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난민 문제를 보며
얼마 전에 「모가디슈」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1991년 남한과 북한이 유엔 가입을 위해서 아프리카 지역 로비에 집중하고 있던 시기, 소말리아에 주재하고 있던 남북대사관이 소말리아 반군이 점령한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 중반부쯤, 소말리아 반군의 습격을 당한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남한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북한 대사관에서 남한 대사관까지 이동하는데 생사를 걸어야 한다. 대사관 밖 거리는 무법천지이고, 아이들까지 총을 들고 있던 장면에서 오랜 내전의 비극을 보여준다. 우여곡절 끝에 함께 하게 된 남과 북 대사관 직원들이 공항까지 가는 과정도 녹록치 않다. 긴박한 탈출 과정 끝에 여러 가지 외교적 노력으로 이탈리아 항공기를 타고 탈출에 성공한다. 영화적인 상상력과 과장이 들어갔겠지만, 내전과 폭동으로 생지옥으로 변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의 현장 뉴스를 접하며, 이 영화의 장면들이 오버랩 되었다. 사실 이런 뉴스를 보면 괴로워서 피하게 되는데,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에 대한 논쟁들과 정치권 반응,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이 문제를 무작정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부정적인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그 내용들을 보면, 난민이나 무슬림을 근거 없이 혐오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의 반응은 소극적이다. 난민 이슈에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받아들일 논의를 시작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이유로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는 인신공격성 항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한국 정부활동을 지원해 온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직원들과 가족들을 데려오기로 했다는 소식과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특별 체류조치를 시행한다는 소식은 다행이다. 향후 이들의 국내에서의 체류자격이나 대우 문제는 더 지켜봐야할 문제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서 난민 이슈는 말을 꺼내는데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이슈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제안조차 조심스럽게 만드는 한국의 상황이 안타깝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아쉽다. 각 국의 역량만큼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역량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너무 인색하고 소극적이었다.
장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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