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여행을 준비하는 아이들_김영수 변호사
공익변호사의 변
먼 여행을 준비하는 아이들
-장애아동의 여행
김영수_공감 변호사
예상치 못한 장애
작년 충남의 한 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은 여행자보험에 가입을 하려하였으나 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회는 한 사회복지재단의 후원으로 매달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도우미교사들이 참여하여 장애아동의 사회적응교육을 목적으로 국내 여행을 하는 통합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여행지가 차량으로 장시간 이동해야하는 먼 곳이라, 국내여행자보험에 가입하여 다녀오곤 하였는데, 보험자인 보험사가 여행자들이 장애아동임을 알고서는 더 이상 국내여행자보험가입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던 것입니다.
이후 다른 보험회사에 문의를 해 보아도 대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장애아동은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수 없으며, 필요하다면 비장애아동과 보호자만 보험에 가입하고 여행을 다녀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모두가 여행자보험 가입을 않고 여행을 다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연한 사회적 편견, 그리고 차별
보험은 위험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 마지막 안전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애인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장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보험에 가입할 절실한 필요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 부모회의 장애아동들은 대개 5~16세로 뇌병변, 발달장애, 정신지체, 언어장애 등 장애가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제한을 받는 상태이기는 하나 이전에도 사회적응훈련의 일환으로 매월 비장애아동들과 짝을 맺어 도우미교사들과 함께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다녀오곤 했습니다.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어 동작이나 지능, 언어 등에 있어 불편한 점은 있으나, 장애아동 1인당 도우미교사 1인을 배정하여 오히려 비장애아동의 여행에 비해 안전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실제 장애와 보험사고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의학적?통계적 자료도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보험회사들이 장애가 보험사고를 높인다는 막연한 편견에 근거하여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거절하거나 꺼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헌법과 장애인복지법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역시 “합리적 이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재화?용역의 이용에 있어 특정한 사람을 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합리적인 통계적 원칙 또는 전문가의 과학적 진단결과에 입각하여 장애인에 대한 보험제공을 거부하거나 측정 및 계량화를 통한 보험혜택을 제한하는 행위까지 부당하다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합리적 이유도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고 있는 보험사들의 이와 같은 관행은 당연히 차별행위로서 불법행위 해당합니다.
바뀌지 않는 차별관행
이러한 차별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 한 장애인부모 단체가 한 질의에 대하여 대한손해보험협회는 국내 10개 손해보험사의 경우 적어도 추상적으로는 ‘장애인 1인당 1인 이상의 보호자 동반’, ‘인수심의를 통한 가입금액 조정’ 또는 ‘질병사망담보를 제외하고 인수, 기타 담보는 심사 후 선별인수’와 같은 조건으로 보험가입을 승낙하거나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준에서 달리 인수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아동들의 여행자보험 가입은 대부분의 보험사들의 ‘내부지침’을 근거로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안전하고 유쾌한 여행을 그리며
국내 보험사들의 이러한 불법적 관행은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공감>은 이러한 차별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하여 위 장애아동들과 보호자들을 대리하여 국내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권의 보호는 소수자인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인권적 감수성의 제고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장애아동들 역시 우리 공동체가 자신들의 인권을 작은 부분부터 배려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자랄 때,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담당할 당당한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