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김용환 대표
[공감 인권법 캠프에서 만나다]
우리사회의 빛과 소금, 공익제보자
–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김용환 대표를 만나다
2003년 가을 한국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의 방만한 사업으로 에이즈와 BㆍC형 간염, 말라리아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 제약회사로 유통되거나 수혈에 쓰인 사실이 내부 제보로 언론에 알려졌다. 감사원 조사 결과 오염된 혈액 때문에 에이즈 감염 6명, 간염 10명, 말라리아에 4명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외부의 감시가 어려워 내부인 외에는 알 수 없는 정보를 제공했던 중앙혈액원 김용환 씨. 그 이후 그의 삶은 어땠을까? 일하던 직장에서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비밀누설 혐의로 고소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던 그는 현재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제 1회 공감 인권법캠프에서 공익제보자와 인권에 대해 강의한 그를 인터뷰하기위해 만났다.
-제보 이후에 고생도 많으셨지만, 좋은 일 하신 게 틀림없다. 수혈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률이 0%로 떨어졌다고 들었다.
0%는 아닐 거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해도 오차가 있는데(웃음)
혈액도 일종의 의약품인데 안전성 있는 의약품이 만들어지는데 힘을 보탰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수혈 받는 환자는 약자 아닌가. 생명의 일각을 다투는 약자들이다. 면역력이 약해져서 조그만 균에도 생명을 잃는다. 이들의 안전을 위해 주의를 게을리 않고 잘 관리해야 했던 건데 그러지 못했으니까…
-직장에서도 그렇고, 고생이 많았을 텐데
헌혈율이 줄고, 혈액 공급 제대로 안되는 게 내 탓이라고 한다. 혈액사업 잘 못되면 항상 비난의 표적이 된다.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많고, ‘김용환 상 줄거면(김용환 대표는 반부패국민연대로부터 투명사회기여상을 받았다) 유영철도 줘라. 김용환이가 투명사회가 되는데 기여했다는 데, 유영철도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위험한 것임을 투명하게 보여줬으니까 투명사회기여상 줘야지’ 이런식으로.
이제는 그런 비난도 잠잠해졌다. 인정하는 것 같다. 그게 김용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였구나 하고… 부패가 완전히 없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스스로의 도덕성을 판단할 자정능력이 생겼다고나 할까.
누군가는 해야 했던 얘기였으니까, 고생했어도 뭐..(웃음)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에 대해 물었다.
김 대표는 제보를 하고 난 이후에 내부에선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그 때 도와준 곳이 시민사회와 언론이었는데 이제 자신도 베풀어서 도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한다. 바른길이 있고, 좋은 길이 있는데 가족과 동료의 이해를 구하느라 자기 싸움 바쁘다보니 고생을 더 하게 되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을 돕고 싶었다고.
-주로 하는 일은?
실질적으로 제보에 필요한 서류 절차를 지원해주고 상담도 한다. 또, 보완해야 할 제도적 문제점들, 문제제기도 하고.. 현실적인 사안들에 대해 입법 요구도 한다.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공익제보자의권익을 보호하고, 실질적으로 공익제보를 활성화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힘든 점은?
가장 힘든 것은 제보자들의 아픔을 신속하게 처리 못해주는 거다. 겪어봤으니 다 아는 아픔인데도 못 도와줄 때… 또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사무실을 주겠다는 데는 많지만 함부로 덥석 받을 수도 없고, 가난하게 살아도 오해받고 싶지 않다보니까…….
요즘은 기업 옴부즈맨 제도, 활용해서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후원자도 생기고 어려움도 넘겼다.
-가장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되는 사건이 있다면?
서너 차례 자살하려고 했던 상담자가, 자살하겠다는 생각 버리고 자기 정당성을 주장하게 됐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 그는 자유로운 몸이 못될 뻔 했는데(사법적으로), 김영수 변호사님이 도와주셔서 사법적 피해를 피해갈 수 있었다고..
한국사회에서 부패 문제가 심각한 이유, 공익제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혹시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인가?
제도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 적어도 후진국 수준은 아니고, 제도만 놓고 보면 잘돼있다. 부패지수는 후진국이지만 법자체는 괜찮다. 신분노출이나 이런 부분들은 아직 문제다. 수사자나 민원을 처리하는 공직자들이 주민등록번호나 이름을 제대로 취급 못해서 유출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 때문에 공익제보자의 피해가 가중되는 일이 허다하다.
-왜 부패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지?
부패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한 것도 문제고, 우리나라가 냄비현상이 심해서, 국민적인 관심을 쏟다가도 어느 순간 싹 잊어버린다.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자정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부패에 관한 공익제보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할 때 주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문제다. 공익제보가 있으면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데, 저거 조직분위기 해치는 거 아니냐? 하는 식으로 먼저 생각이 흘러간다. 또, 외국은 신고의식이 강한데 우리나라는 너무 관대하다. 다른 사람, 다른 기업에게는 엄격하다가도 내 직장, 내 친구, 우리 집안은 봐줘야 한다는 식의 이중잣대가 있다. 가족중심적이고 유교적인 풍토에서 비롯된 거 아니겠냐. 문화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공익적 제보에 의한 수혜와 예방적 효과에 주목해줬으면 좋겠다.
-삼성의 차명계좌와 비리를 제보한 김용철 변호사 덕에 공익제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김용철 변호사가 자수서를 쓰는 심정으로 언론에 알렸다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자기도 기득권에 속해 있다가 지금 와서 그러는 건 또 뭐냐 하는 말도 있고…….
삼성에서 별의별 모함을 다했다. 부부사기공갈단이라느니, 정신이상자라느니. 공익제보는 그 사람의 사생활이나 인간성을 알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귀족사회에서 퇴직하고 나니까 하는 상실감 아니냐 하는 데, 제보사실이 중요하고 삼성의 비리가 본질이지 제보동기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는가. 그의 진정성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규명하는 게 필요하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느냐 하는 것은 가지에 불과하다. 본질 아닌 것을 거론하는 것을 우리스스로 절름발이 식의 관점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거다. 공익제보로 부패가 줄어들고, 공적자금 덜 들어가고, 우리 사회 투명해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이 어떻게 밝혀졌나? 청와대 관리하는 은행계좌의 입출금을 담당했던 은행 대리의 제보로 밝혀졌다. 그럼 그 은행 대리는 정권에 앙심품고 그랬겠나? 당연히 아니다. 시대적 양심이라는 게 있지 않나. 정의를 구현하려는 몸짓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그렇다. 삼성 죽이면 경제 망한다고 경제인들이 떠든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을 죽이려고 말한 건가? 아니다. 올바른 경영하라고 말한 거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것이다. 이건희 일가를 위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삼성 망하면 한국 망한다는 이상한 인식이 진실을 말하는 것, 공익을 위하는 것 자체를 가로 막는다. 삼성을 기본에 충실하게, 건전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제2의 삼성의도약기를 만들어주는 것이고 그래야 외국 사람들도 한국경제에서 희망을 볼 것 아닌가.
-끝으로 한 마디
무엇보다 양심적 발언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런 것을 누가 만드나. 자유로운 사람들, 올바르게 비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거다. 과거엔 학생운동층이었을 거고, 지금은 젊은 지식층 아니겠나. 제대로 배운 사람들, 부패와 연루되지 않은 사람들은 자유롭기도 하거니와 책임도 크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모두가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취재 – 곽경란, 이다해 인턴
사진 – 이다해 인턴
글 – 곽경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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