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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 칼럼] 강정을 그대로 두라 – 이계수 교수



 


 

2007년 5월, 제주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이 느닷없이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로 ‘결정’된 이래 4년이 넘었다. 그 사이 기지건설 사업을 저지하고 강정의 평화를 사수하기 위해 주민들이 펼쳐온 투쟁은 눈물겹기 그지없다. 그들은 해군기지 건설공사에 평화적으로 저항하다 폭행‧연행‧구속되는 등 공권력의 탄압을 일상적으로 받고 있다. 주민들, “구럼비를 살려줍소” 하고 전국에서 모여든 시민들은 3만년을 마을과 함께 해온 구럼비 바위가 포크 레인의 굉음과 함께 깨어져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속이 다 문드러지고 있다.


 




대양해군 전략이라는 도발적이고 군비 확대적 군사계획 아래 제주 해군기지의 건설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93년 12월경이었다. 이어 제156차 합동참모회의에서 제주해군기지 신규소요가 결정되고, 1995년 12월경에는 그 안이 1997⁓2001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처음 소요(所要) 결정 이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것이 육해군 균형 발전 논리에 힘입어 참여정부 말기의 권력쇠퇴기를 틈타 강행된 것이 강정 해군기지 건설 프로젝트이다. 명분도 없고 반평화적‧반민주적‧반생태적인 기지건설 계획, 군비를 확충하고 주변국과 필요 없는 마찰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 민주정부를 자칭한 참여정부 하에서 승인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해군기지 건설은 박차가 가해졌다. 그러다가 2010년에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터진다. 국민들은 이 판국에 무슨 대양해군인가 하고 의아해했다.

 

이명박 정부 스스로도 이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에 남은 선택지는 오로지 하나, 기지 건설에만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갈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철회였다. 그러나 해군은 밀어붙이고 제주도는 수수방관했다. 국회는 이 문제 해결에 집요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한번 결정된 국책사업은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는 철의 법칙이 관철되고 있다. 해군의 근거 없는 욕심 때문에 우리가 잃어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제주도 자체가 하나의 보물섬이다. 제주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한 지역이다. 강정마을은 이런 보물섬 제주에서도 가장 귀한 보물 중 하나이다. 청동기 문화재가 대량 발굴되는 민족문화의 원형이 살아있는 땅과 바다다. 게다가 제주해군기지 예정지가 편입된 10만 5천여 평방미터는 2004년 10. 27일 제주도지사에 의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절대보전지역은 ‘제주도 특별법’과 도 조례에 의거 지정된 곳으로 제주도에서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려면 이 지역을 매립해야 한다. 그것은 삼만 년 넘게 그곳을 지켜온 바위를 부시는 일이고, 바람과 바다 위에 시멘트와 철근과 인간의 온갖 탐욕을 들이 붓는 일을 뜻한다. 그것은 또한 삼만 년 넘게 그곳을 지켜온 마을과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해체하는 일을 뜻한다. 제주도지사는 그것을 허용하기 위해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해제한 뒤 이를 고시하였다(2009. 12. 17.). 그 과정에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현장조사를 나간 공무원이 현장조사결과 절대보전지역 지정 당시와 환경여건이 전혀 변화되지 않았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밤새 지정은 해제 되었다. 한나라당이 다수였던 당시의 도의회는 날치기 동의로 제주도지사의 환경과 공동체 파괴책략에 협력하였다. 이로써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해군본부의 계획을 승인한 국방부장관의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 변경승인처분 고시(2009. 1. 21)는 그 추진력을 얻게 된다. 이어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의 공유수면매립 승인처분(2010. 3. 3)이 일사천리로 떨어졌다. 이들 각 처분에 대해 각각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들 소송을 모두 각하하거나 기각해버렸다.


 




정치와 사법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행정 권력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사이, 강정의 구럼비 마을을 지켜온 것은 주민의 단결된 힘과 그들과 연대한 평화와 생태 운동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내민 연대와 지지의 손을 힘껏 잡아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주도지사는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부터 취소해야 한다. 제주도 의회가 요구하고 주민들이 지지하는 주민투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도 중앙정부를 상대로 열과 성을 다하여 협상해야 한다. 그러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해군은 기지 건설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제주해군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강정 마을회, 제주도민과 국민의 비폭력 저항을 공권력으로 제압해서는 절대 안 된다. 보물섬이 파괴되면서 보물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보배 같은 삶도 무너지고 있다. 함께 모여 벌초하고 먼 친척의 죽음까지 문상을 가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속은 무너지고 있다. 찬성과 반대로 나뉜 주민들은 서로를 외면한다. 누구도 이렇게 만들 권한을 ‘그들에게’ 위임하지 않았다. 주권자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강정을 그대로 두라!”

 

글_  이계수 교수 (건국대학교 법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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