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 역사와 인권의 시험대에서- 배지원
버려진 마을 우토로
우토로 마을에 들어서면 붉은 글씨로 우토로의 의의를 요약한 커다란 입간판을 볼 수 있다.
“우토로는 재일조선인의 고향
우토로는 반전의 기념비
우토로를 없애는 것은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없애는 것
우토로를 없애는 것은 일본의 전후(戰後)를 없애는 것
우토로를 없애는 것은 일본인의 양심을 없애는 것”
6400평 65세대 200여명. 상수도 시설 30%, 하수도 시설 없음. 직업 무직 약 50%, 일용직, 폐품회수업, 토목공사업 약 50%. 한국적 약 90% 조선적 약 10%. 남동서 삼면은 일본인 마을과 일차선 도로, 북쪽은 자위대 오쿠보 부대 위치.
우토로 마을이 형성된 것은 잘 알려진 것처럼 일제 강점 하에서 이루어진 일본의 전시정책에 의한 것이었다.
일제의 교토 군비행장 및 비행 조종사 훈련 시설, 격납고 등의 건설 결정에 따라 값싸고 강인한 체력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대거 동원되었고, 노동자 집단합숙소(함바)가 세워지면서 사람이 사는 마을이 되었다.
많은 동포들이 해방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귀국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 가족 중 병자가 있는 사람, 고향에 삶의 터전과 가족이 모두 파탄된 사람들은 언젠가는 돌아가리라는 희망 속에서도 돌아가지 못하고 우토로에 남았다. 해방 후에는 극심한 차별을 피해 같은 민족끼리 산다는 안도감을 찾아 우토로에 이주한 동포들도 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우토로는 일본와 조국에 버려진 채 자신들만의 생존 싸움을 시작하였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피해에 의한 아무런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저 버려진 것이다. 일본정부와 조국의 방치 속에서 우토로 동포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는 일종의 조선인 게토를 형성하여 일본 사회에서도 가장 저변층의 수준의 생활을 하였다.
미군(GHQ)에 의해 접수된 교토 군비행장에서 미군이 흘리는 총알 파편 등 고철을 주워 파는 일이나 고된 건설현장에서의 일용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리고 동포들이 하나둘 집 모양새를 내며 지붕을 얹어 사람답게 살게 되어간다고 생각할 때, 이른바 ‘토지문제’가 붉어졌다.
우토로 문제, 누구의 책임인가?
일본정부는 우토로 토지를 비행장 건설회사의 후신인 닛산차체에 넘겼고 닛산차체는 우지시(지자체)와 교토부에 매각을 사전에 알리고, 개인에게 헐값에 이 땅을 팔아버렸다. 그리고 이 개인 부동산업자는 우토로 주민들에 대해 ‘건물수거, 토지명도’ 소송을 걸었다. 피고석에 선 동포들은 ‘시효취득’, ‘역사적 특수성’, ‘국제법’을 호소했지만 일본 대법원은 1999년 기각 결정을 내렸다. 10년간의 일본 사법과 닛산차체에 대한 주민들의 투쟁은 그렇게 막이 내렸다.
우토로에 조선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게 된 배경과 토지문제가 발발한 구체적인 경위를 볼 때, 우토로 문제의 책임은 일본정부와 군수기업에 있다.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어떠한가? 이들의 조국으로서, 국가(정부)로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에 관해 한국정부와 모두 ‘한일협정(1965)’으로서 매듭지었으나, 우토로 동포들은 보상은커녕 말 한마디의 위로도 받은 기억이 없다. 일본정부만큼이나 멀기만 한 존재였던 것이다. 한국정부 관계자가 우토로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04년 말이었다. 정부 고관과 정치인들의 우토로 행렬이 이어졌다. 지칠대로 지친 우토로 동포들에게 희망에 불씨가 보이는 듯했다.
역사와 인권의 시험대에 오르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이 만든 전형적인 인종차별의 문제”라는 유엔 인종차별특별보고관의 우토로 시찰 보고서처럼, 우리 모두의 불행했던 과거가 우토로에서 ‘거주권’의 문제 인권의 문제가 되었다.
한일 양국의 역사에 대한 책임있는 올바른 자세를 갖는다면 우토로 문제는 해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 우토로를 방치하는 동안, 우토로는 한 부동산업자의 자산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거주권문제는 이제 아주 구체적인 실천적 지혜와 방안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의 역사에 대한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가 문제 해결의 대전제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형평성’을 말하며 토지매입 지원이 불가하다는 한국의 외교부, ‘민사 문제’라는 일본의 외무성. 우토로 토지소유권자가 허락한 우토로측과의 토지매매 교섭 연장 시한은 이번달(8월)말. 국내 모금액 약 5억원. 우토로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우토로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많은 모금자들과 시민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일본 땅에서 강제철거를 몸으로 저항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설친다. 그래도 우토로의 역사와 인권이 지켜지는 것은 우리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사명이고 인간된 도리다. 정부는 우토로 60년 호소에 대답해야 한다.
* 우토로 살리기 모금계좌
국민은행 006001-04-091586(아름다운재단)
하나은행 162-910006-81704(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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