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 칼럼]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 – 하승수 교수
부모가 자식에게 빚만 남겨두고 간다면? 이런 경우에는 상속포기라는 제도에 의해 자식세대가 부모의 빚을 물려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현 세대가 국가재정을 통해 돈을 마구 쓴 다음에 ‘빚으로 허덕이는 국가’를 미래세대에 남겨준다면? 불행히도 미래세대는 이런 형태로 물려주는 빚을 피할 방법은 없다. 국가를 부도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국가채무는 눈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만 100조가 넘게 증가했다는 주장도 있다. 사람마다 계산방법은 다르지만,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국가채무가 불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들어오는 세금은 깎고, 쓰는 지출은 늘리니 빚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물론 이런 결과를 지금 정권에서만 초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수적인 정권에서 이렇게 국가채무를 무분별하게 증가시킨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나는 ‘보수’가 가진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보수는 ‘작은 정부’와 ‘균형재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정권까지는 보수적인 야당이 국가채무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 듯했다. 그리고 균형재정을 주장했다. 그런데 막상 그러던 야당이 여당이 되어 보수정권이 들어섰는데도 국가채무는 거꾸로 급속히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지만, 사실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처럼 빚이 늘어나면 국가재정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는 국가가 필수적인 복지, 교육 지출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하는 행위들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들이다. 빚을 끌어들여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이는 것은 미래가 없는 행위이다. 특히 논란이 많은 4대강 사업에 그렇게 많은 돈을 사용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빚을 져 가면서 꼭 그렇게 문제제기가 많은 사업을 해야 하는가? 만약 반대하는 분들의 말대로, 사업의 효과는 없고, 환경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막대한 돈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를 한다면, 최소한 신중하게 검토를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요즘에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여러 가지로 미안하다. 우리 세대야 지금처럼 살다 가면 그만이라지만, 지금 태어나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인가? 이런 식으로 가다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지구, 생태적 균형이 파괴된 한반도를 남겨주면서, 그 위에 빚이 많아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국가를 물려주려는가?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지만, 제대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사람이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누구나 하는 사회에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이런 피해를 떠넘긴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래서 양심의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필요하다. 미래에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미래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최소한 우리 세대에서 벌어진 행태로 인해 미래세대가 고통을 받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이 양심 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소박한 상식’일 것이다.
그래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벌어지는 무분별한 행태에 대해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에 대한 것이든, 자기 자신의 삶부터 바꾸는 것이든…..
글_하승수 제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