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 칼럼]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붐과 소셜 네트워크의 위기 – 이은우 변호사
최근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등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Social Network Site)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4년 시작된 페이스북은 가입자 6억명을 돌파했고, 2006년 시작된 트위터는 2010년 7월 기준으로 매일 6천5백만개의 트윗(tweet)이 발신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열풍에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는 주체는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앞다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 마케팅을 시작하고,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쪽 광고 예산을 늘리고 있다. 그 덕에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광고시장은 쑥쑥 성장하고 있다. 마케팅 리서치 업체인 이마케터(eMarketer)의 2011년 전망을 보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광고시장은 전세계 약 60억 달러, 미국에서 약 30억 달러(전체 온라인 광고의 11%)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그 중 페이스북이 2/3를 독점해서 전세계에서 40억 달러의 광고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업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광고의 효과나 영향이다. 광고 전문가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의 광고가 지금까지의 어느 광고보다 더 효과적인 광고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는 이용자들이 올리는 글, 참여하는 행위에 결합해서 광고를 한다. 이를 통해서 기업은 나와 친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표정 하나하나에 맞추어 광고를 하는 셈이다. 광고가 어느덧 친구와의 대화에까지 스며드는 것이다. 이것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광고의 장점이다.
소셜 네트워크 광고의 또 다른 특징은 광고가 수용자의 소셜 네트워크에 기반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마치 다단계 마케팅처럼 우리의 인맥을 이용해 광고를 하고, 상품을 판매한다. 나의 인맥이 광고주에게 제공되고, 페이스북은 당신의 친구가 추천한 상품이라고 광고를 하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의 광고는 광고효과를 바로 바로 모니터링해서, 가장 효과적인 광고방법을 찾아낼 수 있게 해준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광고주는 각 개인에 대해 두둑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그 상태에서 광고주는 대상이 되는 상대방을 정확하게 특정해서 광고를 할 수 있고, 수용자들의 반응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어떤 상품을 어떻게 광고해야 판매되는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일차 검증이 끝나면 검증된 방법을 사용하여 상품 광고를 하면 된다. 수용자를 실험대상으로 하여 광고주는 백전백승을 할 수 있다.
이처럼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개인정보나 사회적 관심, 추세, 유행 등의 정보수집이다. 페이스북이 모으는 개인정보는 정치적 입장, 종교는 물론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영화, 친구 관계, 생일, 얼굴, 출신학교나 네트워크, 지역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2010년 5월 IBM 연구소의 Matt McKeon는 자신의 블로그에 아주 흥미로운 표를 올렸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대상을 추적하여 도표로 만든 것인데, 5년 사이에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대상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아래에는 Matt McKeon의 사용허락 조건 에 따라 2010년의 도표만을 싣는다.
이런 사전정보에 더해서, 광고주는 그때 그때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올리는 글이나, 사진 등의 태그나 키워드, 이용자들이 기업 광고에 대해 선호도 평가 를 한 것에 기반해서도 광고를 할 수 있으니, 이제 광고를 위한 완벽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많은 정보를 손에 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광고.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광고는 그 효과나 영향이 과거의 광고와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다. 그럼 이것은 과연 소비자에게나 기업에게, 또는 사회적으로 득이 될까, 실이 될까?
광고의 공세 속에서, 소비자에게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광고는 애초부터 소비를 촉진하려는 것이므로, 정보를 과장, 미화, 왜곡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광고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광고는 늘 규제의 대상이 되어 왔고, 과거 신문과 방송에서 광고가 이루어질 때, 상당히 강도 높은 규제가 이루어져 왔다. 물론 광고주와 미디어 기업들의 노골적인 요구로 간접광고 허용, 가상광고 허용 등 광고규제의 둑이 허물어지고, 과장, 미화, 왜곡을 눈감아 주는 추세로 가고 있다. 그런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광고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소셜 네트워크를 상업적 오염에서 보호하기 위해서 기존의 미디어보다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날 규제도 없이 방임되고 있다.
기업의 경우도 광고비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품질경쟁이 아닌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는 것이 결코 득일 될 것이 없다.
