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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 칼럼] 버마의 안창호들 – 박경신 교수

 



 


 


고려대학교 로스쿨에서는 올해부터 국제인권클리닉이 공식과목으로 개설되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이번 9월에 클리닉 학생들 6명이 태국의 버마 접경도시인 ‘메솟(Maesot)’에서 한국의 민주화과정에 대한 역사강의와 민주화의 내용이 되는 한국헌법과 형사소송법 강의를 영어로 수행하였다.


 



메솟은 군사독재 하에 시름하고 있는 버마난민들이 집결해 있는 태국 내 접경도시이다. 버마군부정권은 변호사라는 직역 자체가 법치주의 및 인권의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밖에 없음을 간파하고 직역 자체를 실질적으로 폐지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메솟에 본부를 둔 버마변호사협회(Burma Lawyers’ Council, BLC)가 만들어졌고, 버마변호사협회는 변호사들을 양성하는 학교(Peace Law Academy, PLA)를 부설하였다. 그런데 이 학교는 단순히 기존의 버마법을 교육하는 것을 넘어서서, 버마의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서는 선진적인 민주주의제도를 익혀야 한다고 판단하여 세계 각국에서 자원봉사의 의지가 있는 법학교수들의 내방을 받아 영어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도 단순히 법률가가 되려는 이들이 아니고, 버마 내의 민주화운동 및 소수민족운동을 하는 단체소속 활동가들이 1-2년 정도 가족들과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국경을 넘어와서 교육을 받게 된다. 그들이 숙식하고 공부하는 학교를 방문했을 때 우리가 나라를 잃은 것은 우리가 힘이 없기 때문이라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 메솟에서 버마의 안창호들과 함께 –   


 


 


한국은 군부독재를 87항쟁으로 벗어나 형식적 민주화를 완성하였고, ‘버마의 안창호’들에게 독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2월초 필자가 개인자격으로 학생들 수명과 함께 방문하였을 때, PLA측에서는 법률강의를 원치 않았다. 이들은 한국의 민주주의 쟁취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듣고 싶어 했다. 민주화의 내용은 법으로 귀결된다. 민주화에 대한 강의는 민주화에 대한 법률강의가 된다. 이를 강의하게 된 로스쿨학생들은 한국법을 그리고 한국법이 만들어진 과정을 영어로 강의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교육활동이 버마민주화에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권활동은 그런 것이다. 결국 인권활동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며,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매우 작은 움직임을 통해서 일어난다. 성희롱교육에 남성들이 건성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성희롱교육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우리는 국제인권활동의 현장에서 항상 금발과 파란 눈의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만나왔다. 이들은 사회복지가 어느 정도 보장되었거나 경제적 성공의 기회가 보장된 국가 출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들은 당장의 결과가 중요하지 않았으며 인권활동은 어떤 결과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영적 생활을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삶의 공허함을 따지기 전에 왜 검은 머리 밤색 눈의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할 수 없을까를 생각해본다.



 


우리 클리닉은 이외에도 ‘Earth Rights International(ERI)’라는 국제환경단체와 함께, 버마군부가 재정적으로 상당히 의지하고 있는 가스개발프로젝트에 한국 및 다국적 기업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투자철회(divestment)소송 및 운동을 위해 다양한 내용의 법률리서치를 수행하였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전략논의를 수행하고 있다.(그 내용은 기밀이라서 여기서 밝힐 수는 없다.) 주로 파란 눈의 금발 백인들이 주도하는 회사들이 인권침해에 ‘투자’하지 않도록 하는 유명한 운동이나 소송 역시, 파란 눈의 금발 백인들이 주도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전 세계의 뉴스들을 읽으며 어딘가에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달려가서 현지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자국에 자신이 있는 회사가 인권침해에 ‘투자’하고 있다면 자국에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현지법원의 소송에 이해관계를 가진 제3자로서의 의견서(amicus brief)들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활동해 왔다. 그 중에서 버마군부의 에너지자원 개발프로젝트에 ‘투자’한 다국적기업 Unocal에게 그 프로젝트의 수행상 나타났던 인권침해에 대해 방조책임을 물어 자국법원에서 소를 제기하여 성공을 거둔 ‘Unocal 대 Doe사건’은 그러한 활동의 백미였고, 이 사건은 다국적기업들이 제3세계지역에 투자를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소송사례로 정착되었다.



 


우리 로스쿨생들도 영어실력 및 영문문헌 연구실력만 갖추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한계는 오직 상상력 뿐이다.


 



글_ 박경신(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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