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의정비 인상, 마땅히 환수되어야 – 김영수 변호사
[공변의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우리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싹도 틔우지 못한 채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지역별로 특정정당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직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토착세력의 이권개입, 최근 서울시의회의 돈봉투사건으로 인한 의원들의 무더기 기소, 충주시의원들의 동남아 향락외유, 의회의장의 뒷돈선거, 성접대 의혹 등 각종 추문들이 끊이지 않는 반면, 지난 2년간 의원 1인당 평균 조례발의 건수는 고작 1.4건에 불과하고, 그조차도 의정비, 상해 보상금 등 지방의원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되거나 회의운영, 위원회 조례 등 의회 운영과 관련한 내용이 절반이 넘는 수준이라 한다. 이쯤 되면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과연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지 근본적 회의를 품을 만하다.
이러한 와중에도 올해부터 지방의원 의정비 유급화 제도가 실시되면서, 광역의회는 평균 13%(평균 5,284만원), 최고 34% 인상(7,252만원), 기초의회는 평균 36%(평균 3,766만원), 최고 67% 인상(5,700만원)까지 의정비가 인상되었다. 주민을 대표하여 지방행정을 견제 감시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한다면야 이 정도 수준의 의정비 정도는 부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으나, 요즘의 지방의회 모습을 보면 솔직히 단돈 1원도 아깝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근래 서울에서는 도봉구, 광진구, 양천구, 금천구 지방의회 의원 의정활동비와 관련한 주민감사청구 결과가 공표되었고, 구의회 의정비 관련 주민감사가 다수 진행 중에 있다. 공표된 감사결과에 드러난 ‘지방의원 의정활동비 지급에 관한 조례’ 개정 과정만 보더라도 현 지방의회의 수준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절차적으로 의정비 심의를 위한 위원회 구성에서 대부분 이해관계가 있는 자를 추천하거나 단수추천하는 등 심의위원회 위원 선정과 운영의 심각한 문제점과 아울러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여론조사 과정에서 설문이 왜곡되고 신뢰성 있는 여론을 무시하는 등 온갖 편법과 위법성이 드러났고, 실질적으로도 지역 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 물가상승률 및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범위 내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 등을 고려하도록 한 지방자치법령의 취지가 전혀 참작되지 않고 과도하게 인상되었음이 드러났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뒤늦게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방의원 의정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의정비 결정방법과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 입법예고한 바 있고, 강북구의회는 주민들의 분노에 의정비를 대폭 삭감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켜 사후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잘못된 조례로 인한 기존 재정낭비를 회복하기 위한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률적으로 의정비인상조례는 당연히 무효이고, 이 조례에 의해 지급된 기존 의정활동비 인상분은 마땅히 부당이득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다시 반환되어야 한다. 현재 도봉구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의원들에게 위법하게 인상, 지급된 의정활동비를 환수하기 위한 주민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제도를 개선과는 별도로 의정비 인상과정에서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위법하게 현재까지 지출되고 있는 의정활동비 역시 마땅히 환수하는 것이 지방자치 본연의 책임성에도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