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 칼럼] 강한 정부가 필요한 네팔에서 국제인권활동 – 박경신 교수
지난 8월초에 고려대학교 국제인권클리닉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지원과 학교의 지원으로 네팔에서 활동하였다.
네팔에서는 2006년 시민혁명을 통해 왕정을 몰아내는데 성공하였다. 문제는 누가 성공했는지 주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모택동주의자들이 무장투쟁을 벌였지만 이들의 무장투쟁이 결정적이지는 않았다. 시민혁명 이전 네팔의 개혁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공산당이 있었지만 모택동주의자들이 무장투쟁을 선언하고 떨어져 나오면서 제1당의 지위를 모택동주의자들에게 빼앗긴 상태였다. 사회민주주의노선을 가진 세력이 시민혁명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하였지만 정국을 주도할 정도의 지지는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2008년에 제헌의회가 총선에 의해 세워졌고 위의 세력들은 서로를 지배하지는 못하고 견제만 할 수 있는 정도의 비율로 제헌의회의 의석을 분점한 상태로 3년이 지나도록 헌법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들에 의해 선임된 임시내각은 헌법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부기능을 하지 못하였다. 인도문화권의 영향 속에서 카스트제도를 시행하던 네팔의 봉건왕정 하에 억압되어 있던 소수민족 및 하층민들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이들의 힘도 미약했다.
국정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권침해는 계속되었다. 우리 클리닉이 관심을 가진 부분은 조혼을 가장한 아동인신매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남편’에 의한 강간, 강제노동, 성매매강요, 그리고 이를 피해 도망쳐 나온 아동들에 대한 고향의 부모와 지역사회의 거부로 인한 2차 피해로 완성되는 인권침해 싸이클이었다.
인권클리닉 특히 국제인권클리닉은 한 국가나 지역사회 전체를 의뢰인 그룹으로 간주하고 활동하게 되고 소송이 아닌 다른 법률활동의 가능성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인권침해상황은 도리어 위법행위가 아니라 군사독재시절의 긴급조치1호와 같은 초법행위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한 활동 중의 하나가 교육이다. 우리 클리닉은 버마난민들에게 법을 가르치는 Peace Law Academy에서 강의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카트만두에서도 한국민주주의를 네팔민중에게 설명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법치주의적 제도들에 초점을 맞추었고 (버마난민들에게는 한국민주화운동의 역사 그리고 한국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주요 테마였다) 현재 제헌과정에 도움을 주기로 하였다. 네팔의 로스쿨에서 현직 판검사들을 포함한 LL.M.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였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도움을 얻어 제헌의회 의원들과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우선 우리나라의 민주화의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민주화를 완성하기 위해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사법부의 독립성, 검찰의 독립성, 법률서비스접근권 등 개혁과제들과 이에 대한 노력 등을 설명하였다.
이외에도 우리 클리닉은 네팔의 수도에 위치한 Kathmandu School of Law의 ‘피해자클리닉’을 방문하였는데 여기서 ‘피해자’들은 모두 위에서 설명한 ‘인신매매피해자’들이었다. 이 클리닉에서도 소송 보다는 피해여성들이 재사회화가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가족들에게 인권교육을 하는 것과 가해자들이 처벌되도록 경찰을 감시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었는데 상당히 전문성이 있다고 느껴졌다. 이들도 가장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빨리 헌법이 만들어지고 제대로 된 정부가 들어서서 법전 상 명백히 위법인 조혼, 성매매, 아동유기 등이 강력하게 단속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는 국가에 의해 저질러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강력한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교훈을 절절하게 느끼게 된 1주일이었다.
글_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