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려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이 길에 쓰러져 있는 미하일을 구한다. 그를 불쌍히 여겨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기로 하였다.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아 인간계로 쫓겨 내려왔다는 미하일은 시몬과 살면서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깨달아간다.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소설에서 미하일은 알몸으로 차가운 길바닥에서 웅크리고 있던 자신을 시몬과 그의 부인 마트료나가 거두어 따뜻하게 대접하는 것을 보고,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사랑 뿐 아니라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과 열등감, 질투심, 외로움 등 온갖 감정들이 있다. 이런 감정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뒤섞여 있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때론 힘들게 한다. 혼란함을 벗어나고 스스로 힘들지 않으려면 자기 마음을 잘 알고 돌봐야 한다. 우선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싫은지를 알아야 하고, 내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한다. 내 마음에 무엇이 있는가를 아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아는 것이고, 이것이 타인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귀족 신사가 구둣방을 찾아와 1년을 신어도 끄떡없는 구두를 주문했지만 정작 자신이 오늘 저녁까지도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옷과 음식과 집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식주가 해결되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은 현재보다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권력과 더 많은 명예를 원한다. 사람이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당장 오늘 죽을 수도 있다. 당장 오늘 죽을 수도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과 권력·명예가 아니라 마음의 평화와 행복일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미하일은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부인을 보고 사람은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그 사랑은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에 대한 사랑을 포함한다.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기를 사랑해줄 수 없다. 그러나 자기만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사람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사랑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완성할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사랑은 함께 함으로, 베풂으로, 봉사로, 인권보장으로 표현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소득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적폐세력과 이념갈등, 사회 부조리와 부정의, 물질 숭배와 비인간화, 인간소외와 폭력, 혐오와 배제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지만 결국 그러한 사회구조도 역시 개개인들이 바꿔나가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에서 시작한다. 나 스스로에 대한 자기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내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며, 나 자신과 내 주변 이웃들에 대한 사랑으로 사는 것, 그 이외에는 방법이 딱히 없을 듯하다.
글_ 염형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