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 인터뷰] 공감, 그 존재만으로 자랑스럽습니다 – 김정환 기부자님
공감사무실 벽 한 켠, 6개월을-때로는 그 이상의 시간들을-함께한 인턴들의 자취가 남아있다. 공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그들. 그 중 한 사람, 편안한 미소의 김정환 전 인턴, 아니 김정환 기부자를 만났다.
“학교로 오시겠다고 하더라고요. 바쁘신 분들이. 이 기회에 공감사무실을 갈 수 있으니 제가 가겠다고 했죠.”
김정환 기부자는 공감의 특별인턴으로 공감과 연을 맺었다. 법 공부를 하는 동안 실무에서 일을 한다면, 공감이 하고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한다. 사법시험에서 학업으로 진로를 바꾸면서 공감에 문을 두드렸다.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죠. 도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너무 기쁜 마음으로 공감을 나왔었어요.”
공감, 그저 반갑고 자랑스러운 곳
“공감은 제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단체예요. 공감 이야기만 들어도 반갑고, 이름만 봐도 그냥 자랑스러워요. 공감과 인연을 갖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공감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해드리고 싶어요. 애정을 갖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요?”
‘공감’이란 이름만 봐도 그냥 자랑스럽다는 그는 스스로 팬이기를 자처할 정도로 공감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는 공감변호사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밝게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공감 소식을 전하는 공감의 ‘메신저’이기도 하다. 학교게시판에 공감에서 하는 일들을 올리고, 공감을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알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회에는 법을 알고 법을 칼자루로 쥐고 있는 사람들(칼자루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이 있는데, 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죠. 저는 제 후배들이나 제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가 제일 뿌듯해요.”
기부는 스스로의 삶에 대한 확인,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
그는 공감에 자원봉사를 시작할 무렵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선물을 주고 싶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그에게 기부란 그렇게 해야 하는, 그래야 할 것 같은 ‘당연한 것’이라고. 통장에서 기부금이 인출될 때 휴대전화로 SMS 통지가 오면, 공감과 연이 닿았다는 것이 매달 확인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단다. 그에게 기부는 공감에 대한 애정, 그 이상인 듯 했다.
“저에게 기부한다는 것은 예의의 표현, 제 자신의 인생이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확인입니다. 기부를 하면서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내가 가고 있는 길, 함께하는 사람들, 그들에 대한 예의. 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존중. 직접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작은 기부라도 할 수 있으면 그게 좋은 거죠.”
그는 공감 외에 관계를 맺고 있는 단체들에도 기부를 한다고 한다. 이 또한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예의를 표하는 소극적 표현의 방식이라고.
인권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
사회복지법을 전공한 그는 현재 그 분야에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사회복지분야가 가장 정치적인 분야라 판단해서 ‘복지법’을 선택했다는 그에게 있어 인권은 ‘권리’다.
“일반적으로 권리라고 하면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권리는 별게 아니라 내가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주장할 수 있는 힘이에요. 그런데 법으로만 존재하는 권리들, 그걸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예컨대 주민소송 같은 경우, 법으로 정해져있다 하더라도, 주민으로서 지방자치단체에 내가 무엇을 요구할 수 있고 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는 자신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리와 가치를 일깨워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공감이 가진 무기 또한 그런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훗날 자신의 전성기가 왔을 때, ‘복지나 인권에 대해 김정환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누군가 질문한다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기 바란다는 그의 바람은 소박하지만 단단했다.
인터뷰 내내 과한 칭찬만 듣고 있자니 가시방석에 앉은 것만 같았다. 어째 쓴 소리도 한 마디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여간해서는 나올 것 같지 않은 기세다.
“뭐든지 공감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응원을 해드리고 싶은 사람이라 특별히 바라는 건 없습니다. 글쎄요. ‘공감산행 자주 가달라, 공감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도?” (웃음)
두서없고 추상적인 말들만 늘어놓은 것 같다던 그. 그러나 그동안의 고민과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말 속엔 ‘인간의 소중함’, 그 하나로 통하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맑은 에너지와 사람 좋은 웃음 속에 묻어난 묵직한 진심, 어쩌면 공감이 지향하는 희망의 길도 그의 진심과 같으리라.
시종일관 공감을 칭찬하고 고맙다고, 더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김정환 기부자. 그는 정말 ‘못 말리는 공감인’이다.
글_안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