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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실종, 과연 남의 일인가 – 제대로 된 강제실종방지협약 국내이행입법과 그 실행을 위하여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이하 ‘ 유엔강제실종방지협약’)은 국가에 의한 강제실종범죄를 방지하고 이를 처벌함으로써 인권 존중을 증진하기 위한 다자조약으로서 유엔의 9대 핵심 인권조약 중 하나다. 한국은 2022년 말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 동의안이 의결되었고, 작년 2월 3일부터 본 조약은 국내에서 발효되었다. 강제실종은 생명권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자유를 억압하는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로서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점차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 유엔에 정식 보고되어 온 개별적인 강제실종 사례만 하더라도 백여 개국 수만 건에 이르고 있는데 이 중 80% 정도가 미해결로 남아있는 등 국제사회의 노력이 더욱더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강제실종방지협약 제2조에 의하면 강제실종이란 “국가 기관 또는 국가의 허가, 지원 또는 묵인하에 행동하는 개인이나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 사람을 체포, 감금, 납치나 그 밖의 형태로 자유를 박탈한 후 이러한 자유의 박탈을 부인하거나 실종자의 생사 또는 소재지를 은폐하여 실종자를 법의 보호 밖에 놓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소위 일반적인 유괴나 납치와의 차이는 그 가해자가 국가와 관련된 개인이나 집단이라는 점과 직접적인 납치 등 행위 후에도 그 행위의 부인이나 관련 사실의 은폐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차단하는 데 있다. 공권력의 남용 위험성이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경우로 국제적인 관심과 사전적인 법적 장치들이 그 어는 영역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유엔강제실종방지위원회는 작년 9월 21일 불법 국제입양과 관련된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의 불법적 국제입양 피해자의 어머니의 수십 년 전 실종된 딸에 대한 증언이 있었다. 그녀는 실종된 딸을 찾고자 경찰에 지속적으로 문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딸은 유기 아동으로 취급되어 소위 ‘고아원’을 통해 국제입양이 되었고 수십 년이 지나서야 찾을 수 있을 수 있었다. 국제입양이 국가의 공적 절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국가는 여전히 과거 불법적인 국제입양의 이러한 문제를 철저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는 ‘강제실종’의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왔을 때 평균 2~3개월간 구금되어 조사받은 비밀구금시설인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중앙합동신문센터’)의 문제에 대해서는 유엔자유권위원회와 유엔고문방지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지난달에 발표된 유엔고문방지위원회의 최종견해도 “북한이탈주민의 자유 박탈은 가능한 한 최단기간 동안 이루어져야 하고, 모든 북한이탈주민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건강권, 효과적인 독립적 검토를 받을 권리를 포함한 모든 기본적 법적 보호 장치를 보장하고, 실제로 이러한 보호 장치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누가 어디에 구금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법률상 행정절차에 불과한 관련 절차에서 사실상 간첩죄에 대한 구속수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는 구금도 아니고 자발적인 행정절차에 불과하다는 ‘부인’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작년 3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서 「“아물지 않는 상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의한 강제실종 및 납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 당국에 의한 강제실종과 납치피해자들의 지속적인 고통과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진상규명, 사법 정의, 피해구제 등을 다루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강제실종자의 친인척을 포함한 모든 강제실종 피해자와 협의하여 완전하고 충분한 시정조치 및 배상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률 및 정책에 포괄적 접근방식을 도입할 것, 강제실종자 친인척 대상의 차별, 감시, 괴롭힘, 부당한 구금 혐의에 대한 조사를 비롯하여 피해자의 다양하고, 심각하며, 지속적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도 구체적인 조치를 계속해서 취할 것, 납치피해자의 친인척과 특히 여성 등의 특정 집단이 낙인 및 소외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강제실종방지협약 국내이행입법과 관련해 지난 국회에서도 구 건의 법안이 발의되어 논의가 진행된 바 있고 이번 국회에서도 이미 한 건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협약의 실질적인 적용을 통해 강제실종의 방지, 강제실종범죄의 처벌, 강제실종 피해자의 구제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행법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이행법률에는 강제실종의 ‘부인’을 포함한 협약상 모든 행위 유형이 담겨야 하고,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 관련 주체들이 그 행위에 포함되어야 하며, 협약이 별도의 조항을 두고 있는 비국가행위자의 강제실종행위도 제대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고, 그 피해자에는 실종자, 배우자, 직계친족이나 형제자매뿐만 아니라 기타 강제실종의 직접적인 결과로 피해를 당한 모든 개인이 포함되어야 하며, 유엔인권기구의 권고 등이 그 해석과 적용의 기준으로 존중되어야 함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 협약이 명시적으로 규정한 보편적 관할, 비국가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포함시키면 북한 당국자에 대한 처벌 등은 당연히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가 없고 유엔인권시스템 내에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 온 ‘국가보안법’을 그 근거로 삼는 것은 유엔인권조약의 이행법률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님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일한 이행법률안(2024년 7월 4일 김기현의원 대표발의)은 위에 언급한 요구를 그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 제안 이유에 현재 한국에서는 강제실종 범죄가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선언해 버림으로써 유엔인권조약, 강제실종에 대한 몰이해를 포함하는 인권에 대한 무지, 오만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고, 이에 더하여 강제실종범죄와 관련하여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를 ‘국가’로 간주함으로써 큰 의미를 지니는 유엔인권조약의 이행법률을 단순한 ‘북한당국자처벌특례법’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8월 3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이다. 단순한 납치, 감금을 넘어 모든 법적 보호로부터 차단되는 강제실종을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하게 말살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제대로 된 강제실종방지협약 국내이행입법과 그 실행을 통해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의 인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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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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