뿐만 아니라, 광고는 소셜 네트워크 자체를 상업적으로 오염시킬 것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서비스 구조가 이미 광고친화적으로 나가고 있고, 앞으로 점점 심화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포털 사이트들이 광고수입을 늘리기에 골몰하면서, 첫 대문을 온갖 자극적인 황색 연예기사로 도배하고, 검색 결과의 윗자리를 광고주에게 팔아 넘기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포털 사이트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수백만 건인데, 트래픽을 늘려서 광고수입을 늘리려는 포털 사이트들은 주인공의 자리를 황색언론과 광고주에게 내주고 있다. 이처럼 광고에 경도된 포털 사이트는 이용자의 사회적 네트워크나 관심, 활동을 상업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는데, 그 행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어떻게 가치 있는 개인정보를 모아서, 광고주에게 잘 팔릴 고가의 광고를 유치할 것인가?’가 사업의 목표가 되는 한, 소셜 네트워크의 상업적 오염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한때 트위터는 상업적 광고가 표시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2010년 4월 13일 홍보 트윗(promoted tweet)이라는 유료 광고 트윗을 판매한다고 발표하였고, 그 후 트위터는 점점 더 상업적 광고를 유치하고 있다. 이제 2011년에는 1억5천만 달러의 광고수입을 올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광고가 갖는 폐해는 개인정보의 지나친 수집과 활용에도 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인터넷 사용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리고 공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용자들이 원하므로, 이용자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 말은 페이스북은 이용자를 위해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며, 책임은 이용자들에게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돈을 벌기 위해 기를 쓰고 이용자들로부터 개인정보를 모으고 있다. 그것도 광고를 하기 가장 적합한 형태로 용이주도하게 모은다. 마크 주커버그가 고등학생 때 만든 시냅스 미디어 플레이어(Synapse Media Player)라는 프로그램 이 사용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분석하여, 그가 좋아할 만한 다른 음악을 추천해 주는 프로그램이라는데, 오늘날 페이스북에서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등을 적도록 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런 정보는 광고의 타겟을 정하는 데 아주 유용한 정보인데, 마크 주커버그는 어릴 적부터 광고나 마케팅에 천부적 감각을 보여 왔던 것이다. 이렇게 모은 정보를 광고주에게 광고하기 좋게 제공한다.
최근 페이스북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페이스북의 가치를 500억 달러로 평가했는데, 그 가치는 대체로 페이스북의 회원, 즉, 개인정보의 가치로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의 수익의 원천이 광고인데, 회원과 그의 개인정보는 광고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더 효과가 뛰어난 광고인 스폰서드 스토리(Sponsored Story)를 판매한다고 발표했는데, 2011년 1월 29일자 블룸버그의 보도에 의하면 셰어스포스트(SharesPost)에서의 페이스북의 가치평가는 불과 한달도 안돼 500억 달러에서 892억 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가치가 보유하는 개인정보에 의해 매겨지다 보니, 무리한 개인정보 수집이 끊이지 않고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동의도 받지 않고 가입자의 친구들의 연락처를 추출해서 회원으로 가입시키거나, 친구 리스트가 공개되게 하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페이스북도 당사자에게는 동의를 받지만, 해당 친구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친구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정보를 활용해서 광고에도 이용한다. 나는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누구의 친구라는 것이 페이스북에게 알려지는 것이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들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갖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럽연합에서도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처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의 가치가 광고수입으로 평가되고, 광고수입을 높이는 것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의 본질적 속성이라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는 소셜 미디어나 소통의 도구를 지향하는 소셜 네트워크와는 근본적인 모순이다.
따라서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나는 소셜 미디어가 발전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거대한 공룡기업으로의 집중은 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규모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사가 투자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점점 더 교묘하게 상업화될 것은 명확하고, 이들은 소비자들의 상세한 정보를 꼬치꼬치 캐물어 기업에게 광고를 할 수 있도록 바칠 것이다. 수십, 수백억 달러의 광고비가 퍼부어지는 페이스북의 현장에서, 과연 소비자의 목소리, 시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작은 네트워크들이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겹치고 겹쳐서 전지구적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소셜 네트워크는 건강해지고, 진정한 소통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현명한 소비자라면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글을 쓸 때는 이런 생각도 해야 한다고 본다.
“과연 나는 페이스북의 투자자와 광고주에게 우리의 귀중한 소셜 네트워크를 바쳐가면서 페이스북 서비스를 쓸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소셜 네트워크를 만드는 소규모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나는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탈출하여 좀더 비영리적이고, 민주적이며, 다양성이 존중되는 작은 규모의 유토피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네트워크들이 한 땀 한 땀 얽히고 섥혀서, 조화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글_ 이은우(지향법률사무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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