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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자연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사람들간의 문제!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선생님은 운동장뿐 아니라 하교길 길거리에 버려진 휴지까지 그냥 지나치지 말고 주워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엔 여기저기 휴지를 주웠습니다. 그러나 지구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주워야 할 휴지는 너무 많은데 지구를 지키기엔 제가 너무 게을렀으니까요. 지금이라면 휴지를 줍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게 버겁게 느끼지 않아도 됐을걸 변명할 여유가 있지만 어린 그때의 저에게는 지구를 지키지 못하는 한심한 자신을 자책하게 한 일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런 어이없는 자책감이 연수원에서의 환경법학회 활동을 하게 하고 또한 지금 환경연합 법률센터에서 일하게 한 계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시민단체의 상근변호사를 선택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졌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것이 하나였고, 앞으로 환경분야가 유망할테니 장기적으로 보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 다른 하나였습니다. 저는 두가지 견해 모두에 대해 조금씩 다른 생각입니다. 사람들의 날마다 다양한 선택들을 하고 살아갑니다. 그 선택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어쨌든 선택에는 나름대로의 고려사항들이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어떤 선택이든 무우 자르듯이 쉬울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상근변호사를 선택했지만 그 선택은 다른 동기들의 각자의 선택과 다를 것이 없는 그런 선택일 뿐 특별히 더 어려운 것이었다고 할 수 없으니까요.
지금은 전문가의 시대라고 하고 전문가의 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전문성을 가져야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환경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분야와 달리 환경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해서 경제적인 효과까지 당연히 수반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기대는 버리지 않는게 좋겠지요.^^

상근변호사로 지내면서 환경문제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들을 하게 됩니다.
환경정책기본법에는 환경이라 함은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말하고 자연환경이라 함은 지하·지표(해양을 포함한다) 및 지상의 모든 생물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비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자연의 상태(생태계 및 자연경관을 포함한다)를, 생활환경이라 함은 대기, 물, 폐기물, 소음·진동, 악취, 일조 등 사람의 일상생활과 관계되는 환경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그러나 환경정책기본법에서 정의하듯이 환경문제가 그리 명확한 것 같지는 않아서 실제 환경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대답하기는 쉽지 않은 듯 합니다. 그래서 저희들끼리(현재 환경연합 법률센터에는 3명의 상근변호사가 있습니다)는 ‘환경문제 아닌 것은 없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합니다.
한 아주머니와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자료들을 가지고 오셔서 이러저러한 상황들을 설명하십니다. 임대한 건물의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니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에 임대인은 자기가 살때도 그랬던 것이니 별일 아니라며 물탱크를 청소해줄 의사가 전혀 없더랍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수도의 녹물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겠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니 이 사안은 환경문제가 분명하다는 것이지요. 환경문제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환경문제라고 해야 하는지도 애매한 그런 경우입니다.

짧은 경험속에서 제가 느끼는 환경문제는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에 직접적으로 문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소외나 불평등에 관한 문제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폐기물소각시설 경우, 실제 생활폐기물을 주로 만들어내는 곳인 도심지가 아니라 도심 부근의 시골마을에 설치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설치과정에서도 소각시설 입지예정지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거나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방법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거금의 지원금으로 유혹하고 그 유혹이 여의치 않으면 반대하는 주민들을 님비현상의 주인공으로 일방적으로 몰아부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유치찬성주민과 반대주민들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서로 고소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기도 합니다. 자연이 파괴되는 것 못지 않게 사람관계가 파괴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제게는 이런 일들이 자연 그자체, 자연과 사람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문제에 더 가깝다고 느낍니다.

환경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시작했다가 환경문제는 사람문제다 라고 하고 있군요.
이 글이 두서없음은 제 생각이 아직 두서없는 까닭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두서없는 생각이 가지런히 정리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좌충우돌하는 가운데서도 사람들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과 자연과의 조화지점에 대해서 조금씩 생각을 키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법률센터가 좋은 터전이 되어 줄 것입니다.

정남순 변호사(공익환경법률센터)

공익환경법률센터
공익환경법률센터는 생태계 보전, 국민의 주거환경보호, 환경참여에 대한 구제 등을 위해 시민들의 실천적인 환경운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법률적인 성과로 축적될 수 있도록 환경소송, 입법운동 등의 법률활동을 펼쳐가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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