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차이 – 98% 부족함 – 김민정/이주여성의 집
공감포커스 – 국제결혼 어떻게 볼 것인가
문화 차이 – 98% 부족함
김민정 – 이주여성의 집 “위홈”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인도네시아 시골에서 생활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살던 곳은 해발 600M 되는 지역으로 아침과 저녁에는 날씨가 쌀쌀해서 샤워를 하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할 정도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동네사람들 다 하는 아침 샤워를 생략하고 간단한 세수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유독 한 친구만 “샤워했니?” 라고 물어 본다. 그것도 매일 아침마다…… ‘이 친구가 어떻게 내가 샤워를 안 하는 줄 알고 나를 놀리지?’ 나를 무시하는게 아닌가 싶어 고민되고, 힘들고, 심지어 혼자서 울기까지 했다. 인도네시아 말을 열심히 공부해서 언젠가는 꼭 복수해 주리라 속으로 다짐 또 다짐을 했다. 어느 날 멀리서 방문한 인도네시아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냥 하는 인사말 중의 하나라고 한다.
50대 남편이 우악스럽고 노란 굳은살이 두껍게 낀 손으로 임신한 베트남 아내를 때렸다. 남편 얘기를 들어 본 즉, 늦게 퇴근을 하고 돌아 왔는데 아내가 자신의 얼굴을 때렸다는 것이다. 침대 베개 밑을 보니 밀가루 반죽 밀대가 있었다. ‘내 얼굴을 때리더니만 내가 잘 때, 나를 어떻게 하려고 이런 것 까지 가져다 놓았구나‘ 라는 생각에 아내를 때린 것이다. 이후베트남 아내 말을 들어본 즉, 아무도 없는 집에 있으면 귀신 나올까 무서워서 베개 밑에 밀대를 놓아두었다. 그리고 무서우니 일찍 들어오라고 투정을 부리면서 얼굴을 살짝 토닥거렸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남편 얼굴을 토닥거리는 것은 애교의 일종이라고 한다.
경상도 시골에서 사는 어떤 베트남 여자는 귀신이 무서워서 베개 밑에 칼을 놔둔 게 한국인 남편에게 발각이 돼서 남편에게 죽도록 얻어맞았다.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을까….
아이를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베트남 여자는 귀신을 쫓고 아이가 건강하길 바라며 아이 베개 밑에다가 과일칼을 놓아두었다. 놀란 남편은 위험하다고 과도를 뺏었고 그녀는 과일칼 대신에 칼 비슷하게 생긴 버터나이프를 베개 밑에 놓았단다.
한 베트남 여자의 이혼소송을 돕기로 했다. 이혼 소송장을 작성해야 하는데 말도 없이 두 번 이나 그가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세 번째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그가 알아듣거나 말거나 “약속 좀 잘 지켜라. 이혼을 안 할 생각이면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라며 전화로 화를 좀 냈다. 근데 그가 “아이 씨”이러는 게 아닌가! 이혼하고 싶다고 도와 달라고 한 사람은 누군데 노력하고 있는 사람에게 “아이 씨”라니…… 너무 화가 나서 통역을 도와주는 베트남 사람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선생님 베트남에서는 아이 씨라는 말이 욕이 아니에요, 저도 처음에 시댁식구들 앞에서 이런 아이 씨 했다가 남편에게 혼났어요”라고 한다. 사실 지금도 이 “아이 씨”라는 게 어느 수준의 감탄사인지는 감이 오지 않지만 어찌 되었던 욕은 아니란다.
잠시 실직상태에 있는 남편에게 베트남 아내는 “일 없어 남자 돈”이라고 했다. 남편은 ‘내가 돈을 못 버니깐 이 여자가 나를 무시하고 다른 남자에게 몸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고 하는 구나’ 라고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는 아내를 집 밖으로 내 쫓았다. 여기서 아내가 전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이 힘들어하니깐 내가 공장에 가서 돈을 벌어서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몇몇 웃지 못 할 일들을 보면 단순히 문화적 차이 또는 의사소통 문제로 설명하기에는 98% 부족함이 있는 것 같다. 한국사회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접하고 배울 기회가 적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이런 편견과 선입견에 저항력이 약한 일단의 한국남성과 그 가족들 이런 각각의 요인들이 상호 작용하면 위의 사례와 같은 웃지못할 사건들이 나타났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몇몇 초등학교에서 이주노동자나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을 초대하여 아시아 각 나라의 풍물, 문화와 음식 등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생기고 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이 한글 공부를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며 적극적으로 한국사회와 문화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어가 서투른 사람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동체 사회의 작은 씨앗을 보는 듯하다. 그런 날이 그리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홈”은?
한국 내에 결혼과 노동을 위해 2, 3차 산업으로 유입되는 이주여성들의 수가 점차적으로 늘고 있으며, 이들이 겪고 있는 여성폭력 피해는 한국여성들보다 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안양 전ㆍ진ㆍ상 복지관은 이주여성을 위한 쉼터사업을 비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중, 2003년 여성부로부터 시범 사업을 위탁받아 이주여성쉼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위홈은 한국 내 이주여성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쉼터를 연계하고 필요한 각종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 내 이주여성들의 처해진 상황을 알리고 이주여성들에게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여 궁극적으로 이들 여성의 인권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힘 쓰고 있습니다.
공감지기
- 이전글 : 공감과 함께한 나눔의 추억- 이상준 기부자
- 다음글 : 국제결혼 어떻게 볼 것인가 – 소라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