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촌의 주거권- 김영수공감 변호사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최저주거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삶의 둥지를 틀고 있는 주거빈곤층 중 하나가 비닐하우스촌이라 불리는 ‘신발생(미등재) 무허가 주거지’이다.
1970년 이후 진행된 급격한 공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도시지역 빈민들의 전형적인 주거지역을 흔히 ‘달동네’ 혹은 ‘산동네’라 했는데,
1980년대 접어들어 이 달동네는 다시 재개발의 주된 대상이 되었고, 가난한 달동네 주민들은 더욱 외곽으로 이주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불량촌을 형성하게 되었는데, 이처럼 새롭게 형성된 불량촌이 비닐하우스촌입이다.
현재 수도권에만 47개 마을, 10,000여세대, 35,0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촌은 개발사업으로 인해 철거될 위기에 처하거나 화재로 인해 보금자리를 잃어버렸을 때, 오염된 지하수 등 온정의 시각에서 언론을 통해 주목받기도 하였고, 한편으론 비닐하우스촌이 투기꾼들의 집결지인 듯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있다.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어요! 그런데…
비닐하우스촌의 환경은 참으로 열악하다. 최소한의 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살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도 달리 주거지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마을을 형성하여 이곳을 생활의 근거로 하여 일용근로, 파출부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자녀를 교육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나, 비닐하우스촌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곳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행정기관은 비닐하우스촌에 거주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비닐하우스촌을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에 따라 주민등록 등재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분명 시, 군, 구 등 행정구역 안에 명백히 생활을 해오고 있음에도 주민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로 취급되는 셈이다.
주소지 등재부터
우리나라에서 주소지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주소지 등재가 이뤄지지 않음으로, 생활에 꼭 필요한 전기?상수도 등 기반시설의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고, 자녀들은 인근에 학교가 있는데도 학교배정을 받지 못해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통학해야 하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복지정책에서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을 수 있으며, 위장전입을 할 수 밖에 없는 등 주민들의 불편과 경제생활의 불이익은 가히 심각한 형편이다.
현행 주민등록법은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구역 안에 주소 또는 거소를 가진 자를 주민 등록하도록”규정하고 있다. 또 2003년에는 주택법에 최저주거기준에 관한 내용이 삽입되었고, 2004년에는 빈곤격차차별시정위원회의 요청에 의해 행정자치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내 빈곤층 집단거주지역을 조사한 뒤 지역에 꾸준히 살아온 것으로 확인된 주민들을 적극 전입조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주소로의 주민등록의 등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 할 수 있으며, 주민등록의 등재 여부는 개발사업으로 철거될 때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 주거대책의 존재여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민들의 주거권 및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일선 행정기관의 주민등록 등재 또는 전입신고 거부는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공감에서는 7월부터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 함께 비닐하우스촌 주거민을 위한 법률상담과 문패달기를 진행하고있다. 하수시설이 되어있지 않아 길은 항상 질퍽거리고, 몇십 가구가 함께 공동수도와 화장실을 사용하는 마을이 대부분이었다. 3년만 살다 나가려고 했는데, 10년 넘게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일 나간 사이에 철거되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고 한다. 또 비가 올 때마다 마음을 졸이고, 겨울이면 화재걱정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주거권 문제는 개인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문제이다. 집 없는 사람들을 몇 푼 돈으로 보상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밀어내기만 해서는 안된다. 정부차원의 주거 빈곤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공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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