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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소수자의 인권

 
성적소수자의 인권

“우리사회의 최선의 이익을 찾는 과정으로서 성적소수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최근에 연구용역사업으로 진행된 성적소수자 인권에 관한 기초 현황조사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가 있었다.
작업과정에서 사회 각 영역에서의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태를 기초적으로 점검해보았다.
<* 이 글은 위 사업의 보고서 내용의 일부를 편집한 것임>

성적소수자들이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혐오범죄, 아웃팅범죄의 피해에 노출이 되어도 이들의 특수성을 반영한 적극적인 보호 규정은 수사, 상담, 보호, 재판의 단계 어디에도 전혀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수사기관 또는 일반의 무지와 편견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의무 교육 과정 내에 성적소수자의 존재는 전무하며, 미디어는 ‘이성교제’ 에 대한 고정된 관념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성적소수자를 희화화하고 있고, 일부 매체의 경우에는 명시적인 심의기준을 통하여 동성애자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일반인과 차단시키고 있다. 이성 부부와 그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을 가족의 기본 형태로, ‘건강’한 가정으로 여기는 사회의 통념은 제도 각 부문에 침투하여 성적소수자들로 하여금 일상의 차별과 불편을 감수하도록 하고 있다. 동성애자라서 승진이 좌절되는 경우, 트랜스젠더라서 입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기혼 동료들은 모두 받는 사내 혜택을 동성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받지 못하고, 자신이 성적 지향이 일반적으로 공개될 것이 두려워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 등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목록만으로도 성적소수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 드러난다. 특히 군대에서는 특수사회임을 이유로 명시적으로 성적소수자를 차별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정당한 시민으로서의 권리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트랜스젠더들의 경우에는 동성애자와 또 다른 특수성으로 인해 교육 및 고용의 기회가 봉쇄되고 주민등록번호에 의해 규정되는 정체성으로 살아가기를 강요받고 있다. HIV/AIDS 감염인의 경우에는 사회와 제도가 새긴 주홍글씨를 통해 격리되고 통제된 채 치료의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그러나 성적소수자 문제는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직도 우리 사회의 벽장 속 어두운 곳에 갇혀있다.

이러한 차별 환경을 개선하고, 성적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수적이다.
첫째, 제도적 개선을 위한 전제로서 성적소수자 인권실태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성적소수자의 특수성에 입각한 실태조사의 실시, 둘째, 성적소수자 차별금지법의 제정, 셋째, 동성간 동반자 관계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 방법의 모색이 그것이다.

준비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1945년 스위스 법원의 트랜스젠더에 관한 판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의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법이 아니다. 법은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있어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법률적 효과를 부여해야한다… 사회는 그 성전환자가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방해할 권리가 없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의 법률적인 판단의 기준은 언제나 무엇이 그들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판결 내용이지만 그 취지는 성적소수자 일반의 경우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성적소수자의 인권과 차별, 그리고 그 문제해결의 방법을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적소수자들이 근거 없는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혐오범죄에 노출되는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동성간 동반자 관계의 인정 및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법제화라는 다소간은 부담스러워울 수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함은 그러한 논의가 단지 성적소수자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권의 척도를 점검하고 확장하는 최선의 이익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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