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조용한 죽음 – 김정하
최근 3주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강호순이라는 희대의 범죄자에 의한 여성들의 죽음, 밝혀지지 않은 제주도 어느 여교사의 죽음, 그리고 국가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불타 죽은 철거민의 죽음… 년초부터 액땜한다 치기엔 너무나 큼찍한 사건들이 우리의 가슴을, 머리를 휑하게 뚫고 지나간다.
사회복지시설안에서는 늘 ‘죽음’이 있다. 있을 수밖에 없다. 그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문의 죽음들이 있다. 그리고 적절한 의료지원을 받지 못해 결국 죽게되는 죽음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죽음들이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는 ‘조용한 죽음’이라는 점이다.
1999년 성람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요양원에서 지적장애인이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원인을 허위로 꾸미려다가 양심선언한 의사에 의해 밝혀졌다. 2006년 김포사랑의집에서는 몇 년에 걸쳐 6명이 사망했다. 모두 항정신성 의약품의 과다 복용으로 의심되는 죽음이었다. 2007년 충남 삼휘복지원에서는 밖으로 나가려는 지적장애인이 이를 말리는 직원에게 맞아죽는 사건이 있었다. 2007년 정신병원에서 출입문 관찰구에 목이 끼어 죽은 지적장애인도 있었다. 2008년 경주의 정신병원에서 14살의 자폐아동이 항정신성 의약품의 과도복용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2009년 목졸라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진 정씨의 죽음까지 의문의 죽음들이 줄을 잇는다.
또한, 결과적으로 죽음으로 내몰린 경우들이 있다.
2004년 박춘진의원은 그 당시 전국 55개소 12,567명의 정신요양시설 입소자 중 3년 6개월간 사망한 426명의 사망원인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발표에 따르면 정신요양시설에 입소한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 사망률이 2배 이상 높고, 이중 177명(41.7%)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수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사망원인이 불분명한 177명중 17명(9.6%)은 사망종류란에 ‘기타 및 불상’으로, 114명(64.4%)은 ‘병사’로 체크되어 있으나 심폐정지, 패혈증, 장마비, 호흡부전 등으로 기록되어 있어 직접 사인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사망원인이 확실한 예 249명 중에서도 폐렴이나 결핵 등 일반적으로 치료 가능한 병으로 사망한 경우가 72명(28.9%)으로, 특히 폐렴은 일반인의 사망통계(0.1%)에 비해 200배(21.6%)가 넘는 수치라고 밝혔다. 이는 요양시설 내에서 적절한 치료와 영양섭취가 이루어지지 못해 결국 죽지 않아도 될 병으로 죽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 2008년 이정선의원은 2003년부터 5년간 전국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사망한 총 1,119명에 대해 사망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망률이 일반인에 비해 약 2.3배가 높고 18세 미만 사망률은 같은 연령대 사망률에 비해 28배가 높다고 밝혔다. 사망원인으로는 심폐기능정지 등이 279명(24.9%), 질식 및 호흡곤란 등이 155명(13.9%), 폐렴이 132명(11.8%) 순이며, 장애유형별로는 지적장애가 550명(49.2%), 지체장애가 297명(26.5%), 뇌병변장애가 172명(15.4%)순이라고 밝혔다. 이 결과 또한 사망원인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일반인에 비해 폐렴으로 사망한 경우가 110배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 사회가 이성적인 사회라면 적어도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할 것이다. 길가다 납치되어 죽거나, 경찰에 의해 불타죽거나, 보호와 관리의 미명하에 시설에서 맞아죽거나, 병원 한번 치료한번 제대로 못 받아 보고 죽거나 하는 일들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 사회복지시설 안에서 조용히 죽을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죽음에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