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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파견지원단체탐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찾아서

파견단체탐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찾아서

장애는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열린사이버대학교 박시종 교수는 “장애의 의미가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크게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생산성ㆍ효율성 제일주의 체제 하에서 이에 뒤지는 까닭에, 그 체제에 기여하지 못하는 자는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박 교수는 ‘장애사회’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장애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개념이나, 장애사회는 장애인을 장애인으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공간을 가리킨다. 어느 누구도 예비장애인으로서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장애사회에서, 차별에 저항하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찾았다.

공감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하 전장연)의 조성남 사무처장은 “장애인 인권 문제는 제도적 장치의 문제”라며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안전장치가 결여돼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인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전장연은 장애인이동권연대를 전신으로 총 29개 장애인 단위 단체가 연대하여 만든 이른바 ‘진보적장애운동연대체’이다. 1980년대 말 장애인 올림픽을 기점으로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 복지정책에서 장애인들이 주체가 되는 장애인 운동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장애인들이 사회변혁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장애인 이동권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중증장애인들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투쟁의 필요성에 기반, 2004년 10월 처음으로 준비모임을 가졌다. 이후 2005년 7월 활동가 수련과 준비위의 과정을 거쳐 같은 해 10월 26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발족식이, 12월 3일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준비위의 발대식이 있었다.
전장연은 △서울 △대구 △인천 △광주 △경남 △충북 등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 처장은 “사실상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 유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서울과 경남지역은 본격적으로 조직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활동을 시작했으나, 타 지역의 경우에는 아직 발전준비 단계에 있다. 그러나 매년 2회의 전국회의를 통해 단합을 꾀하고 있고, 2박 3일간의 활동가 수련회를 통해 현안 문제를 논의하고 서로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역문화제 등의 행사를 통해 교류하고 있다.

조 처장은 전장연의 금년 활동에 대해 3대 목표과제를 제시했다. △교육지원법 제정 △활동보존인 서비스의 제도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그것이다. 이 중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는 중증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생존권적 권리라고 인식하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6개월의 시범사업이 실시중이다.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 문제와 관련하여 장애인자립생활지원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활동보조인 제도는 자립생활지원법 내에 포함되는 문제이나, 법의 신속한 제정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에 활동보조인 제도의 시급성을 고려하여 활동보조인제도의 신속한 도입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전장연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성람재단 비리 문제와 관련해 이에 대한 대책 및 시정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조 처장은 “성람재단의 경우 시설내 장애인 차별 및 학대에 관련된 사안으로서 구조적 모순으로 인한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시설민주화와 관련해 사회복지법이 개정된다면 장애인 복지의 80%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1-2주 일정으로 장애해방학교도 시행할 계획이다.

전장연은 재정적으로 개인기부 및 29개 단위단체로부터 월 3만원씩의 분담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기금의 조성과 관련해 조 처장은 “기업기부를 받을 경우 보다 손쉽게 재정을 마련할 수 있지만 이는 단체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체의 성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기업기부를 지양하고 가능하면 힘들더라도 개인기부 및 활동을 통해 재정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장연은 공감의 2차 파견사업 신청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됐다. 법률지원사업을 통해 현재 자립생활지원법 제정을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와 함께 추진 중이다. 조 처장은 “비록 공감의 2차 사업기간은 지났지만 앞으로도 계속 공감과의 인연을 통해 꾸준한 법률 서비스의 지원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으로서 살아가기에 사회의 문턱은 높다. 개인의 아픔과 슬픔이 장애라는 단어와 연결고리를 맺는 것은 장애사회에서 찾기 힘든 일은 아니다. 조 처장은 고 박기연 씨의 사망소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94세의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고 박기연 씨는 장애인 차별철폐 및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제도화를 위해 투쟁하다 결국 인천 간선역에 몸을 던졌다. 오래 전부터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와 관련해 열심히 투쟁한 고 박기연 씨를 회상하며, 조 처장은 “장애인들의 투쟁은 단순히 이익쟁취투쟁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으며, 성격이 명랑한 사람도 있고, 조용한 사람도 있죠. 이처럼 다양한 사람의 범주에는 장애인들도 포함됩니다. 장애인이라는 것이 그들의 특성이 아니며, 그들 나름의 개성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조 처장은 “장애인 문제는 ‘사람’을 보는 시각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사람을 비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누어 한 명의 장애인의 문제점 혹은 잘못을 일반 장애인 모두에게 적용시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 공감 일행에게 조 처장은,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연신 당부하며 말을 맺었다.

취재: 이상현, 이영주, 이정선 인턴
글: 이상현 인턴
사진: 이정선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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