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활동후기] 씁쓸함…그러나 다시 잊혀서는 안 될 이야기 – 광주인화학교 사건해결과 사회복지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다녀와서
# 씁쓸함…그러나 다시 잊혀서는 안 될 이야기
최근 영화 ‘도가니’의 흥행열풍으로 장애인 인권 문제에 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장애인 인권 문제의 심각성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느낀 정치권도 지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장애인 인권보장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려 하고 있습니다. 인화학교사건은 2005년 발생되었고, 이와 관련해 그동안 계속해서 장애인 인권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요구했음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정치권이 ‘영화의 흥행’이라는 우연한 요소로 이번 사태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이 씁쓸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어느 때보다 문제해결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해결책 마련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18일, 국회도서관의 소회의실에서는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민주당 박은수 의원,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그리고 도가니대책위원회의 주최로 ‘광주인화학교 사건해결과 사회복지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장애인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진행중인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관련하여 각 정당과 도가니대책위가 준비한 개정안을 비교해보고 더 좋은 법안을 구성해보기 위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공감에서는 도가니대책위원회 법률정책팀의 일원인 염형국 변호사가 발제자 및 자문위원으로 참여하였습니다.
# 각 정당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비교
이 날 토론회의 진행과정은 도가니 대책위 홈페이지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http://dogani.org/62) 저는 각 법안별 다양한 차이점들 중에 이 날 나왔던 토론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사실상 박은수 의원안이 도가니 대책위의 개정안을 대폭 반영하였기 때문에 도가니 대책위 개정안은 제외하고, 현행법과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개정안 중 주요개정조항을 비교해보면서 각각 특징을 설명하겠습니다.
(각 개정안을 비교해 놓은 자료는 도가니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토론 자료집 다운로드 http://dogani.org/61)
총칙규정은 법안의 기본이념을 명시함으로써 법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밝히고 향후 법조항들을 해석함에 있어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현행법 내지 한나라당안에는 이러한 총칙규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민주당과 민노당의 개정안에는 총칙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수혜자들에게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을 보장한다는 점과 지역사회복지 제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시설거주는 최후의 보충적 수단으로 규정하는 ‘탈 시설의 원칙’을 지향한다는 방향성은 같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민노당의 박선민 보좌관은 “민주당 법안의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식의 표현을 ‘서비스를 신청하고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표현하는 식으로 법조항 표현자체를 긍정적인 표현방식으로 바꾸어 제시하려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회복지법 개정안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사 정수를 늘려 서로간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법인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익이사제도 도입할 것을 명시하였습니다.
일단 각 개정안별로 현행법상 5명으로 지정되어 있는 이사 정수를 7명으로 늘리는 것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공익이사제도와 관련해서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한나라당의 안에서는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받는 법인의 경우에만 공익이사를 두게 하고 있으며 이사 정수의 1/4을 사회복지위원회나 지역사회 복지 협의체의 추천을 통해 선임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이어 민주당과 민노당안에서는 이사 정수의 1/3 이상을 공익이사로 선임하게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공익이사 선임의 주체가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먼저 민노당의 개정안은 운영위원회에서 공익이사를 선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운영위원회에 (시설)거주인, 종사자, (거주인의)부모, 공익단체에서 추천한 인사 등이 참여하도록 하여 현행법상 규정보다 운영위원회 구성요건을 강화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하고 여기에서 공익이사를 선임하도록 한 것입니다. 곽정숙 의원실의 박선민 보좌관은 “탈 시설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결국 사회복지법인이 소규모화 될 필요가 있으며 결국 자체적으로 운영위원회에서 공익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사회복지법인의 소규모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와 다르게 민주당의 개정안은 시·도지사가 사회복지 전문가나 지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추천한 사람 등에서 공익이사를 선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은수 의원실의 조은영 비서관은 “공익이사 선임의 주체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고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들었다. 궁극적으로는 운영위원회 자체에서 선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현행 규정상 아직 운영위원회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지역사회협의체는 지역 토호 세력의 입김이 미치는 것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아 선임권한을 부여하기 어려웠다.”고 말하며 시·도지사에게 선임권한을 부여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관련하여 시설의 입퇴소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사회복지서비스의 개념 규정 등 중요한 내용들이 많지만 토론회 시간상 자세히 다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 외의 사항은 아래 링크되어 있는 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
참세상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3602
에이블뉴스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43&NewsCode=004320111019161225012250
■ 그 외의 논의사항
법안 설명이 끝나고 토론회 참석자들과 주최측간의 질의응답을 통해 계속해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중요한 사항만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Q. 시설 거주인의 인권상황을 감사형식으로 정기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할 수 없는지?
A. 시설도 생활공간의 하나인 만큼 감사 등을 법안으로 강제하여 시행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시설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법으로 강제하기 보다는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Q. 법인설립허가 취소의 요건이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 등으로 규정되어 있는 데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법인 비리와 같은 문제를 척결하는 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A. 여태까지의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실제 현실에서 법인의 재정 비리와 인권침해가 별개로 일어나는 일은 거의 드물다. 더불어 만약에 인권침해 없이 재정비리만 있는 경우는 현행법상 설립허가취소 요건인 ’26조 3호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26조 4호 목적사업 외의 사업을 하였을 때’를 근거로 하여 설립허가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 토론회 정리를 마치며
이번 토론회에서는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에 대해 구체적인 법률을 비교하고, 활동가와 당사자들의 의견까지 함께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개정안에 실효성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지향하는 방향이 다소 다른 한나라당의 진수희 의원실이나 보건복지부 측이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아 좀 더 다양한 방안에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무리 흥행이 된 영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 수가 점차 줄어들듯이 어쩌면 지난 세월이 말해주듯 장애인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도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차차 줄어들어가게 될 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건의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 받고 있다”고 말하던 인화학교 졸업생의 말이 떠오릅니다. 앞으로 이러한 토론회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안이 한시라도 빨리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글 _ 우람(공감 14기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