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표의 가치는 어디에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주권자로서 드디어 나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날이 돌아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역구와 정당투표, ‘두 표’이지만 관용적인 표현으로 ‘한 표 행사’라고 하겠다.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나는 365일 주권자여야 하지만, 현실은 몇 년 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시기에만 ‘유권자’로서 주권자의 효능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선거일을 기다린다. 이번 선거는 특별히 더 그랬다.
4년마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 하지만 그마저도 나의 한 표는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정당별 지지도가 그대로 300명의 국회의원 의석수에 그 비율만큼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런 불일치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이 되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의 비율을 비례대표 의석 수 47석이 아닌 국회의원 총 수 300석을 기준으로 나누기 때문에, 병립형 비례대표제 보다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뜻이 잘 반영이 되는 선거제도이다. 그래서 1순위 득점자가 승자독식하는 소선거구제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기 어려운 소수정당들과 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정당득표(정당투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반영이 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취지와 기대와 달리, 거대 양당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른바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방식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형해화시켰다. 그리고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위성정당’의 편법이 뻔히 예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성정당’의 편법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병립형으로 회귀하겠다고 하다가 그대로 올해 국회의원 선거를 맞이하게 되었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은 이번에도 또다시 ‘위성정당’의 방식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몰각시키려 하고 있다.
이처럼 나의 한 표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 선거제도와 그 결과마저 더욱 왜곡시키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라는 횡포로 인하여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이하는 나의 심경은 씁쓸하다. 그마저 선거 관련 언론보도에서 정책 공약은 실종되었다시피 한다. 인권·시민사회 단체들은 각 정당들에게 관련 의제에 대한 공약을 묻지만, 거대 양당은 이를 무시하고 서로를 비난하며 서로를 ‘심판해야 한다’는 구호만 외친다. 그리고 언론은 이면만 부각시킨다. 그러다보니 22대 총선을 기다려 왔던 나는, 이제는 4월 10일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하여, 지금 하고 있는 관련 의제에 대한 각 정당의 지지 여부와 공약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 나의 한 표를 행사하려고 한다. 우리의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주권자인 우리의 몫이므로.
장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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