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년기획]활동가가 본 공감 – 오관영(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Q. 공감과의 첫 인연은?
– 2006년 저희와 공감이 공동으로 기획해 주민참여가이드북을 만들었는데 주민직접참여제도를 설명한 실무 매뉴얼북이에요. 이 책 정말로 인기가 좋았어요. 지방자치가 실시가 되면서 주민들의 직접참여가 확대 됐는데, 적시에 만들어진 훌륭한 매뉴얼북이었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공감과 인연을 맺게 됐고, 이제는 지역의 많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2판을 내라는 주문이 쇄도 중입니다.
Q. 공감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 저희 시민행동에 마웅저 라는 버마인 활동가가 있습니다. 마웅저씨가 작년 말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님과 함께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는데, 그 때 난민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래서 오체투지를 같이 하는 분들이 축하를 해 줬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그 뒷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몇 달에 한 번씩 체류허가 심사를 받을 때 너무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이제 그것을 안 해도 된다.”라고요. 공감에서 그 소송을 진행해 줬다죠. 마웅저씨의 승리, 그리고 기뻐하는 모습들을 정말 잊을 수가 없네요.
Q. 소속 단체와 공감과의 관계는 어떤지?
– 좋은 관계죠. 그런데, 걱정이 되는 게 있어요. 저는 공감이 소송대리만 하는 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게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오로지 소송대리에만 매달린다면 현실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울 거예요. 규모도 계속 늘려야 할테고요. 따라서 주민들 스스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수단을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운동이라는 것이 매뉴얼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소송이라는 것은 절차와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아, 내가 주민소송을 하고 싶을 때는 A에서부터 Z까지 이런 단계를 거치면 되겠구나’하는 믿는 구석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런 과정이 주민들에게 힘이 된다고 봐요. 그런 식으로 주민들이 주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지난 5년간 공감의 변화는?
– 일단 사람이 많이 늘어났잖아요. 분야도 늘어나고 시민단체들과의 접촉도 늘어나고 아마 계량적으로 비교해보면, 창립 때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일단 ‘우리 사회에서 이런 공익적인 그룹이 생존할 수 있구나’하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긍정적이죠. 다만 앞으로도 지속가능하려면, 공익 소송에서 승소해 그 보상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거에요. 예컨대 시민행동에서 하는 예산감시활동이 있겠죠. 공감 변호사님들을 보면 고생하시는 것에 비해 힘들게 살고 계시는데, 옆에서 보면 안타깝거든요. 그런 것들이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공감에 쓴 소리 한마디 한다면?
– 지금은 워낙 현장에 밀착하시잖아요. 저는 조금 더 공감만의 특성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회적 소수자들 사이에 놓인 약자들을 도울 수 있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하며 자기정체성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면에서 기획소송 같은 게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시민운동단체들은 주로 “표현의 자유를 달라, 억압하지 말아라.”이런 말을 하잖아요. 그런 운동은 지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기획을 통해 논점을 다듬어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면서 공세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은 없을까?’ 생각해보는 게 필요하죠. 방어만 하기보다는 그런 것도 기획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앞으로 공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안이 있다면?
– 5년이면 이제 시작이잖아요. 원래 풀뿌리운동은 10년 정도는 해야 뭔가 평가할 게 생긴다고 하거든요. 물론 공감이 그동안 잘 해 와서 지난 5년 동안 많은 성과들을 얻었지만, 조금 더 역량을 쌓고 내용을 축적하면 또 다른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