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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외국인보호소# 출입국관리법# 헌법불합치

2007년부터 2023년까지 긴 여정의 이정표 하나

3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헌재 2023. 3. 27. 선고 2020헌가1)을 했습니다. 같은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지 5년만입니다. 당시에도 위헌의견이 5인으로 과반수였으나, 위헌결정을 위한 6인의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여 많은 아쉬움을 남겼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보호”라는 표현으로 인해 얼핏 무해해 보이지만, 사람을 기한 없이 구금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실제로 공감이 지원한 분들 중 수년간 구금되어 있다가 난민인정, 인도적 체류허가 등을 받아서 비로소 풀려난 분들도 있습니다.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의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이 화재가 난 수용실의 쇠창살을 열어주지 않아 갇혀 있던 이들 중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침해 문제는 이후에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새우꺾기 고문 사건은 불과 2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CCTV영상을 확보할 수 있어서 드러난 사건이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전 해에도 다른 외국인에 대해 똑같이 자행된 가혹행위로 법무부에 권고를 한 사실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때 한번만 일어난 돌발행동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2007. 04.  문을 열어라 _ 정정훈 변호사
2012. 10.  억울한 죽음들 – 화성외국인보호소가 방치한 어느 외국인의 죽음 _ 장서연 변호사
2022. 12.  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고문 사건 국가배상 소송 제기 _ 김지림 변호사

이렇듯 사람을 가두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웬만해서는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는 것이고, 그래서 헌법도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퇴거명령이라는 행정처분을 집행하기 위한 구금은 그 동안 너무 쉽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무해한 문구가 오히려 독이 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의미 있고 중요한 이유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우선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구금기간의 상한을 설정하고 있지 않아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점을 위헌사유로 들었습니다. 즉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위해 구금을 하는 것인데, 상당한 기간 내에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에도 강제퇴거대상자를 장기간 또는 무기한 구금하는 것은 일시적ㆍ잠정적 강제조치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점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아울러 상한이 없는 구금은 피구금자로 하여금 자신이 언제 풀려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실제의 구금기간의 장단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심각한 정신적 압박감을 불러온다는 점 또한 지적하였습니다.

나아가 중립적 기관에 의한 통제 없이 집행기관인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의 심사ㆍ결정만으로 구금이 이루어는 것에 대해서는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습니다. 중립적 기관에 의한 통제가 없다 보니 구금의 개시 또는 연장 단계에서 구금의 필요성 등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장할 수 없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실제로도 강제퇴거명령이 있으면 거의 자동적으로 보호명령이 발령되는 것이 현재의 실무이기도 합니다. 또한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도 위헌사유로 명시하였습니다.

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될 경우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위한 보호의 근거규정이 사라지게 되어 법적 공백이 발생하게 되고, 보호기간의 상한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보호의 개시나 연장 단계에서 인신구속의 타당성을 심사할 기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의견제출의 기회를 어떠한 형태로 보장할 것인지 등 절차 형성에 관하여 입법재량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개선입법 기한은 2025년 5월 31일로 못 박았습니다.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위한 “보호”는 외국인만 대상으로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 동안 너무 쉽게 고민 없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바로 이 점을 확인해 준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계기로, 행정적 목적을 위해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활용되어야 하고,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피구금자가 그로 인해 입을 해악과의 형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최소한의 원칙만이라도 지켜지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공감의 발길질도 계속됩니다.

박영아

# 국제인권센터# 빈곤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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