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 인터뷰] 시들지 않는 꽃, 시들지 않는 사랑 그리고 공감 – 부천 YMCA
아마란스(Amaranth)라는 꽃의 전설을 아는가. 천사가 흘린 눈물에서 피어난 꽃. 그 꽃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 나라마다 꽃말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아마란스의 꽃말은 ‘시들지 않는 사랑’이다. ‘시들지 않는 꽃’ 그리고 ‘시들지 않는 사랑’, 그 ‘시들지 않은 꽃’들이 ‘공감’에 ‘시들지 않는 사랑’을 주었다.
# 시들지 않는 꽃 – 촛불들의 모임
부천YMCA ‘시들지 않는 꽃’ 등대모임. 꽃을 샘내는 바람이 부는 어느 날, 그 꽃들의 모임을 찾았다. YMCA 아기스포츠단 학부모에서 시작된 인연이 생협(생활협동조합)활동을 통해 등대 모임으로 발전했다. 등대모임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풍토 속에서 나만이 아닌 우리, 우리를 넘어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더불어 살고 함께 실천하고자 만들어졌다. YMCA 등대생협은 회원들을 촛불로 지칭한다. 작은 촛불들이 모여 세상과 공동체를 밝히는 큰 등대가 된다는 의미이다. 이명옥, 오주연, 양은희, 박정실, 김경미, 이선화 이렇게 여섯 분의 촛불들이 ‘시들지 않는 꽃’ 등대를 이루고 있다.
부천에서 일산으로 이사를 간 오주연님의 집에서의 모임. ‘공감’과의 인터뷰를 위해 참 오랜만에 모인 촛불들.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정신이 없다. 게다가 박정실님의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엄마들의 즐겁고, 유쾌한 수다는 자연스레 인터뷰로 이어졌다.
# 시들지 않는 사랑 – 기부
시들지 않는 꽃 등대모임은 매주 있는 모임을 통해 지역을 향한, 사회를 향한 의미 있는 일들을 실천해 오다가 지난 2달간 기부를 목적으로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운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원래는 목표금액을 정했었는데, 목표했던 금액을 금세 달성했어요. 그래서 목표금액을 조금 올리고, 한 달 동안 해보기로 했었죠. 그러다가 반응이 너무 좋아서 두 달 동안이나 하게 되었어요. 원래는 저희가 YMCA소속이기 때문에, 수익금을 YMCA에 기부를 할까, 월드비전이나 굿네이버스를 통해 아이들을 후원할까 하다가 ‘공감’에 그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햇수로 따지면 벌써 8년이 되는 공감이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까닭에 어떻게 ‘공감’에 그 고마운 사랑을 보낼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원래부터 아름다운 재단에 관심이 많았고, 박원순 변호사님 책도 많이 읽었거든요. 그 후에 ‘공감’이 아름다운 재단의 하부조직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감’이 무슨 일들을 하는지 살펴보고 ‘공감’이란 존재를 알게 되었죠. 그러던 중에 우리 등대의 수익금을 ‘공감’에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처음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재단에 관심이 많은 오주연 촛불이 ‘공감’을 알게 되어 제안을 했고, 이를 통해 ‘공감’으로의 기부가 결정된 것이다. 강물은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소중한 기부가 조금씩 조금씩 모여 강물이 되고, 바다를 향한다. 서로 떼어놓고 보면 참, 연약한 손길들이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어 내는 힘은 이런 작은 손길들로부터 나온다.
시들지 않는 꽃들에게 기부란 무엇일까.
“우리가 참 어렵게 살았었잖아요. 그래서 기부문화가 잘 정착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다행이도 요즘 들어 조금씩 정착되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네요. 기부라는 건 넉넉한 사람들이 나의 넉넉함 속에서 선심 쓰듯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그 속에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수입활동, 소비활동, 저축활동 이렇게 나누잖아요. 거기에 4번째 경제활동을 아예 ‘기부’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결국 기부는 또 다른 저축인 셈이니까요.”
“저는 교육적인 목적을 가지고 기부를 시작했어요.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 아이 이름으로 매달 기부를 하는데, 하면 할수록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더 큰 의미로 기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를 위한 기부도 교육적인 측면에서 참 좋더라고요. 또 엄마들은 아이를 위한 일이라면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면 기부도 전염이 되는 거죠.”
기부에 대해 물으니,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들이라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기부가 더 깊숙이 다가오는 듯싶다. 기부는 교육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우리는 기부를 통해 참 많은 것을 얻는다. ‘기부는 또 다른 저축”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기부’는 내가 가진 것을 베풀고, 나누는 행위이지만 결국 우리는 그 이상을 얻게 된다. “기부를 하면 그 자체가 우선 행복이고,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내 것이 없어지는 것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참 힘이 되더라고요.” 이명옥 촛불의 말이다. 남을 위한 기부가 결국 나를 위한 기부가 되는 것이 아닐까.
# 시들지 않는 공감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라고 하면, 엘리트 집단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낮은 곳으로 임하는 모습이 참 좋았고, 이런 모습들이 사회의 젊은이들, 특히 권력이나 지위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요.”
공감은 시들지 않는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 있고, 시들지 않는 사랑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들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 사랑을 간직하며 오늘도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다. 인권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공익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리고 공감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시들지 않는, 아니 결코 시들 수 없는 ‘공감’을 만들어 가고 있다.
“12월 말쯤에 공감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온 가족이 함께 봤어요. 사법연수원에서 설명회를 하시면서, ‘이익도 없고 수입도 얼마 안 되지만 꿈과 마음을 가지고 도전해라.’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내용을 보고 저희 아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공감이 가지고 있는 역할도 참 중요하지만, 꿈과 비전을 품게 해 줄 수 있는 통로가 바로 공감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촛불들과의 유쾌한 수다를 통해 마음속에 행복한 부담감 하나를 가지고 왔다. 공익과 인권, 소수자들을 위한 일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공감’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많은 기부자님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더 가열차게, 더 치열하게 달리고 또 달려야겠다.
글_김민욱(13기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