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 인터뷰] 인권이란, 공원 안의 잔디밭! – 이찬호 기부자님
기부자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왜 궂은 날씨를 만나게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따뜻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 하늘이 시기하나 보다. 겨울비가 아스팔트 위를 차갑게 덮는 날, 겨울비처럼 슬픈 사랑 노래가 아닌, ‘기부’라는 훈훈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이번 기부자 인터뷰 대상은 난데없는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주신 이찬호 기부자님이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 기부정보를 열람했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많은 준비 없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욱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그에게서는 부산 어투가 편하게 묻어 나왔다. 가볍게 직장과 부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공감과 기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나갔다. 이찬호 기부자님은 박원순 변호사님의 활동을 통해 아름다운 재단을 알게 되었으며,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지원하고 싶어 공익변호사 기금에 후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 기부할 때 생각했던 공익변호사의 모습과 공감의 모습이 얼마나 닮아있나 라는 물음에, 그는 “100%”라는 단호한 대답과 함께 “법은 일반사람이 알기에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공감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모습이 아주 좋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장애인이나 이주노동자분들도 약자라고 표현될 수 있지만, 지금의 사회에서는 소비자 역시 하나의 약자로 봐야 한다”며, 일반적인 생각보다 ‘사회적 약자’를 넓게 해석했다.
‘주변에 기부하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회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지만 배우자분이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에 대해 “정치인에 대한 기부금은 100% 소득공제를 해주면서,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소득공제가 15%뿐이다. 이는 사회 시스템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더 많은 기부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기부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얼마 전 본 유대인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유대인의 진정한 힘은 기부에서 나온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들의 기부는 자기 몫만 가지고 나머지는 도려내는 것”이라며 자신의 기부를 현실론적인 기부라고 정의했다. 다른 기부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필요한 만큼을 제외한 범위에서 기부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편안하면서도 군데군데 재치가 숨어있는 그의 말솜씨에, 문득 그의 회사 생활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는 회사에서 사내방송을 하고 있는데, 한 주간의 재미있는 세계 뉴스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노라고 했다. 그리고 인사팀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고, 자신은 사람과 만나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분명 그의 사내방송은 무척 재미있을 것이고, 상당히 인기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인권에 대해 어떻게 정의 하느냐고. 그는 “인권은 ‘공원 안의 잔디밭’”이라고 정의했다. 어떤 사람들은 ‘잔디를 밟지 마시오’라는 표지판을 무시하고 오히려 밟아야 잘 큰다며 잔디밭에 들어가지만, 잔디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보호하고 소중히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권은 보호받아야 할 것이며 억압받아선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재미있는 비유였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시간이 찰나와 같이 지나가 아쉬움을 느낀다. 몇 년 전 자원봉사를 하던 나에게 누군가 ‘자원봉사란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한쪽 팔과 한 다리를 내밀며 말했다. “나는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가진 두 팔과 다리를 다 줄 수 없다. 하지만, 내 한쪽 팔과 다리는 빌려 줄 수 있다.” 어마어마한 기부를 하는 연예인의 아름다움과 각자의 삶 속에서 기부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은 모두 같은 무게를 지닌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서로 나누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가 아닐까.
글_10기 인턴 차승주