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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사회의 믿음이자 희망인 당신들에게서 나는 나의 미래를 꿈꿉니다.”_선혜숙 기부자님

최충언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해가 바뀌고 벌써 봄이 오네요. 잘 지내시죠?

마침 제가 기부하는 공감이라는 공익변호사단체에서 기부자 편지를 제안하였길래 이렇게 선생님께 글을 올립니다. 처음에 선생님을 알았던 때가 생각나네요. 수업 쉬는시간, 로비에 있는 한겨레신문에 우연히 선생님의 출판 기념회 기사를 보았지요. ‘단팥빵 – 어느 외과의사의 하루’ 사회의 빈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외과의사의 이야기는 저물어 가는 늙은 신입생에게 숲의 공기와도 같은 마음이 맑아지는 기사였습니다. 시험공부를 하고 늦게 집에 와서는 책을 주문하려고 인터넷을 켰고 결국 흘러흘러 선생님 블로그에 갔었죠. 가서 용감하게(?) 방명록에 글을 남겼던게 새삼 기억이 나네요. 그 때 당시 시험기간이었는데, 유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다시피 시험공부를 해야하는 힘겨운 상황이었거든요. 선생님의 소식은 제게 무한 동력 에너지였습니다. 나도 졸업을 하고 한의사가 되면 꼭 좋은 일을 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 이 희망이 무너지던 저를 세우기엔 더할 나위없는 좋은 받침대였습니다.

하지만 시험기간 중간에 반FTA 투쟁이 시작되었고, 선생님 책은 투쟁 중간에 받아 볼 수 있었죠. 사실 말이 투쟁이지, 저처럼 학생회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좋아하지 않은 귀차니스트 학생은 그냥 하라는 것만 하거든요. 남는 시간도 많고 책도 재미있어서, 이틀만에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책을 다 읽고나서 ‘세상엔 대단한 사람이 많아. 자기가 대단한 줄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거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지금 이 편지를 보내는 곳인 공감이라는 단체도 사회적인 명예와 부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메리트보다는 사회의 풀뿌리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쌓아올리시는 분들이거든요. 책을 읽고 선생님이 공감에 계신 분들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의사와 변호사라는 다른 직업이지만, 모두 마음이 따뜻하시고, 그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실천을 하시는 분들이니깐요.

저는 정말 철없는 22살입니다. ‘왜 남자친구가 없는거지? 세상의 훈남들은 어디서 뭐하는거야!’라며 한숨쉬는 22살. 수다떠는게 인생의 낙인 22살. 새벽까지 술 마시고 스터디하느라 늦는다고 거짓말만 늘어버린 22살. 이래서 시집이나 갈 수 있겠냐는 핀잔이나 듣는 어리버리한 22살.
이런 22살은 단팥빵이라는 책과 용돈의 1% 기부로 돈으로 환산조차 불가능한 정말 값진 공감을 하게되는 공감이라는 단체에게서 늘 배웁니다. 언젠가는 이런 분들처럼 되고 싶다고 희망하면서요.

사회의 믿음이자 희망인 당신들에게서 나는 나의 미래를 꿈꿉니다. 저도 훌륭한 한의사가 되겠습니다. “훌륭하다”라는 말이 가진 속깊은 뜻을 공감에 계신 여러분들과 선생님께 배워서 항상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 선생님 부산에서 가면 맛있는 밀면 사주실꺼죠? 건강하세요.

봄이 오는 어느날 선혜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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