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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한국농아인협회 인권지원센터 법률교육 – 김영수 변호사

한국농아인협회 인권지원센터 법률교육
김영수 – 공감 변호사

한국농아인협회와 인연을 맺어 온지 거의 1년이 되어 간다. 그간 수사과정에서 제대로 된 수화통역조차 없어 곤란을 겪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형사변론, 수화통역사들에 대한 인권침해 시 법적 구제절차 등에 관한 법률교육, 개별적 장애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청각장애인의 경우 일률적으로 자동차 1종면허의 자격취득을 제한한 도로교통법, 선거방송 시 자막방송을 임의적 사항으로 개정한 공직선거법,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에 있어 산업재해 시 손해의 평가 등 청각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자문을 하기도 하고 협회 내 인권지원센터를 통한 청각언어장애인들의 개별적인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끼고 의미를 두는 일은 농아인협회 인권지원센터 담당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법률학습이다. 인권지원센터의 활동 중 기본적인 법률상담이나 인권침해시의 초동대응을 위해서도 또 장기적으로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권상담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인권지원센터 내 인권상담 체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의 기본적인 법률지식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하고, 지난 11월부터 필요한 기초적인 법률지식과 법적 구제절차에 관해 함께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수화로 하는 학습

넓지 않은 공간에서 네댓 명의 실무자 분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시골 어느 초등학교 분교의 정겨운 수업시간과 같은 느낌이 든다. 민형사상의 소송절차, 헌법상의 기본권, 청각장애인과 관련하여 헌법상의 기본권이나 생활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 등 결코 쉽지 않은 내용들을 사례를 들어 때론 그림을 곁들여 설명하고 질문을 받고 하는 일은 건청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수업은 수화통역으로 진행된다.

함께 하는 학습시간 중 아직 의사소통으로 인해 불편했던 기억은 없다. 학습시간은 늘 조용한 가운데 활기차고 열정이 있다. 또 조금 느리게 진행되는 반면 언제나 발언자에 집중하고 있다. 낯선 법률용어들이 거의 정확하게 수화를 통해 전달될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처음에는 새삼 놀라기도 했으나(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는 단순한 의사전달 수단을 넘어 우리사회에서 통용되는 발음되지 않는 ‘언어’인 셈이다), 이젠 더 이상 놀라는 일은 없다. 다만 설명에 추상적인 법률 이론들이 이 분들의 경험을 통해 더 풍부한 사례로 엮어지는 것에 대한 반가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 명목상은 강의를 한다지만, 함께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 미처 알지 못한 일상에서의 차별이나 불편함에 대해, 타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그 분들의 마음과 태도에 대해 한 수 배움을 얻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으니, 오히려 배우는 즐거움도 있다.

농아인 인권센터 첫돌

작년 시각장애인이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인권지원센터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담당자 한분은 대학시절 학교의 장애인편의시설 부제에 관한 언론인터뷰로 인해 그 학교 총장으로부터 압력을 받아 자퇴한 적이 있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왜 현실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가?’라는 이분의 질문에 대해 나는 아직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요일이 되면 나는 농아인협회로 간다. 그곳에서 함께 공부하며, 함께 답을 찾아볼 작정이다.

오는 12월 15일이 한국농아인협회 인권지원센터 첫돌이 되는 날이다.
《한국농아인협회 인권지원센터》의 첫돌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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