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에 대한 횡포, 침묵하는 사회 – 충남인권조례 폐지, 시작에 불과하다
다수결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소수자 인권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4월 3일 충남도의회에서 자유한국당 주도로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었다. 인권규범의 하나인 지역인권조례가 폐지된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충남도민 인권선언의 차별금지 원칙을 문제 삼았다. 차별금지사유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였다.
충청남도뿐만 아니다. 성소수자 혐오에 기댄 지역인권조례 개악, 폐지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우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자유한국당 정치인들과, 동성애자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감을 드러내면서 인권조례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교회 목사들의 목적이 맞아떨어져 이런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충남인권조례의 폐지는, 2014년 서울시민인권헌장을 폐기했던 때처럼 성소수자 혐오조직들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횡포에 우리 사회는 너무나 조용하다. 침묵하는 다수의 방관에 힘입어 혐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만이 문제가 아니다. 2018년 개헌 국면에서 평등권 조항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명시하자는 의견은 논쟁도 없이 지워졌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제안한 개헌안들에는 차별금지조항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명시되어 있다. 한국 사회의 차별 현상, 국제인권규범의 흐름에 비추어 보면 타당한 제안이다. 그러나 국회 개헌특위안에서도, 정부 개헌안에서도, 또는 그 설명 안에서조차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헌법을 자임하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활동에 90점을 주고 싶다는 부위원장의 자화자찬은 옹색하게 들린다.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가. 차별금지법,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일관된다. 침묵이다. 차별금지법을 공약했던 참여정부보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후퇴했다. 한국정부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는 국제인권기구들의 권고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수년 째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내용만 나오면, “사회적 합의” 운운하는 정부의 태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틀렸다.
첫째, 한국사회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는 상식이 되었다. 이미 2017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동성애자도 일반인과 동일한 취업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은 2001년 69%, 2014년 85%, 2017년 90%로 높아졌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정부의 입장보다 훨씬 수용적이다.
둘째, 그렇다면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논의에서 반대편에 있는 대상은 누구인가. 성소수자를 죄인이라고 정죄하고, 성서를 시대착오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 헌법에서 정교분리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민주사회에서 이들의 의견을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셋째, 마지막으로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자유롭고 동등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정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떤 역할과 노력을 하고 있는가. 차별금지법은 반대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횡포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침묵한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담는 헌법안에서는 성소수자 인권을 배제하고 삭제했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비온뒤무지개재단의 법인설립허가를 미루고 있고,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22가지 권고를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나는 이러한 흐름들이 어떤 의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개헌 국면은 또 어떻게 요동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선거들을 돌아보면, 선거 국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감을 부추기는 행위들이 기승을 부렸다. 선거철만 되면 되풀이 되는 성소수자에 대한 횡포, 다수의 침묵과 방관 속에서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글 _ 장서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