주인이 가끔 술도 주고, 담배도 주니까 고맙게만 여겨왔다는 거죠. 참으로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통장을 돌려주게 하고 양로원에 보내드렸어요.”
 
노인학대의 원인은
“사회불안입니다. 경제가 불안정해서 개인사업을 하더라도 잘되는 경우가 드물어요. 밥벌이가 안되니까 술을 먹게 되고, 집에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화풀이를 하는 거죠. 언어적 폭력도 있고, 심하면 신체적 학대까지 가는 겁니다. 가해자의 대부분은 알코올 중독이에요. 제정신으로는 그 짓도 못할 겁니다. 그래도 부모니까요. 술 먹고 그러다보니 말도 거칠어지고, 우발적으로 하게 된 거예요. 상담이나 교육을 받고 원상으로 회복되서 나가는 가정들을 보면 이게 심성이나 교육 탓이라기 보다는 사회안정이 안 된 탓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또 전통적인 효 사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고의 갭(gap)도 너무 심해요. 아무리 배웠다 해도 노인은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요. 그럼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에 의사소통이 안 된단 말입니다. 중간에서 누군가가 중재를 해도 말이 잘 안 통할 때가 있어요. 두 세대 모두의 책임이죠. 노인학대는 누구 탓인가? 라면서 인식조사를 자주 하는데, 가끔 노인 탓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진5. 인터뷰 장면)

노인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게 놀라운데,
이런 노인 학대에 대처하는 방법은

“노인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해요. 우리 세대들이 젊었을 때 우리 부모님께 했던 것처럼 극진한 (시)부모 대접 받겠다는 생각으로 살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내 몸으로 밥 해먹고, 빨래도 해 입고, 건강관리도 하구요. 자녀들에게 의존하기보다 노인들이 홀로서기 노력을 할 필요가 있어요. 강연을 나가면 건강체조나 요가, 유머 등을 곁들여서 같이 가르치고는 해요.”
 
젊게 대처하는 방법이 놀라운데
“교직에 45년간 있었어요. 주위 사람들은 퇴직 했을 때나 지금이나 별 변한 게 없다고들말을 해요. 내 나이가 73인데 동료 중에는 벌써 타계한 친구들도 있고, 몸이 아파서 한 달에 한 번 하는 모임도 못나오는 사람도 많아요. 노인과 더불어 살면서 노인을 위해 산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노인의 은빛 머리칼은 역사를 담고 있다. 우리를 있게 한 과거의 주역들이 이젠 약자가 되고 소수자가 되는 세상, 지금은 깊은 주름에 감정이입을 할 때다.

취재 곽경란, 서우민 공감6기 인턴
글 곽경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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