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 대한 연민 – 소변의 변
며칠 전 사무실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최근 중국 여성의 이혼 소송을 대리한 사건이 있는데 상대방 배우자인 한국 남자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남자는 자신에게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자신은 너무나 억울해서 곧 분신자살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방적으로 억지스럽게 계속하여 말을 잇 길래 바쁘다며 끊었다. 얼마 후 재단 본관에서 전화가 왔다. 재단 본관으로 전화해서도 분신자살하겠다며 어긋장을 놓은 모양이다. 전화를 받았던 재단 간사님은 당황하고 계셨다. 좀 있다가 중국여성을 지원했던 이주여성 단체 활동가로부터도 전화가 왔다. 그 선생님은 이미 울먹이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 쪽에서 제출한 이혼 반소장이 감정을 많이 상하게 했던 모양이다.
얼마 전 경기지방경찰청으로 대질 신문 조사 동행을 나갔다. 사건 개요는 평택 소재의 한 미군 기지 클럽 주인이 필리핀 여성을 가수로 채용한 후 실제로는 ‘쥬스 걸’(손님들에게 쥬스 1잔을 10달러에 팔면서 손님과 10여분 정도 함께 이야기해주는) 또는 ‘섹시 댄서’(T-브라 차림으로 야한 춤을 추는)로 일하게 하거나 나아가서는 손님과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 강요하였다는 것이었다.
경찰에 출두한 업주는 자신은 결코 필리핀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강변한다. 필리핀 여성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밤마다 자기 남자친구들과 외출을 한 것이고, 나갔다가 들어올 때면 그 남자친구로부터 받아온 200달러 중 7할을 자신에게 수수료로 떼어 준 것 뿐이란다.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성매매 알선 혐의를 시인하고 만 꼴이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줄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사과를 하라며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을 늘어놓는 그 한국 남자도…분하다면서 조사 받는 내내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다 결국 자신의 죄를 시인하고 만 그 클럽 주인도…. 그 모습이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인권적 감수성이 무뎌서일까
어쩌면 그들은 내가 싸워야할 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들 역시 또 한 사람의 우리 사회에서 힘없는 비주류이고, 법률 구조로부터 소외된 이들일 뿐…그럼 내가 싸워야할 상대방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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