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인권활동가대회를 다녀와서
나는 평소 인권활동가들은 보통 사람들과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편견 내지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왠지 변호사 알기를 우습게 알 것 같았고, 1년 전 인권운동사랑방을 방문하였던 정변과 소변으로부터 그쪽 활동가들의 반응이 냉랭하더라는 얘기도 들었던 것이 그러한 생각을 갖게 한 큰 요인이 되기는 하였다. 그러던 차에 접하게 된 인권활동가대회 소식….
그러한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다기 보다는 그저 인권활동가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어떠한 생활을 하고, 어떠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선뜻 나선 인권활동가대회!
일정은 1.6.부터 1.8.까지 2박3일이었는데 공감에서는 정변, 소변, 황변 그리고 내가 가게 되었는데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1.7. 출발하였다. 장소는 경기도 용인의 둥지골 수련원.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수련원이라고 하였다. 가서 들은 얘기지만 밤에 잘 때 수련원의 방이 좀 싸늘하여 관리실에 얘기를 하였는데 그쪽 반응은 ‘그 정도면 따뜻한 건데…’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수도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라서 절제와 근검이 몸이 배었기 때문일 거라는 얘기들만 오갔고 그 이상의 문제제기는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하루만 자면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1.7. 오전에 출발하였는데 금요일부터 스키장으로 향하는 행렬로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드니 바로 거북이 운행이었다.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수련원에 도착을 하니 마침 ‘보물찾기’ 시간이었다. 보물을 거의 다 찾은 시간이어서 ‘좀더 일찍 도착하였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보물’ 발표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웬걸, 거기서 말하는 ‘보물’이란 일반인의 관념을 깨는 것이었다. 구석구석을 뒤지며 열심히 찾은 쪽지에는 ‘4명에게 차를 타주기’, ‘5명을 모아 같이 노래 부르기’, ‘같은 색깔 양말 신은 사람 3명 찾아오기’… 이런 것들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인연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보물이 아니겠느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던 것인데, 그래도 좀 아쉽기는 했을 것 같다. ‘오고가는 선물 속에 싹트는 우리 행복’도 중요하기는 한데….
그 다음 프로그램은 ‘국민체조를 넘어봐’!
‘국민체조’의 음악에 훈육되어진 우리의 몸을 해방시켜 ‘국민체조’의 음악과 상관없이 움직여보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인권활동가’들도 어려웠던 거 같다. 몇몇 분만이 춤을 추거나 뛰어다니고 대부분은 자기가 섰던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인권 활동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고는 ‘인권운동의 연대, 어디쯤 왔나’, 저녁 식사를 하고 ‘인권운동 되돌아보기’, ‘활동가 수다방’이 이어졌다. 활동가 수다방에서는 수다의 주제를 ‘운동사회 내의 위계질서의 문제’, ‘운동사회 내의 성역할 분담’, ‘선후배 운동세대 간의 차이 혹은 갈등’, ‘활동재정의 원칙’, ‘활동가는 이래야 한다?’라는 5가지로 잡고 자신이 관심이 있는 수다방에 들어가 수다를 떨고 그 내용을 전체가 함께 공유하는 방법으로 진행이 되었다.
내가 들어갔던 수다방은 ‘선후배 운동세대 간의 차이 혹은 갈등’의 주제에 대한 수다를 나누는 방이었다. 인권운동을 오랫동안 하였던 선배활동가들이 많이 자리를 하였는데 그 자리에서는 모두가 ‘후배’였다. 선배로서 후배가 어떻더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고 입을 맞춰 ‘이 선배는 어떻고, 저 선배는 어떻고…’ 하는 선배에 대한 성토의 자리였다. 역시 누구에 대한 뒷이야기를 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건 유쾌한 일이었다. 그 상대가 앞에서는 한마디하기 어려운 대선배라면 더욱 그러하였겠지…. 그 수다에 나도 적극 동참하였다.
소변은 ‘활동가란 이래야한다’라는 방으로 갔다.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 놀라웠던 것이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나는 운동을 하는 활동가이니까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너무 먹고 싶어 며칠 전에도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 먹었다, 스스로 자괴감을 느낀다”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는 반전활동가인데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고 있다. 그래서는 안되는데…”라는 자아비판 내지 고해성사였다고 한다.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고,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이 활동가로서의 활동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멋져 보였다, 내가 그렇게 할 수없기 때문에…. 난 인권활동가의 그러한 점들이 때로는 답답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활동’과 자신의 ‘생활’이 분리될 수 없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활동가 수다방’이 끝나고 기다렸던 ‘뒷풀이’ 시간!
하지만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사무실에 불이 났다는 황당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연구소에서 많은 간사님들이 오셨는데 그 얘기를 들으시고는 다들 침통해하셨다. 많이 타지는 않았을 거라는 위로의 말은 그렇게 위로가 되지 않았겠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처음 파견이 되어 가장 오래 활동을 같이 하였기에 가장 애착이 가는 단체이기도 하였다. 연구소의 간사님들은 식당에서 좀 있다가 바로 ‘잠방’-잠자는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도 기분이 편치 않은 상태에서 ‘노는 방’에서 계속 남아있기는 하였는데 흥을 좀 잃었다. 대신에 황변호사님의 ‘뽕나무와 대나무’를 율동에 맞춰 노래를 따라불렀다. 다른 단체에서 오신 활동가들도 즐겁게(?) 따라 하셨는데 술에 취한 황변호사님은 귀가 좀 따가웠을 거다.
다음날 다들 여러 일정이 있던 관계로 잠이 덜 깨인 상태에서 밥을 먹고, 대회 평가시간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급하게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로 오는 길에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는데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종료가 되었다.
인권활동가들 개개인의 활동과 삶에 대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하고 끝이 나버린 활동가대회가 되었지만 그 대회에 참가한 것만으로 만족한다.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위해 함께 뛰고 있는 활동가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었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으로 얻은 것이 충분히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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