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의 문제점 – 강제퇴거를 중심으로
강제퇴거는 행정기관에 의하여 발령되고 집행되는 행정처분이다.
그러나 그 실질에 있어서는 집행 대상자의 가족, 재산, 직업 등 거주지에서의 모든 생활기반을 박탈할 수 있는
소위 사회적 사형에 상당하는 처분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처분 결과에 비추어 강제퇴거의 결정 및 집행에 있어서 헌법상의 적정절차의 원칙 및 인권보장의 정신이 존중될 것이 요청된다. 또한 일반적인 행정절차와는 달리 일단 집행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원상회복할 수 있는 실효적인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강제퇴거가 비록 행정처분이라고는 하나“무죄추정 원칙”의 정신에 비견할 수 있는 신중한 결정 및 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특히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출입국실무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제도운영에 있어서“국가 안전보장”또는“국익”이라는 이념 하에 강제퇴거 제도가 인권보장의 원칙에 위배된 형태로, 행정 편의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들이 지적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주요하게는 아래에서 지적하는 아시아 각국의 출입국관리 제도상의 결함으로 인한 결과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하에서 간략하게 지적하는 문제들은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대표적인 고용국가에 해당하는 한국, 일본, 대만의 출입국법령을 검토하고, 강제퇴거에 관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국내에서의 논의를 정리한 것이다.
1. 강제퇴거 사유 – 일반조항에 의존한 자의적인 법 집행
한국 출입국관리법 제 46조, 제11조
3.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4.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
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대만 출입국 및 이민법 제34조:
중화민국의 이익, 공공안전,·공공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
일본 출입국관리 및 난민 인정법 제24조:
법무장관이 일본국의 이익 또는 공안을 해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는 자
법에 모든 강제퇴거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곤란하다는 점에서 일반조항을 강제퇴거의 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일단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규정들을 살펴보면
첫째, 한국, 대만의 경우 “행동을 할 염려”만으로도 강제퇴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지적될 수 있으며,
둘째, 역시 한국, 대만의 경우 일본법에서의 경우와 같이 강제퇴거사유를 최대한 구체화하려는 입법적 노력 없이 일반조항에 의지해 행정목적을 달성하려는 편의적인 행정운영의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고,
셋째, 출입국관리 기관의 재량판단의 여지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에 의한 불공정한 법 집행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
이 개선을 필요로 하는 문제로서 지적될 수 있다.
2.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집행정지제도 부존재
한국, 일본, 대만 모두 강제퇴거에 대한 집행정지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강제퇴거에 대하여 3국 모두 이의신청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의신청의 제기에 따라 집행을 정지하는 규정을 제도로서 보장하고 있지 않다. 이의신청권 및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강제퇴거의 집행으로 인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취지에서 간이한 절차에 의한 집행정지제도의 모색이 필요하다.
3. 강제퇴거를 위한 무기한의 보호
한국 출입국관리법 제63조 :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를 즉시 송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송환이 가능할 때까지 그를 외국인보호실, 외국인보호소 기타 법무부장관이 지정하는 장소에 보호할 수 있다.
대만 출입국 및 이민법 제36조:
② 전 항의 수용은 15일 이내로 한정하며, 필요시에는 매번 15일을 연장할 수 있다.
④ 제1항 제1호의 강제출국 처분을 받은 자를 송환할 방법이 없을 때는 주관기관이 그 거주지를 제한하거나 기타 조건을 부가한 후에 수용을 해제하여야 한다.
일본 출입국관리 및 난민 인정법 제52조 제5항:
… 강제퇴거를 받은 자를 즉시 일본 국외로 송환할 수 없을 때에는 송환 가능할 때까지
그 자를 입국자수용소, 수용장 기타 법무부장관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주임심사관이 지정
하는 장소에 수용할 수 있다
위 규정들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송환이 가능할 때까지 무기한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보호가 비록 행정처분이라고는 하나 실질에 있어서 사실상의 “구금”에 해당한다는 점 및 이러한 “장기간”의 보호에 대하여는 이의신청 등의 불복방법이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규정은 헌법상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인권 침해적인 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송환할 수 없는 때”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예컨대 “송환국가의 입국거부, 신분증명서의 미소지로 신원확인 불가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보호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 일본의 경우 원칙적으로 1회의 추가보호만을 허용하는 것과는 달리, 대만의 경우는 횟수의 제한 없이 계속적으로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한 형태로 규정되어 있는 점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외에도 한국, 일본에서 동일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출입국관련법 위반자 발견시 공무원의 통보의무 규정, 대만의 경우 위반자에 대한 신고와 포상제도 규정 등의 다양한 문제점이 각 국의 출입국관리제도와 관련하여 논의되거나 지적되고 있다.
이후 출입국관리는 대테러방지라는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노동의 흐름을 통제하려는 국익의 관점에서 더욱 강화될 전망이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보편적 인권보장의 이념이 훼손되는 형태로 제도가 운영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출입국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은 현재에도 중요한 과제이며, 이후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이 글은 제9차 RCM(Regional Conference on Migration)회의의 발표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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