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는 민족의 미래와 역사를 함께 일구어 가야 할 존재
“재외동포는 민족의 미래와 역사를 함께 일구어 가야 할 존재”
전숙자- 조선족연합회준비위원회 총무
세계 170여 개국에 살고 있는 700만 동포는 하나이다. 그들이 고향을 떠나게 된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잘 살아보자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지난 수년간 투쟁을 통해 중국 조선족동포와 구소련 지역의 동포는 2004년 2월9일에 법적으로는 동포로 인정을 받았지만 사실상 외국인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법체류자로서 지내야하는 각종어려움과 인권침해는 말로서 다 옮길 수 없을 만큼 비참한 것이다. 중국의 조선족으로서 중국에서는 행복했다. 한국에서처럼 수모를 당하면 살지는 않았다. 우리가 겪는 고통의 원인은 무엇보다 동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우리민족의 단결을 저해하여 민족간의 분열의 골을 깊게 하고 중국동포들에게 배신감을 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시급히 서둘러 개정된 재외동포법에 걸맞는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들어 동포간 차별을 없애고 자유왕래를 가능하게하는 등 재외동포기본법을 제정해야한다. 그러나 아직도 외교통상부 ․ 노동부 등 의 반대 입장이 재외동포기본법 제정에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 이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중국 조선족은 이주가 조금씩 정착되기 시작한 1920년 초부터 자신들의 수입을 모아 무장 독립군을 조직 지원했는가 하면 수 만 명의 희생을 치루면서 일제와 맞서 조국의 독립을 위한 전쟁을 치루었던 사람들의 후손이다. 1919년 3만 명이 동원된 용정의 3․13 대한민국 독립만세 시위로 인해 잔인하게 보복 당한 1920년의 경신년 대참변에서 조선인 3,666명이 살해당하고 3,250여 가구가 불에 타고 5000명이 체포되었다. 그들이 바로 봉오동전투, 청산리 전투에서 약 1,500명의 일본군을 섬멸하는 기개를 보였던 조선인이었다. 우리의 과거가 이러할 뿐만 아니다. 지금도 한국에 사는 사람들 만큼이나 조선말 잘 하고, 조선 글 잘 쓰고, 한복을 입고 사는 외국인이 어디에 있는가? 누가 우리를 동포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겠는가?
우리조상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구호만 외친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민족의 영웅이고 우리민족의 역사를 빛나게 한 조선족이었다. 한국정부는 반드시 역사의 눈으로 우리 동포사회를 바라보고 편법으로 입국한 조선족동포를 가슴으로 껴안고 이들을 불법체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외동포를 단지 외국인의 한 부류 혹은 외국인 노동자의 일부로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국호가 변해도 민족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임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의 몰입을 강조해도 우리민족의 미래와 역사를 함께 일구어 가야 할 존재들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외면해 왔던 동포에게 우리민족에게 역사 앞에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동포에게 외국인 등록증인 아닌 동포증을 발급하고 평등한 동포사회를 이루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핑계로 중국, 구소련 지역의 동포를 동포로 인정할 수 없다는 허황된 논리를 주장해 온 외교통상부의 입장을 과감히 배제할 수 있어야한다. 더 이상 모호한 언론보도 등을 퍼뜨려 국민과 동포사회를 미혹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동안 국민을 기만하고 동포사회를 소외감으로 몰고 가던것을 버려야 한다.
중국동포 수십만이 자유롭게 들어와 일하면 노동시장 교란이 우려된다고 하는 주장은 미처 경험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는 근거없는 우려일 뿐이다. 더욱이 이점에 대해서는 학계나 노동전문가들이 충분히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고 경제시장 원리에 따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문제발생우려 때문에 법적 차별을 두어 동포들에게 일할 수 없게 한다면 이것은 동포노동자의 노동권리를 뺏는 것이다.
끝으로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가진 경제적 부를 부러워하는것과 같이 머지않아 한국인들은 부유해진 중국의 시민권과 영주권을 필요로 해 중국으로 향하고자하는 대열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럴때 조선족동포들의 도움이 필요 할 날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한국정부는 역사를 들여다보며 조선족동포의 현실을 재조명하고 동포사회를 바라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